퇴사는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회사가 답답하고 싫어서 퇴사한다는 말은 왠지 책임감 없이 들릴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단순하고 솔직한 감정이 나의 깊은 속 가장 진실한 외침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한 번쯤 해볼 만하다.
내가 2015년 9월에 퇴사하고 나서 어느덧 3년이 다 되어간다. 나의 일상은 퇴사 전과 비교했을 때 많이 달라졌고 그 3년 동안 조급하고 욕심 많은 나는 많은 걸 이루지 못했다 아쉬워했지만 주위에서 보기에는 그래도 3년 동안 많은 걸 했다고 얘기해주기도 했던 시간들이었다.
퇴사하자마자 내가 느낀 가장 큰 변화는 다음날이 기대가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된 데에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이 들고 어떤 때는 벅찬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회사를 3년간 다니면서 보람 있던 때도 있었고 일한 만큼 받는 월급이다 생각하고 드라이한 감정상태로 지낸 적도 있었다. 하지만 퇴사를 결심하게 된 마지막 1년 정도의 기억은 슬프게도 '다음날이 기대되지 않는다'였다.
하루빨리 주말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5일을 보냈고 그리고 주말이 되면 월요일이 올까 봐 두려워 그 이틀 동안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냈었다. 내일이 기대되지 않는다는 건 너무나도 슬픈 일이다. 나는 빨리 휴일이 오기를, 여름휴가가 오기를, 그리고 심지어는 이마가 찢어졌을 때 이 핑계로 회사를 쉴 수는 있는 걸까라는 생각부터 했었다.(의사 선생님께 여쭤보니 누가 이마 꿰맨 걸로 회사를 쉬겠어요라고 하셔서 바로 시무룩해졌었던 기억이 있다.)
퇴사 이후부터 나는 다음날이 기대되는 기분으로 살고 있다. 내일은 날씨가 좋을까? 내일은 무엇을 먹을까? 내일은 내게 어떤 일이 생길까?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게 무섭다는 기분이 아니라 내가 어제보다 오늘 성장하고 있듯이 내일의 내가 기대된다는 기분, 이것만큼 뿌듯한 기분도 없을 것이다.
꼭 퇴사를 해야지만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내 삶을 주체적으로 내가 컨트롤할 수 있고 없고가 나라는 사람에게 아주 중요했기 때문에 회사라는 형태의 9 to 6 업무가 맞지 않았을 뿐이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자신의 커리어가 쌓이고 있고 성장하고 있고 오늘에 충실하고 내일 또한 기대되는 기분을 맛보고 있다면 그런 분들은 정말 행복한 것이고 멋진 일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또 퇴사가 나에게 준 것들 중에 내가 마음에 드는 것은 낮시간의 일광욕과 낮잠시간이다. 회사 다닐 때는 점심 먹고 나서 살기 위해 일광욕이 목적인 산책(산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여유가 없는 빠른 걸음으로 짧은 점심시간의 압박을 느끼면서 걷던)을 했었는데 그게 항상 불만이었다. 햇빛을 본다는 게 나에게는 살기 위해 산소를 들이마셔야 하듯 필수적이고 너무나도 간절한 것임을 신혼여행으로 간 하와이의 햇살을 느끼며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아 내가 원하던 행복은 럭셔리한 여행이나 타지에서 느끼는 생경함보다도 이런 여유로운 기분과 따듯한 햇살이었구나 하고 말이다.
옷장이 가벼워진 것도 퇴사 후 나에게 생긴 멋진 일 중 하나였다. 누구를 위해서 쇼핑을 하냐고 하면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대답이 나오기 마련인데 나를 위해 한 쇼핑이 나를 채워주지 못하는 느낌을 종종 받았었다. 일로 스트레스받아서 쇼핑을 하게 되기도 하고 입을 옷이 없어서 하게 되기도 하고 어쨌든 회사 다니면서 월급을 받는 만큼 품위유지비 차원의 쇼핑은 필수적인 것 같았다.
하지만 퇴사 후에는 항상 정기적으로 만나는 사람이 줄어들다 보니 옷에 대한 것도 어떻게 보이느냐보다 내가 관리하기 쉽고 내가 좋아하면서 편한 나를 위한 옷 위주로 입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불편했던 회사용 옷들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옷장이 가벼워지니 쇼핑을 했을 때보다 신기하게도 내가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 외에도 퇴사 후 나를 행복하게 하는 요소들을 발견하게 될 때 나의 행복지수는 올라간다.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도 한몫하지만 그것보다도 내가 느끼는 이 감정들이 나를 더 나답게 하고 나 자신이 더욱 좋아지는 기분으로 가득해지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좋아졌다 라니. 참 당연해도 되는 건데 그런 기분을 느끼기까지 오래 걸렸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