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60대의 삶, 그 자유로움과 허전함에 대하여
문득 아빠가 현재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생각해본다.
젊은 시절, 그리고 우리들을 키우며 은퇴하기 전까지 앞만 보고 달려온 아빠. 힘든 일도 많이 겪으셨겠지만 아빠는 그저 묵묵히 우울감 따위는 느낄 새도 없이 하루하루를 지내오셨다. 아빠는 '사람이 왜 우울해하니? 우울할 새가 있니?'라고 하실 만큼 섬세한 나를 이해 못하셨다. 우울한 감정에 빠질 틈을 주지 말고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할 일에 몰두해야 한다는 말씀이셨겠지만 아빠처럼 나는 그러질 못했고 그런 나를 아빠는 너는 너무 마음이 약하다 하셨다.
은퇴하신 아빠와 엄마는 내가 아는 그 어떤 중년부부보다 마음 편하고 신나게 살고 계신다. 돈이 많아 으리으리한 곳에 산다고 행복한 게 아니라 소박해도 자유롭고 자기가 그 삶을 만족한다면 행복하다고 믿고 계신 것처럼 그 기준에서 본다면 우리 엄마 아빠는 아주 많이 행복해하시기 때문이다.
아빠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추진력을 가지신 분이라 나는 아빠가 내년에는 또 어떤 일을 벌이 실지 궁금한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캠핑카를 갑자기 지르시지 않나, 그러다가 남해에서 작은 집에서 텃밭을 일구며 낚시를 하시다가 또 추운 겨울이 되면 남해를 떠나 따뜻한 중국 하이난의 아주 작은 집에서 반년을 지내신다. 요새는 캠핑카로 돌아다니시는 것보다는 유유자적 남해에서의 반년과 하이난에서의 반년을 즐기고 계시는데 뭔가 예전만큼의 추진력을 아빠한테서 찾기가 어려워 개인적으로 슬퍼졌다.
예전에 아빠가 당신이 가진 모든 재산과 젊음을 바꿀 수 있다면 기꺼이 바꾸고 싶다는 말을 하셨다고 했을 때 엄마도 눈물이 핑 돌았다고 하셨던 게 생각난다. 그 얘기가 생각나면서 나 역시 마음이 찡했다. 아빠는 은퇴 후 아빠가 원하던 자유를 얻으셨지만 곧 70이 다가오고 건강하지만 몸은 예전 같지 않음에 속상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뭔가를 하고 싶으신지 여쭤봤더니 이젠 제2의 인생이니 새로운 시작이니 이런 말들이 싫다고 하셨다.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이 싫다고 하셨다. 아빠는 번아웃 상태이신 걸까. 자유를 얻었고 그 온전한 자유를 깨트리는 부담스러운 어떤 활동조차 하기 싫다고 하셨다. 새로운 활동이 경제적으로 더 나아질 수 있는 기회라 하더라도 거부하겠다고 하셨다. 그만큼 돈보다는 시간과 자유가 아빠는 중요하다 하셨다. 나는 내가 80세가 되어도 여전히 뭔가에 도전하며 경제활동을 하고 싶다고 항상 말해 왔지만 그 나이가 되어서도 그런 마음이 들지는 나 역시 알 수 없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다.
집에만 있는 걸 답답해하시는 아빠, 아직도 뭔가 새로운 걸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그대로인 것 같은데 아빠는 어떤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실까. 아빠의 지금 마음이 어떠실까 너무나도 감정 이입이 되어 마음이 복잡해졌다. 60대의 나는 어떤 생각을 할까. 60대의 나는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