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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Dec 15. 2018

퇴사가 힐링인 사회

어쩌다 모두 퇴사를 꿈꾸게 되었을까

서점에 가면 퇴사를 권장하는 책들이 우리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퇴사를 하고 어디론가 떠나거나 퇴사 후에 새로운 일을 찾거나 퇴사 후 아무것도 안 하거나. 어쨌든 너도나도 퇴사하고 나만의 행복을 찾고 싶은 욕망이 강해진 것이다.


'퇴사'라는 단어를 검색창에 입력해봐도 퇴사할 타이밍을 찾는다거나 퇴사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글들이 넘쳐나고 퇴사한 이들의 경험담은 아직 퇴사를 못한 이들에게 희망이 되고 이정표가 되고 있는 듯하다.


많은 이들이 퇴사를 꿈꾸고 그 뒤에 행복이 있기를 바란다. 어떤 이는 계획 없이 무작정 퇴사하는 걸 지양해야 한다며 겁을 주지만 그런 경고조차도 삶에 대한 강한 열망이 있는 이들을 숨통 트이게 해 주지는 못한다. 수많은 직장인들에게 선택은 두 가지밖에 없는 것으로 느껴질 테니까.


퇴사하거나 버티거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퇴사를 했더라면 퇴사 관련 에세이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책을 사서 보는 이들의 대부분은 퇴사를 꿈꾸지만 다시 버티는 삶으로 돌아가야 함을 알기에 퇴사를 성공적으로 한 이들의 이야기에서 자신의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직장생활을 하며 즐겁고 보람차다는 이를 지금까지 딱 한 명만 만나봤다. 그 사람은 회사 복지가 좋아서 회사생활이 즐겁다가 아니라 그저 자신의 일에 만족을 하고 있었다. 퇴사를 꿈꾸지 않는 사람의 조건은 좋은 복지나 고액 연봉이 아니라 당사자가 무엇에 만족을 하는지였다. 많은 이들이 꿈꾸는 대기업에 다니던 사람이 퇴사를 하는 이야기가 넘쳐나는 것 보면 알 수 있다. 어떤 이들에게는 고액 연봉과 맞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게 다른 이에게는 간절한 것이었을지라도 말이다.


나는 대기업에 다니면서 삶의 의욕을 잃은 이를 알고 있다. 그는 의욕 넘치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던 때의 자신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답답하지만 이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조차 쉽지 않음을 토로했다. 퇴사를 망설이다가도 월급날만 되면 다시금 버텨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그에게 지금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묻자 어디론가 떠나거나 가슴 뛰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게 아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라는 말이 돌아왔다. 나는 왜 이 말이 너무나도 슬프게 느껴졌을까.


퇴사를 꿈꾸고 무기력한 어른들이 많은 사회는 과연 건강할까. 모든 이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매일 아침 즐겁게 눈뜨는 세상이 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대기업에 다니며 퇴근 시간만을 바라보며 주말만을 기다리며 휴가만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이들이 많은 게 개개인만의 불행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비극적이다.


그렇다면 대기업에 다니지 않은 수많은 직장인들은 어떨까. 불안정한 고용, 만족스럽지 않은 급여, 서로 도와도 시원치 않을 판에 같은 회사 내에서도 서로 물어뜯기 바쁜 피곤한 사람 관계, 칼퇴라는 말이 비정상적임을 잊게 만드는 근무시간... 직장인들이 행복하려면 우리는 무엇부터 손대야 하는 걸까.


퇴사가 희망이자 힐링이 되어버린 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행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결국 나의 삶이 행복으로 가득 차길 원한다. 하루하루 싫은 것을 버텨내는 게 아니라 내일이 기대되는 하루를 보내고 싶은 거다.


퇴사하면 그 다음에는 무엇이 있을까. 무엇을 기대하기에 우리는 퇴사를 꿈꾸게 되었을까. 삶에 대한 열망이 강렬한 이들일수록 퇴사가 간절할 것이다. 그런 이들이 자신의 길을 찾기를 간절히 바라며 함께 고민해보고자 이 글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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