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승리하는 삶을 꿈꾸는 게 비현실적인 걸까.
토드 로즈의 전작 ‘평균의 종말’은 나에게 너무나도 뜻깊은 책이었다. 평균에 매몰되고 있는 우리들에서 썼듯이 '평균의 종말'이 이전까지의 평균주의식 사고를 와장창 깨부수는 역할을 했다면 '다크호스'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평균의 종말'이 선생님, 부모, 취업준비생, 직장인, 자영업자, 기업 사장님, 학생 모두(결국 전 국민이 꼭 봤으면 한다는 얘기 ㅋㅋㅋ)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는데 '다크호스' 역시 그랬다. '평균의 종말'과 '다크호스' 두 책은 세트다. 세트로 꼭 읽어야 할 책이다.
너무 초반부터 책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고백해서 조금 낯 뜨겁지만 사실이다.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뜨거워지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남들로부터 이상주의자라는 소리를 꽤 많이 들어왔는데 사실 나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지극히 현실주의자고 꿈같은 얘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닌데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때문에 속이 상했었다. 그런데 내가 믿어왔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을 내가 읽게 되었으니 나의 이 흥분이 조금은 이해가 될지 모르겠다. 누구나 다 가능한 성공, 모두가 승리할 수 있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우리는 꽤 오랫동안 제로섬 게임 안에서 살아왔다. 상위 몇 프로만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고 그 나머지는 다 패배자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 말이다. 승자와 패자가 극명하게 갈린다. 그리고 그 승자는 또 엄청나게 소수다. 대학을 향해 수많은 십대들이 이런 제로섬 게임에 내몰리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또 수많은 청춘들이 대기업이라는 바늘구멍에 들어가기 위해 표준화 계약대로 달려간다. 좋은 대학에 가고 대기업에 가는 게 의미 없다고 말하려는 게 절대 아니다. 누군가는 그에 맞는 길을 가는 것이고 또 누군가는 자기 길에 맞지 않은 길 위에서는 내려올 필요가 있다. 오직 한 길만이 답이라고 몰아붙이는 주위 환경은 건강하지 못하다는 얘기다.
조직문화, 복지, 급여가 좋은 중소기업이 더 많이 존재해야 하고 더 다양한 성공의 길들이 있다는 걸 우리는 알아야 한다. 성공의 표준 공식을 깨는 비범한 승자들의 원칙을 안다면 우리는 더 이상 제로섬 게임만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깨부술 수 있게 된다. 모두가 승리하는 삶이란 불가능한 걸까? 개개인성이 존중받아야 한다면 그 개개인성에 따른 성공의 공식도 개개인마다 다른 것은 아닐까? 단순히 개개인성이 중요하니 각자의 장점을 살린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안일한 이야기를 이 책에서 하고 있는게 절대 아니다. 제로섬 게임에서 벗어나 다크호스가 되는 데에 4가지 원칙 중 하나인 미시적 동기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하고자 한다.
동기를 찾는 게 쉬울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그러니 이 미시적 동기 깨닫기를 포함한 4가지 원칙은 쉬워 보이면서 쉽지 않은 요소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꽤나 오랫동안 표준화 계약에 얽매이고 개개인성을 무시당해온 나머지 자신의 동기가 무엇인지 들여다보기 힘들어한다. 그리고 경쟁, 상호작용, 허기(음식)의 활용과 같은 일부 보편적인 동기들에 가려져 개개인성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물리적 공간의 정리가 아주 큰 충족감을 줄 수 있으며, 또 어떤 사람에게는 자기 손으로 수선하고 세밀한 작업을 하는 것에 커다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충족감에 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각자마다 느끼는 서로 다른 충족감이 존재할 뿐.
미시적 동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게 되었지만 어떻게 내 안의 미시적 동기를 알아낼 수 있을지가 궁금할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비판 게임'을 활용해보라고 말한다. 비판 게임 the game of judgement 이란 내 안의 남들에 대한 본능적 반응 방식을 보는 작업이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에 실시간으로 초점을 맞추고 그 근원을 추적하는 게 목적이다.
비판 게임은 3단계로 나뉜다. 첫 단계는 누군가를 비판하려 드는 순간을 의식하는 일이다. 우리는 누구나 늘 누군가를 비판한다. 남들에게 반응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 이제부터는 남들을 비판하려는 그 순간 늘 의식해서 의식적으로 자신의 반응을 살펴보자. 두 번째 단계는 반사적으로 누군가를 비판할 때 일어나는 감정을 살펴보는 일이다. 미시적 동기의 단서를 포착할 만한 적기는 이렇게 뚜렷한 반응이 일어나는 순간이다. 그 반응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또 칭찬을 하든 비난을 하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감정이 뚜렷하게 드러나기만 하면 된다. 명심하기 바란다. 이때의 의도는 당신의 진정한 마음속 감정에 닿으려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그런 감정을 느끼는 이유를 자문해보면 된다. 이제는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시간이다. "자신을 속여서는 안 된다. 이 세상에서 당신 자신만큼 속이기 쉬운 상대도 없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이 예리한 명언으로 잘 표현한 바 있다. 당신이 그 사람의 삶을 살았다면 뭘 좋아하고 뭘 싫어했을지 생각해봐라. - p.99 '다크호스'중에서
나는 상상력이 풍부한 편이라 꽤 자주 이런 식의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던지곤 한다. 그래서 이런 식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게 어려울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남편을 통해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 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리얼하게 상상이 안 되는 경우도 있고 그렇게 생각하는 연습이 부족했기 때문에 생각하는 게 머리가 아파서 싫은 걸 수도 있다. 진짜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게 불편한 것이다. 미시적 동기를 찾아내는 건 단순히 지금 뭘 원하느냐 머릿속에 떠오르는 걸 말하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다. 방해 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 방해 요소 중 가장 큰 게 나 자신이라니 참 아이러니하지만 말이다.
표준화 계약이 너무 만연되어 있고 입지가 굳건하다 보니, 이 비판 게임에서 가장 큰 난관은 보편적이라고 여겨지는 특정 동기들에 자극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인식을 뿌리치는 것이다. 이 인식을 뿌리치지 못하면 자신만의 욕구를 간과하거나 얕보게 된다. - p.100 '다크호스' 중
게다가 동기의 표준화식 평가에서는 예외 없이 당신의 동기 성향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을 잘못 해석하거나 외면하기 마련이다. 즉, 한편으론 타인들과 어울리고 싶으면서도 또 한편으론 혼자 있고 싶은 경우처럼 서로 모순된 동기들의 존재를 등한시한다. 끈기, 투지, 용기 같은 일차원적 평가 기준을 받아들이면 모순적 동기들은 쓸데없는 것으로 취급받는다. 순응하고 싶은 바람 못지않게 반항하고 싶은 바람도 강할 경우 투지를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반면에 미시적 동기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지극히 상반되는 열망들조차 하나의 목표의식으로 통합되어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p.103 '다크호스' 중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던져왔던 나로서도 아직 비판 게임에 익숙해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나의 미시적 동기를 아직도 많이 깨닫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있다. 예를 들어 무슨 일을 시작하든 큰 그림이나 숲, 책의 경우라면 목차를 보지 않고서는 시작조차 못한다는 것이다. 이게 처음 시작을 느리게 하지만 일단 큰 목차가 이해가 되면 세부적인 걸 받아들이기 수월하고 속도도 급속도로 빨라진다. 심지어 두 전혀 다른 영역에서의 공통점을 찾고 새로운 시도들을 해도 혼란스럽지 않고 서로 좋은 상호작용을 낳는다. 남들이 보기에는 너무 다방면을 건드리고 혼란스러울 것 같아 보이지만 나에게는 인생이라는 큰 숲을 이해하기 위한 목차 읽기다. 이걸 하지 않고 깊이 들어가는 건 나에겐 수심도 모르고 아무 준비도 안한채 물속에 들어가는 것과도 같은 공포심을 준다.
내가 육아를 하면서도 다른 것들에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이유는 '육아'라는 책의 목차를 나 나름대로 정리하고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육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잠, 식단이다. 잠에 대한 중요도를 이해 못한 상태에서 아이에게 발도르프 교육이니 그림책 육아니 알아보다 보면 아이도 부모도 길을 잃기 마련이다. 정보가 미친 듯이 넘쳐나는 시대이니 당연하다. 이런 식으로 나에게는 큰 그림을 이해하면 다음 단계, 또 다음 단계로의 이해를 하는 게 게임을 클리어하듯 재미를 준다. 정보를 수집하고 가지치기하고 발산하고 수렴하고를 반복한다. 그게 나에게 큰 충족감을 준다. 육아에서 얻은 이해는 건강에 대한 기본 이해와 연결이 되고 육아에서 부모를 힘들게 하는 욕구들이 사실은 부모 자신의 욕망, 노후, 대리만족, 성공, 경제적인 이유 등에서 야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부모가 행복해야 육아도 수월하다. 그래서 나는 나의 자아실현에 집중하는 게 이 모든 걸 해결하는 기본 뿌리다.
이렇게 사람마다 자신이 충족감을 느끼는 미시적 동기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다 보면 제로섬 게임이 아닌 나만의 성공으로 가는 길을 내가 개척해나갈 수 있다. 나 역시 그 길로 가는 길목에 있지만 두렵지 않은 이유는 나와 가치관을 공유하는 멋진 동료들을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미시적 동기 깨닫기 외의 원칙에 선택 분간하기, 전략 알기, 목적지 무시하기가 있지만 나는 이 글에서 모든 걸 다루지 않으려고 한다. 이 책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과 더불어 나 역시 이 책을 꼭꼭 잘 씹어서 소화시키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책 전체를 요약하듯 글을 쓰는 것은 나의 미시적 동기를 전혀 자극시키지 못한다. 나는 뭐든 내 삶에 직접 '적용'하고 더 깊이 있게 알게 되었을 때 더 큰 즐거움을 느낀다. 이 글을 쓰면서 또 하나의 미시적 동기를 찾은 것 같다.
P.S. 이 책의 목차 스키밍과 다른 책과의 연결고리가 궁금하다면 아래 글에서.
https://m.blog.naver.com/onekite1025/22221241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