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이기심은 무조건적인 이타심보다 이롭다
'이기적'이란 말은 꽤 오랫동안 부정적인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다.
최근 들어서야 '큰 맘먹고' 이기적이기를 권하는 분위기가 아주 조금씩 형성되고 있다. 자기 마음에 솔직해지고 쌓아두지 말아야 한다는 책들도 꽤 많이 보이고 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기적인 결정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 선택에 대한 결과가 좋은 경우에만 결과적으로 옳은 것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전을 찾아봐도 이기적이라는 단어에 대해 부정적인 면이 절실히 드러난다.
이기적: [관형사, 명사]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는, 또는 그런 것.
사전부터가 안티다. 그러니 이기적인 사람은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는 내가 이기적이라는 것을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게 나를 상당히 오랜 기간 괴롭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기적이지 않기 위해 좀 더 다른 이를 배려하려고도 노력해봤고 뭔가 다른 착한 일로 나의 이기적인 행동들을 무마시키려는 노력도 해봤다. 그래도 결국 나는 나를 우선시하고 내 이익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이기적인 나에게는 착하지 않은 아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것 같았다. 많은 어른들이 이기적인 선택보다는 남을 더 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사회 속에서는 굳이 남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내 안의 목소리가 나를 항상 감시하게 된다.
'이기적인 선택은 나빠'
라고.
그렇다면 이타적인 것은 무조건 좋은 것일까.
이타적: 자기의 이익보다는 다른 이의 이익을 더 꾀하는, 또는 그런 것.
그런데 우리는 그 사람을 위해서 한 일인데 오히려 그 사람은 기뻐하지 않는 일들이 종종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기뻐하지 않는 건 고사하고 오히려 불쾌해하거나 욕먹는 일도 생긴다. 그럴 때 우리는 정말 억울하다. 그리고 그런 이타적인 행동을 한 나를 오해한 상대방이 삐뚤어졌다고 생각함으로써 나의 '이타적' 행동을 정당화한다. 사실 자기 자신만큼 나를 아는 사람도 없고(요새는 스스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많긴 하지만) 타인의 마음을 알기란 더더욱 어려운 법이다. 우리는 단지 그 사람이 좋아하겠지 짐작할 뿐이다.
그렇다면 뭣도 모르고 자기 마음대로 상대가 좋아하겠지 하고 하는 '이타적'인 행동이 오히려 '이타심'을 가장한 '자기만족'일 수도 있지 않을까. 차라리 '건강한' 이기심이 관계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이기적이면 안되고 타인을 배려해야 한다는 압박에 짓눌려 나 스스로를 병들게 하는 것보다,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항상 후회 없는 선택을 하는 건강한 이기심이 무조건적인 이타심보다는 훨씬 건강하고 이롭다고 생각한다.
흔히 사람들은 착한 아이 콤플렉스라고 하지만 그건 착한 아이 콤플렉스라기보다 나 자신을 방치한 거로 밖에 안 보인다고 한다면 너무 잔인한 걸까. 용기를 내어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당연하게 건강한 이기심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 그게 타인에게도 이롭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