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과 주말이 맞닿은 어느 여름날,
서울의 숨결을 잠시 벗어나고 싶었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
그 적당함 속에서 떠오른 이름—하남.
한강의 상류,
서울 시민의 젖줄이 시작되는 그곳엔
검단산이 우뚝 서 있고,
미사경륜장이 길게 펼쳐진다.
자전거길은 강을 따라 유려하게 뻗어 있고,
갈대숲은 바람에 몸을 맡긴 채
도심 속 자연의 숨결을 속삭인다.
그 풍경 속에서 나는 묻는다.
“나를 감동하게 할 공간은 어디일까?”
맛집도 좋고, 고즈넉한 카페도 좋지만
그날은 왠지,
조금 더 깊은 무언가를 원했다.
그러다 문득,
눈에 띈 이름 하나—시오스.
철학적이고 심오한 울림을 가진 그 이름은
찰나의 시선 속에서 나를 멈추게 했다.
두리번거리던 발걸음은
그곳 앞에서 조용히 멈췄고,
필자는 미끄러지듯 문을 열었다.
시오스는 단순한 카페가 아니었다.
그곳은 시간 위에 지어진 집이었다.
회색빛 콘크리트의 미학은
차가움보다 고요함을 품고 있었고,
계단식 탁자는 그저 살포시,
누구라도 앉게 만드는 따뜻한 배려였다.
벽에 걸린 그림 한 점,
그대가 나인 듯
고요한 감성을 그려냈다.
그날, 필자는 커피를 마신 것이 아니라
공간을 마셨다.
시오스는 나에게
한 잔의 휴식이 아니라
한 편의 함의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