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노르웨이 그리고 오슬로 이 순간 젖을 만큼 비가 내린다

베낭을 둘러 매고 [12-5]

by 임진수

-배낭을 둘러 매고 [12-5편] 북유럽...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더니, 젖을 만큼 비는 여전히 내린다.


스스로 늦잠을 자고 나서, 주변 시티 사진을 찍다가 시간에 쫓겼다.


빠른 걸음으로 3분 거리도 안 된다는 안도감이 자신을 스스로 느슨하게 만들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그 세련된 기차를 타고 또다시 바다를 가로질러 노르웨이를 가는 코스였다.

아침 8시에 출발하는 말뫼 행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타고자 하는 이 기차는 바다를 건네주는 역할을 하는 만큼 오슬로로 가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아침 8시에 출발해, 한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곳은 어제 새벽에 잠시 들렀던 말뫼. 여기서 다시 기차를 타야 한다. 아 ~ 예테보리'괴테 보리 헷갈린다'



40분 정도의 여유의 시간이 있어, 역 주변에서 잠시 바닷바람을 쏘였다.


말뫼도 한나절 정도는 돌아보며 구경할 곳이 있다고 했지만, 일정상 역 주변을 돌아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쾨테보리를 가는 기차를 탔다. 오래된 낡은 기차였지만 실내는 비교적 깨끗했다.


창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린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오슬로를 향해 다소 허름한 기차를 타고 북으로 북으로 달려올라 간다.

예테보리 역이다. 비가 억수로 왔다. 오슬로로 가는 기차를 갈아타야 했다.


오른쪽 기차는 필자를 말뫼에서 태우고 온 기차였고, 왼쪽 기차는 필자를 오슬로까지 데려다 줄 기차였다.


이번 여행을 위해 스칸레일패스를 구입했다. 일등석과 이 등석을 놓고 많은 고민을 했다.

이 등석 기차의 내부는 이처럼 생겼다. 물론 말뫼에서 예테보리까지 가는 기차는 더욱 형편없었다우리의 무궁화보다도 다소 처지는 것 같아 보였다.


기차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서 일등석을 구입하려 했으나,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많이 피곤하면 쿠셋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그럴 경우 일등석이나 이 등석의 차이는 없는 만큼 조금 고생하자 하는 생각에 이 등석을 구입했다.


다행히 북유럽의 기차는 대부분 우리나라처럼 의자가 뒤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다행이었다.


대부분의 유럽 기차는 고정된 의자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아 오히려 편했다.


4시간 남짓한 기차여행은 오슬로 중앙역에 내려놨다. 지은 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깨끗했다.

<드디어 오슬로 역에 도착. >


오전에 출발한 기차가 오후 늦은(오후 4시 45분)시간에 도착했다. 갑자기 허기가 몰려 온다.


역 2층에 있는 버거킹으로 달려가 빅맥 세트를 시켜 요기했다.우리 돈으로 1만 원이 좀 넘는 것 같다. (그 나라의 물가를 알려면 햄버거 가격으로 추정 할 수 있다.)


참으로 비싸다는 생각도 할 겨를도 없이 게는 감추듯 뚝딱 해치웠다.


이곳은 이번 북유럽 여행의 목적이라 할 수 있는 피오르드를 보러 가는 첫 관문이었던 만큼, 좀 더 많은 정보가 필요 했다.


역 안에는 역시 여행정보 센터가 있었다. 어디선가 이곳에서 기차표와 배표, 버스 등을 연계한 피오르드 상품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는 글을 본 것 같아 들어가 봤다.


역시 번호대기표를 뽑아야 했다.

관광안내소의 안내를 받기 위해서, 기계에서 번호표를 뽑아야 한다. 여러 가지 여행 상품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시즌이 지난 관계로 거의 이용할 수가 없었다.


여행책자에 나온 피요르드 관광은 그중의 한 부분이었고 1년 내내 둘러볼 수 있는 피요르드 맛보기였다.

참으로 길고 멋진 협곡 관광코스가 많았다.


하지만 시즌이 끝나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을 접고 책자에 나온, 송네피오르 관광에 만족해야 했다.


일단 베르겐으로 가야 했다. 야간열차를 예약했다. 오슬로를 밤 23시 11분에 출발해 베르겐에 다음날 6시 57분에 도착하는 기차였다. 일반 좌석을 예약했다.


오늘 타본 기차로 짐작하건대 의자가 뒤로 젖혀지는 만큼 다소 불편하다 해도 하룻밤 지새는 데는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결과 판단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예약비는 30 노르웨이 크로네,지하로 내려가 코인 로커에 짐을 넣고 오슬로 시내 관광에 나섰다.

<오슬로 중앙역 입구 광장>


조용하고 차분한 도시였다. 오슬로 시가지..


역시 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시가지를 천천히 돌아보고 다시 부둣가 쪽으로 발을 옮겼다.



















한나라의 수도라는 이미지보다는 쓸쓸함이 도시 전체를 누르는 허전함에 왠지 울컥해지는 감정까지 느끼게 했다.


뒤에 멀리 보이는 것이 왕궁이다. 왕궁까지 이어지는 카를 요한스 거리...거리의 악사 노을을 배경으로 부두에서 연주하는 곡은 왠지 모를 낯설고 허전해하는 여행객들의 심금을 울려주기 충분하다.

<부둣가에서 >


7시가 넘어가면서 거리는 다시 조용해지기 시작한다.보통의 북유럽 도시는 밤이 너무 허전하다.


여행시즌이 끝나가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겠지만,흔히들 말하는 잘 사는 나라 북유럽의 막연한 이미지와 거리가 멀었던 게 사실이다.

<멀리 보이는 건물이 위에서 설명한 왕궁이다>


밤늦도록 시내를 돌아다니다 기차역으로 돌아왔다.<오슬로 시가지의 야경>

비행기에서 한국인 승무원이 여행할 때 먹으라며 푸짐하게 담아준 1회용 김치를 몇 개 꺼내서 바게트와 함께 역 벤치에서 발라 먹는 맛은 여행의 또 다른 묘미였다.


빵에 일회용 고추장을 발라먹으면 느끼함이 없어지고 그 또한 맛이 일품이다.

오슬로 중앙역의 시계. 23시 11분 베르겐 가는 기차가 표시돼 있다. 지금 시각은 밤 10시 50분


의자에 앉아서 가야 하는 밤열차, 여행이라서 자리가 불편하면 안 될 텐데 하는 걱정했지만, 다행히 좌석은 몸을 젖힐 수 있어 편했다.

베르겐 가는 야간열차의 내부. 그런대로 잠을 자는 데는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가방을 몸 가까이에 안전하게 두고 잠을 청했다.


가방을 통째로 가져가는 도둑이 심하다는 말 때문이다. 열차 내의 조명도 많이 어두워지면서 잠을 청하기에 좋은 분위기를 조성해 준다.


그런데 창밖에 자꾸 빗방울이 부딪친다. 약간의 고향 생각과 쓸쓸함이 밀려왔다.


내일 비 오면 안 되는데…….!걱정이 앞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궁극적인 목적은 '완벽한'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