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박한 도시 '베르겐' 운무가 밤새우다!
배낭을 둘러 매고 [12-7]
배낭을 둘러 매고 [12-7]
-북유럽 -
- 간밤의 걱정이 현실로 다가왔다.
창밖에 비가 펑펑 내리는 것이다. 참으로 비가 많이 내리는 나라다.
항상 칙칙하고 우울하고 습한 듯 촉촉함의 여유를 담는다.
언제 다시금 이곳에 올지 모르는 상황에 비가 온다고
그칠 때까지 호텔에 머물 수는 없었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시내로 나섰다. 어제 아침에 들렀던 어시장으로 향했다.
비가 왔지만, 노점 어시장은 섰다. 빵에 얇게 연어를 썰어 마요네즈와 새우를 얹은 빵을 몇 개 샀다. 물론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그래도 요기를 하니 든든하다.
베르겐 시내를 높은 곳에서 조망하기 위해 등산용 케이블카가 놓인 인근의 야산에 올랐다.
바람이 불어 춥고 비를 맞아 썰렁하긴 했지만, 운무가 끼어있는 흐린 베르겐의 시가지는 그런대로 운치가 있었다.
어제 피오르드 관광을 같이했던 아랍계 관광객을 만났다.
가벼운 눈인사를 나눈 뒤 아쉬움을 갖고 산에서 내려왔다.
배가 고파 오 길에 인근의 빵집에 들어갔다. 비교적 빵이 쌌다.
주인인 듯한 점원 아가씨가 친절하게 맞아준다.
역시 우리의 주식인 바게트에 연어와 야채, 새우등이 얹어진 큼직한 빵에 커피를 사서 비 오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요기 시작했다.
빵집에 앉아 창밖을 보여 커피를 마셔본 적이 언제였던가. "수년도 훨씬 넘은 것 같다.
그런데 아뿔싸. 어젯밤 피요르드 찍은 자료를 돌려 보다가 중간에 잠이 들었는데 끝 부분을 돌려놓지 않고 아침의 베르겐 시가지를 찍는 바람에 중간의 한 10분 정도가 지워져 버렸다.
아까워라……. 하지만 피요르드를 워낙 많이 찍어 중요한 부분들은 지워지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빵집에 않자 책자를 보니 이곳 가까운 곳에 한자 박물관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두드러진 박물관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저 평범한 3층 목조 가옥을 오래전 그대로
보존하고 당시 쓰던 물건들을 집안 여기저기에 배치해 놓은 것이 전부인 박물관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큰 박물관으로 생각하고 책에 표시된 박물관 주변에서 10분 이상을 찾아봤지만 허사였다'
길 가던 아가씨에게 물어보니, 지금 서 있는 곳이 그 박물관 정문 앞에 있었다. 참으로 황~~~ 당..
수백 년 전 노르웨이 뱃사람들의 생활상이 그대로 재현돼 있었다.
일기와 옷가지에서부터 동전, 그릇, 세숫대야, 우산, 침대 등등 한 가정의 생활상을 한눈에 그려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침대 크기가 생각보다 작았다.
옛날 이곳 사람들도 지금처럼 날씬하고 큰 키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40분 정도 이곳을 둘러봤는데 아직도 창밖엔 비가 오고 있다.
비를 맞으며 다시 시내 관광에 나섰다.
우리로 치면 큰 도로변과 연결된 한 골목길에 발길을 멈췄다. 골목에 나무가 깔린 것이다.
중고등학교의 복도처럼……. 신기함을 느끼면 사진 한 장...
이곳은 구시가였다. 도로 주변엔 액세서리와 기념품, 노르웨이의 특산품을 판매하는 여러
상점들이 죽 늘어서 있었다.
노르웨이 특산품인 겨울용 남자 스웨터를 큰 맘먹고 샀다.
면세가 가능하다며 텍스프리 영수증을 발급해 준다.
내일 오슬로 가서 스톡홀름까지 갈 거라니까 오슬로 우체국에서 이 영수증을 제시하면
돈을 환급해줄 거라 한다.
그런데 다시 배가 고파진다.
길거리에 여러 생선을 파는 가게가 있다.
유리창 너머로 안들 들여다보니 우리의 주식인
바게트에 각종 생선 튀김 등을 진열해 놓고 팔고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다시 이곳에 들어가 연어 알을 담아놓은 캔을 하나 사고 생선 튀김
(우리로 치면 두꺼운 생선가스를 생각하면 된다)
을 종류별로 몇 개 사서 가게 안에서 먹는다.
연어 알이 올려진 아주 고급 요리다. 모처럼 입맛에 맞는다.
저녁은 물론이고 내일 아침까지 때우려 샀던 튀김을 그 자리에서 다 먹었다.
그곳을 나오니 이젠 간단한 맥주가 한잔 생각이 난다.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카페가 줄지어
있었다.
옷도 말리고 추위도 녹일 겸 비교적 조용하고 차분한 한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생맥주를 한잔 사서 바다를 바라보며 쭉~~~ 밖 날씨가 금세 어두워 지려 한다.
해가 짧아지고 있는 데다 비까지 오니까 더욱 그런가 보다.
생맥주를 한잔 더 마시고 다시금 바닷가를 따라 신도시 지역으로 갔다. 비는 일단 그쳤다.
가는 도중에 막 문을 닫으려는 가게에 들어갔다.
입구에서 우리가 오늘 온종일 먹었던 바게트를 떨이라 그런지 무척 싸게 판다.
잽싸게 3개를 샀다. 대부분 상가는 일찍 문을 닫았다.
조그마한 백화점 한 곳이 문을 열어놓았다. 음, 아이쇼핑도 할 겸 이곳저곳 들러본다.
북유럽답게 역시 물가는 비싸다. 쇼핑센터에서 선물 몇 개사서 나왔다.
위 사진은 배의 골조를 아래서 보는 구조 사진이다.
참고로 이곳 베르겐의 적지 않은 시설의 엘리베이터는 신기하게 생겼다.
우리처럼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게 아니라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면
우리네의 보통문과 똑같은 문을 열고 타야 하고 또 내릴 때도
그냥 문처럼 손잡이를 돌려 열어야 한다.
즉 엄청나게 구식이란 얘기……. 아~참 덴마크에서 호텔도 그랬다.
베르겐 호텔도 그랬고 또 신식으로 지은 이곳 백화점의 엘리베이터도 그렇다.
신식 백화점에 구식처럼 느껴지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게 무슨 이유일까……. 값이 싼가???
시가지는 비교적 화려했다. 날이 어두워져 야경만 보게 된 것이 조금은 아쉽다.
베르겐 역으로 이어진 길을 걸으며 주변을 둘러본다.
비교적 조용하고 차분한 도시……. 이곳이 마지막이란 생각에 열심히
카메라를 돌리다 보니 어제 들렀던 역 주변의 쇼핑센터가 나온다.
(이곳 쇼핑센터는 버스터미널과 연계돼 있어 적지 않은 사람들로 비교적 늦게까지 붐빈다.)
역에 도착하니 10시. 배낭족들의 코스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비슷한 모양이다.
어제 본 일본 아가씨 2명이 역시 우리와 같은 기차를 타기 위해선지 한쪽에 자리를 잡고 책자를 뒤적이고 있다.
11시에 오슬로로 가는 밤 기차를 타야 한다.
그런데 걱정이 하나 생긴다.
면세 용지를 제출해야 할 우체국은 역에서 제법 떨어져 있는 같은데
기차를 갈아탈 시간은 고작 30분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 돈으로 약 5만 원 정도를 환불받을 수 있는데 시간도 없고 또 문을 여는 시간도 우리가 도착하는 딱 그 시간이었다.
하여간 역에 내리면서 달리기를 시작, 반드시 환급을 받으리라 다짐하며 기차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