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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노을이 헬싱키 바다를 잠들게 한다

배낭을 둘러 매고 [12-8]

by 임진수

[북유럽 8편]

배낭을 둘러 매고 [12-8]


-북유럽- "한 폭의 그림 같은 저녁노을은 당신을 압도하고 말 것이다"


새벽, 동이 트기도 전에 ‘오슬로’ 중앙역에 도착했다.


전편에서 설명했듯이 역시 남은 시간은 30분. 그들이 준 책자에 설명한 대로 오슬로 중앙우체국이 아침 7시에 문을 여는 만큼 인적이 뜸한 역 주변의 행인들에게 물어물어 중앙우체국에 10 분만에 도착했다.


그런데 웬걸, 아직 출근들을 하기 전인지 뒷문으로 보이는 샛문으로만 몇몇 직원들이 출입하는 것 같았다.


이상한 감이 들었지만 부딪쳐 보는 수밖에 뒷문으로 들어가는 문에 서서 초인종을 누르니 안에서 우편 분리 작업을 하던 착하게 생긴 직원이 웃으며 문을 연다.

돈을 환불받으러 왔다며 서류를 보여주자 이 친구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옆 사람에게 묻는다.


그 친구도 처음 보는 것 같다며 또 다른 사람에게 서류를 건넨다.


그러자 이 친구 왈. 중앙역 안에 있는 우체국에 가면 환급을 해줄 거라고 설명을 해준다.


이런 낭패가. 다시 역을 향했다. 한번 달렸던 길이라 5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역 1층에 우체국 문이 열려 있었고 그중의 한 코너에서 환급 작업을 해주는 아가씨가 다소곳이 앉아 있는 것 아닌가.


반갑기도 하고 개뿔, 아침에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뛰어다닌 게 조금은 약 오르기도 하고. 하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데 흐뭇함을 가졌다.


돈도 일부 환급받았겠다. 간단한 음료수와 빵을 사서 기차를 탔다.

<오슬로에서 스톡홀름 가는 길에 창밖에 펼쳐졌던 주변 모습이다>


오슬로에서 스톡홀름으로 가는 기차는 무척 깨끗하고 세련됐다.


주변의 경관은 역시 산과 들이 어울려 참으로 아름다워 보였다.


농부들이 들판에 나와 일하는 모습과 쭉 펼쳐진 산림의 풍경. 빠르게 달리는 기차의 속도에 스치는 풍경은 그림에서나 본 듯한 겨울나무는 멍드는지도 모르고 빙긋이 웃는 것인지 삐진 것인지 창밖 나를 반긴다.


큰 나뭇가지마다 나뭇잎들을 매달고 있는 ‘키 큰, 나무’들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기차역 내부 노르웨이와 스톡홀름을 연결하는 국제선 기차의 내부>


이름 모를 간이역을 지나 멈춰서 있는 듯 가기를 반복하며 오후 1시 30분경 달리는 기차도 피곤한지 스톡홀름 중앙역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에서 두 번째로 방문하는 스톡홀름 중앙역이다. 며칠 전 들렸던 곳이라 그런지 낯설지가 않다.

영화 속에 나오는 '타이타닉 익호' 배와 같다.

오늘은 핀란드의 헬싱키로 가는 날이다. 스톡홀름에서 5시에 출발하는 배를 타고 다음 날 아침 헬싱키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실야 라인과 바이킹 라인이 스톡홀름과 헬싱키를 운항한다.


필자는 실야 라인을 타기로 마음먹은 만큼 실야 라인이 출발하는 부두로 향했다.

중앙역 2층으로 연결된 별도의 터미널에서 각지로 향하는 버스들이 출발한다고 가르쳐 준다.


- 실야 라인 항구로 가는 버스는 터미널 29번 자리에서 출발한다.


아침 7시 15분부터 저녁 7시 30분까지 거의 30분 간격으로 중앙역과 항구를 오간다.


점심을 아직 해결하지 못한 만큼 버거킹에서 햄버거 세트를 사서 버스에 올랐다.

- 배에 올라타 있는 승객들의 모습이다

이 배는 무려 12층의 높이에 대형 백화점 같다. 엘리베이터까지 있어 여기저기 쇼핑을 즐길 수도 있다.


나이트클럽과 주류 전문샵을 갖추고 있다. 와~우 대박이다. 와인 7년 산 1병에 우리 돈 1~15,000원이다 생각보다 "싸다.


그렇다 고해서 무거운 관계로 가지고 갈 수도 없고, 다 마셔 버릴 수도 없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배 안의 쇼핑센터…….>

항구에 도착하니 거의 3시가 가까워졌다. 야간열차에 시달리고 낮 기차에 체력을 빼앗긴 만큼, 침대가 필요했다.


가장 싼 침대칸을 원한다 했더니 3명이 쓰는 방을 준다. 배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케빈이다.

그림을 보니 자동차가 내가 묶는 방보다 위에 있다. 대체 어떻게 생긴 방이지……. 궁금했다.

바가 가운데 외로워 보이는 저 섬은 뭘까! 혹시 닭볶음탕 집? 필자가 생각하는 닭볶음탕 집은 점점 멀어져간다.

바닷가의 멋진 집들이 풍경을 더해준다.

하지만 가장 싼 방도 제법 깨끗하다고 여행안내 책자에 나와 있는 만큼 큰 걱정은 없었다.


(의자에 앉아서 거의 20시간을 있었던 만큼 두 발만 쭉 펼 수 있으면 그만이지 뭐…….)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이거 장난이 아니다. 바로 눈앞에 있는 배의 규모가 일단 나를 압도한다.


배는 말 없는 바다를 가르며 어둠을 맞이한다.


어느덧 석양이 드리워지더니 내가 바다에 떠 있고, 저 배는 멈춰 서있는 듯 보였다.


배 위에서 바라본 바다는 금세 석양의 한 폭의 그림을 펼쳐놓는다.


이제 석양도 점점 멀어져간다. 나도 점점 멀어져간다. 그 따스함이 점점 멀어져간다.


어둠이 깔리니 석양마저 아쉬워진다. 뒤따라오는 저 배도 아쉬워했다.

석양도 아쉬워 살짝 비춰준다. 날 기억해 달라고...

지금까지 타본 배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금강산 가는 배였다.


처음 그 배를 탔을 때도 적잖이 놀랐는데 이 배의 규모는 그것을 크게 뛰어넘는다.


승선시간이 돼서 배에 올랐다.

역시 장난이 아니다. 배까지 가는 중간중간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이건 하나의 호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백 개의 객실이 있고 나이트클럽, 카페, 사우나, 노래방, 갖가지 레스토랑, 빠찡코, 어린이 놀이방, 면세점, 슈퍼, 옷가게, 화장품 가게 등 없는 것이 없다.


밑에는 차가 실려있는 만큼 대규모 주차장까지 완비한 초특급 호텔이었다.


선상에선 갖가지 행사가 펼쳐지고 모든 매장은 입장료 없이 무료로 드나들 수 있었다.


비도 오지 않는 맑은 날씨, 여행을 망쳐버린 비, 비에 진저리가 난다. 나는 비가 무척이나 싫었다. 배에서 바라본 석양이 대단했다.


스탠드바에서 생맥주 몇 잔을 시켜 먹었다.

갑판에 나와보니 어느새 바다는 노을로 인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지하의 면세점에서 캔맥주 몇 개를 사서 다시 갑판으로 나왔다.

어두워질 때까지 갑판에서 주변 경관을 바라봤다.

요트가 떠다니고 주변에 오가는 배들로 바다는 분주했다.


나이트클럽에 들렀다. 모두가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모습이다.


리키마틴의 귀에 익은 노래가 연주되고 있다. 생맥주를 한잔 사서 들고 유럽인들의 밤 문화를 엿보기로 했다.


배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가라오케에도 가봤다.

그다지 오래된 팝송을 부르며 모두가 즐거워한다.

10대 ~50대가 넘는 중년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흥에 겨워한다.


(지금부터 20~30년 전에 히트했던 노래들이 이곳에선 지금도 베스트 노래로 불 이우고 있었다)

-배 안에서 펼쳐지는 나이트클럽에서의 공연, 리키마틴의 귀에 익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얼굴이...

배 안에 있는 침실 방이 있고 타원형 유리관 밖에는 깊은 바닷속이다.


새벽 한 시쯤 방으로 내려왔다. 아무도 없다. 4명이 묵는 방을 사용다.


다른 방들은 대부분 차있는데 1인실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배에 동양인은 여자 몇몇을 제외하곤 거의 모두가 서양인이었다. 방 배치에 신경을 썼던 모양이다.


어찌 됐던 그런대로 멋진 방에서 편안하게 잘 수 있었다.


이어 눈을 뜨면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 도착하게 된다. 설렘도 있지만, 여행이 끝나간다는 아쉬움을 안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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