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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모먼트 Jan 18. 2019

꽃 폐기율 2%의 비결

셀 수 없는 것을 세기 위한 노력

"If you can not measure, you can not manage"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다면 개선시킬 수 없다. 경영학의 구루인 '피터 드러커'가 남긴 유명한 말입니다. 


꽃을 판매하는 일을 하면서 비용 중 가장 크게 차지하는 항목이 무엇일까요? 

재료비? 인건비? 임대료? 


대부분의 경우 재료비가 가장 큰 비용항목이 됩니다. 그런데 사입한 꽃의 절반 가량이 사실은 버리는 꽃이라면 어떨까요? 


꽃은 생물이라 유통기한이 짧고 보관과 관리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국내의 경우 정확한 통계가 나와있진 않지만, 미국의 오프라인 플라워샵의 경우 대략 40~50%의 꽃이 판매되지 못하고 버려진다고 합니다. 이렇게 버려지는 폐기비용은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되게 되어 꽃다발의 가격을 높여도 판매자는 생각보다 적은 이익만 남게 됩니다. 



원모먼트도 처음 온라인으로 꽃을 배달하는 일을 시작했을 당시, 매일 상당한 양의 꽃이 버리고 있었습니다. 

100리터 쓰레기 봉투에 꽃을 가득 넣어 매일 버리는 것이 일과였습니다. 너무너무 아까웠습니다. 가뜩이나 꽃값이 매우 비싼 졸업시즌이나 5월 어버이날 시즌에는 돈다발을 쓰레기 봉투에 넣어 내다버리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폐기율을 줄일 수 있을까?" 회사가 이익을 내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였습니다. 


1. 우선 꽃을 전부 센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결 조건은 원재료를 측정가능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꽃은 '전통적으로' 한 단, 두 단 이런식으로 세었기 때문에 막연하게 부피단위로 계산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존에는 플로리스트가 냉장고의 꽃을 눈으로 보고 '이 정도 남았으니 내일 장사하려면 이만큼 더 시켜야겠네' 같은 방식으로 발주를 했었습니다. 


우선은 재고를 관리하기 위해선 계량화가 가능해야 했기에 꽃을 '송이'단위로 일일이 세기로 했습니다. 최근엔 나름의 방법론이 생겨서 10분이면 끝나는 작업이지만 처음에는 매일 1시간 넘게 꽃을 세는것이 퇴근 전 일과였습니다. 


2. 무조건 특1급 꽃만 쓴다. 

꽃은 경매에 올려질때의 품질에 따라서, 그리고 시장에서 당일에 팔리지 않고 남은 경우, 가격이 조금씩 떨어집니다. 당장은 1급, 2급 꽃들이 조금 싸기 때문에 원가를 절감하는 것 같지만, 저품질의 꽃을 쓰게되면 컨디셔닝 도중에 버리는 꽃의 양이 상당하고 하루만 지나도 시드는 꽃들이 속출합니다. 


저희는 경매직후 사입한 특1급 꽃들을 2일 이내에 모두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굉장히 타이트하게 재고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3. 회전율이 핵심이다. 

꽃은 도매시장에서 1단에 종류에 따라 10~20송이씩 묶어서 판매됩니다. 그러나 꽃다발에 사용되는 꽃은 2-3송이에 불과합니다. 그럼 1단의 꽃을 모두 소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3-4개의 꽃다발이 판매되어야 합니다. 마케팅을 열심히 해서 주문수를 늘릴 수록 폐기율이 줄어드는 선순환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2018년 원모먼트의 평균 월간 폐기율은 약 2.3%였습니다. 

이렇게 절감한 비용을 계속 더 나은 배송 서비스와 마케팅에 투자함으로서 점차적으로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지난 3년간 꾸준히 사입한 꽃의 재고데이터를 쌓으면서 점점 업무의 효율이 높아지는 것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엑셀에 입력해둔 산식을 통해 상품별 예상 판매량을 입력하면 품목별 발주량이 자동으로 게산되도록 해서 발주업무가 매우 쾌적(?)해 졌습니다. 


혁신이란 질문없이 따르던 업계의 통념을 뒤집을 때 가능해지는 것 같습니다. 기존 업계상식에서는 꽃은 당연히 셀수 없는 것이고 생물이라 어느정도 버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그것을 원가에 반영해서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꽃을 계량가능하게 소분해서 관리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고를 최적화하기 위해 노력한 덕분에 원모먼트는 초기에 비해 꽃을 사용하는 양은 5배 이상 늘었지만 버리는 쓰레기 봉투는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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