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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Kim Dec 14. 2021

진단 검사(diagnostic test)

구성원들의 성격과 강점을 알았다. 그 다음은?

“난 9번이야.”, “나도 9번.”, “난 5번인데.”

어떤 물건을 선택하거나 대기표와 같은 것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말이 아니다. 일종의 성격유형검사인 에니어그램(Enneagram)에서 분류된 9가지의 성격유형 중 자신에 해당되는 번호를 지칭하는 것이다.


에니어그램 뿐만이 아니다. MBTI(Myers-Briggs-Type Indicator) 검사도 익숙하다. 이는 사람의 성격유형을 16개로 구분하여 ‘ENFJ’ 등과 같은 알파벳의 조합으로 제시해준다. 이 밖에도 버크만 검사(Birkman method)라든지 강점 진단 등과 같이 개인의 성격 혹은 특성 등에 대해 알 수 있는 검사도구들이 많이 있다.

이러한 진단검사 도구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조직의 경우에는 구성원들에 대해 보다 잘 알아보기 위해 도입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종류의 진단검사를 통해 도출된 결과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하나같이 부정적인 내용이나 개인 및 조직에 따른 구체적인 적용방안은 제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유형(type)이나 방식(style) 혹은 특성(personalities) 등을 다루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와 같은 도구를 통해 스스로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다. 만일 이러한 경험이 있다면 대부분은 진단검사 결과에 대해 상당 부분 공감하게 되고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자신의 성격이나 강점 등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과거의 자신을 돌이켜보고 앞으로 어떤 점에 관심을 두어야 할 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나 이를 조직에서 사용하고자 한다면 이 정도로는 안된다. 각 개인별 도출된 결과에 대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더 많은 고민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를 테면 어떤 진단검사를 해서 A라는 구성원의 유형이나 강점이 “H”로 나왔다면 “H”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것으로 끝나면 안된다는 것이다.

만일 이 정도로 끝나게 되면 조직에서는 많은 비용을 들였지만 구성원들에게는 일회성 이벤트에 지나지 않고 ‘그래서 뭐?(so what?)’라는 질문만 남기게 된다. 시간을 더 추가해서 다른 구성원들간 서로의 결과를 공유한다고 해도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조직에서는 이와 같은 종류의 개인 진단이나 검사 결과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먼저 팀 편성을 하는데 접목시켜 볼 필요가 있다. 소위 말해 합이 맞는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팀 편성을 해보는 것이다. 특히, 조직 내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거나 구성원들이 함께 있는데 불편함을 느낀다고 생각된다면 개인별 특성 및 유형에 기반한 팀 조정을 시도해봐야 한다. 이미 많은 사례에서 알려진 바와 같이 구성원들은 업무보다는 대인관계 측면에서의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데 구성원들간 합이 맞지 않는 것은 그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직무를 배분하거나 부여하는데 있어서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좌뇌를 주로 사용하는 구성원에게 적합한 업무가 있고 우뇌를 주로 사용하는 구성원에게 적합한 업무가 있다. 내성적인 성격과 외향적인 성격에 따라서도 달라지며 과업 중심적인 특성과 대인관계 중심적인 특성에도 영향을 받는다. 물론 모든 구성원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적합한 직무를 부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겠으나 적어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시도해봐야 한다. 자신에게 맞지 않거나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것만큼 불편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의 특성이나 강점 등이 잘 발현될 수 있는 업무 혹은 프로젝트를 만들어보는 것도 하나의 활용방안이 될 수 있다. 이는 “이 업무는 누가하면 좋을까?” 혹은 “누가 할래?” 등과 같이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로부터 “이 업무를 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업무와 프로젝트를 기획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에 하고 있던 업무라면 수행하는 방식 등의 변화를 생각해볼 수도 있다. 이렇게 되어야 적어도 업무에 있어서만큼은 일정 부분 주인의식(ownership)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구성원들에게는 작은 성공의 경험도 제공해 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구성원들의 진단검사는 단순하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이후에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로 접근해야 한다. 이른바 후속조치(follow-up)가 뒤따르지 않으면 개인의 변화도 조직의 변화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직에서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이와 같은 진단검사를 해보겠다고 하면 하고자 하는 목적과 이후의 계획을 보다 명확하게 정해야 하고 구성원들에게도 알려야 한다.


아울러 만일 여러 형태로 계획한 후속조치가 망설여지거나 무리할 것이라고 느껴지면 일종의 파일럿 테스트를 먼저 해보는 것도 좋다. 적어도 재미와 흥미를 위해 도입한 진단검사가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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