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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Kim Oct 10. 2023

당신에게 필요한 세가지 맛

의미, 흥미 그리고 재미

“헌혈 릴레이를 펼치고자 합니다. 헌혈을 통해 누군가를 살릴 수 있고 나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되며 헌혈증 기부를 통해 사회적 기여도 할 수 있습니다."


위의 글은 지난 2016년 필자가 속한 대한민국 육군 학사장교 27기 총동기회 SNS에 동기생 한 명이 이벤트를 제안하는 차원에서 개인적으로 올린 글이다.


그리고 그 해  임관 2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현역 및 예비역 장교 동기생들자발적 헌혈과 함께 헌혈증을 모아 기증했다.


이렇게 불현 듯 시작된 헌혈 릴레이는 헌혈한 동기생이 헌혈 인증사진을 SNS에 탑재하고 헌혈을 이어나갈 동기생 5명을 지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아이디어가 실행으로 옮겨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많은 동기생들이 자신의 헌혈 인증사진을 보내왔고 자발적인 동참의지를 표현하는 댓글이 올라왔다. 필자 역시 인증사진과 함께 5명의 동기생을 지명했다.      


물론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다보니 이 과정에서 중복으로 헌혈을 지명받은 이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지명받은 횟수만큼 헌혈해야 한다’는 나름대로 재미있는 기준도 만들어졌다.


그리고 전혈은 2달이 지나야 다시 할 수 있지만 성분헌혈은 2주만 지나도 다시 할 수 있다는 정보를 공유한 동기생은 ‘그렇다고 자신을 다시 지명하지는 말아 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으며 ‘당분간 동기들의 연락을 받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재치있는 글도 동기생들의 미소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필자는 이와 같은 상황을 보면서 헌혈 릴레이가 어떻게 동기생들의 공감을 얻고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었으며 확산되는 상황까지 만들었을까를 생각해보았다.


그 결과 이번 이벤트에는 세 가지 맛(三味)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첫 번째 맛은 의미(意味)이다. 어찌 보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일수도 있지만 단순히 아이디어만 제시한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의미와 사회적인 의미까지 부여했다. 의미가 명확하고 이에 대해 공감이 된다면 실행으로 옮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두 번째 맛은 흥미(興味)이다. 흥미는 관심이기도 한데 이를 위해서는 빠른 시간 내에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 관건이다. 의미에는 공감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막상 나서는 이가 없다면 흐지부지해지기 마련이다. 우리의 경우에는 불과 이틀 만에 동기생 한 명이 올려놓은 단 한 장의 헌혈증 사진이 그 역할을 했다.      


세 번째 맛은 바로 재미이다. 참여하면 의미는 물론, 재미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직접 만날 수는 없어도 온라인상에서 주고받는 대화들은 재미도 있을뿐더러 그동안 연락이 소원했던 동기들과의 연결고리도 되었고 시간을 거슬러 20여년 전의 모습으로 다시 만나는 계기도 되었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고 실행으로 옮겨지는 모습은 비단 특정 조직이나 이벤트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나 해야 할 일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흥미를 불러일으키며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어제까지의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이 된다.      


당신이 하고 있는 일,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에는 의미, 흥미, 재미라는 세 가지 맛이 녹아있는가? 그리고 당신이 한 조직의 리더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당신과 당신의 동료들은 이 세 가지 맛을 공유하고 있는가?      


만일 아직 그 맛을 느끼지 못했다면 하루라도 빨리 그 맛을 찾아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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