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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Kim May 23. 2024

Straight vs. Cycloid

직선의 삶과 곡선의 삶


왼쪽 상단에서 오른쪽 하단으로 공을 굴려본다고 생각해보자. 가장 짧은 길은 당연히 직선(straight)이다. 그러나 직선이 가장 빠른 길은 아니다. 오히려 가장 빠른 길은 곡선이다. 이른바 사이클로이드(cycloid)라고 일컬어진다.


만약 의심스럽다면 공이 굴러갈 수 있는 틀을 만들고 초시계와 공 하나를 준비해서 굴려보면 확인할 수 있다. 직접 실험하기가 어렵다면 이에 대한 영상을 찾아 확인해 봐도 된다.


그런데 이와 같은 현상이 비단 물리학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소통에서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일상에서 심심치 않게 사용되고 있는 약어(略語)나 줄임말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명사를 중심으로 한 소통 등은 소통에 있어 직선에 해당될 수도 있다.


직선은 효율성을 추구한다. 바쁜 사회에서 효율성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문제도 있다. 상대방이 알아들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빠른 소통을 위해 사용된 짧은 용어를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한다면 이에 대한 설명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경우라면 가장 빠른 소통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설명하는 시간까지 더한다면 그리 빠른 소통은 아닐 수 있다.


상대방에게 주는 피드백도 비슷하다. 잘못된 점을 여과없이 이야기하면 바로 개선될 것 같지만 듣는 입장에서 보면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직설적인 이야기나 여과되지 않은 표현은 상대방의 감정을 다치게 할 수도 있고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차분하게 말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것은 효과적인 소통에 있어 필수불가결하다. 이는 곡선에 해당된다.


곡선은 효과성을 추구한다. 때때로 더뎌 보일 수도 있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상대방에게 오래토록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이해도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와 같은 사이클로이드는 소통을 넘어 개인의 삶으로도 확대된다. 삶을 직선으로 바라보는 경우라면 매 순간 가장 짧은 길, 즉 효율성에 중점을 두고 접근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예를 들어 입학을 했으면 제때 졸업을 해야 하고 승진 역시 제때 해야 만족한다. 그 시간을 단축했다면 더할 나위없이 기쁘기도 하다. 이와 함께 눈앞에 장애물이 있다면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는 사람과의 만남이나 관계에 있어서도 비슷하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괜찮겠지만 조금이라도 어긋난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면 자책을 하게 되거나 실망을 하게 된다. 때때로 실패했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곡선으로 바라보는 삶은 다르다. 기다림의 과정 속에서 성찰을 하게 된다. 앞으로 나아가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우회하여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도 있다. 또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기도 한다. 문제가 발생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처한 경우라면 유연하게 접근할 가능성도 크다. 이는 삶에 있어 효율성을 넘어 효과성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두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과정 속에서 배움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개인에게 있어 성찰과 배움이 쌓이고 선순환이 되면 삶의 지혜도 하나둘씩 생겨난다. 삶에 있어 여유도 찾을 수 있다. 주변도 둘러볼 수 있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도 보이고 이로 인해 얻게 되는 것들도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많다.


물론 이와 같은 과정이 지금 당장은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일부분이나 단기간이 아닌 전체 그리고 장기간을 놓고 보면 훨씬 더 빠르고 효과적이다.


지나온 삶을 돌이켜보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 것이 반드시 효과적이지만은 않았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이에 더해 추월(追越)도 직선이 아닌 곡선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서안나 시인은 <곡선의 힘>이라는 시에서 ‘나는 곡선과 격렬하게 싸운다’고 표현했다. 곡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직선의 삶을 곡선의 삶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의지와 선택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혹 지금까지 직선의 삶을 살아왔거나 이를 추구해왔다면 잠시 숨을 고르고 곡선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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