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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Kim Jun 04. 2024

잘 챙기기

챙겨야 할 것이 많은 세상입니다. 어렸을 때에는 물건을 잘 챙겨야 했습니다. 예를 들면 우산, 가방, 지갑 등과 같은 물건들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한 번쯤은 그 물건들을 챙기지 못하고 잃어버렸던 일들이 있을 것입니다.


비가 와서 우산을 들고 나갔는데 비가 그치고나니 우산을 챙기지 않은 것입니다. 현재의 상황에 너무나 충실한 경우라고 아름답게 생각해봅니다. 가방을 들고 갔는데 이런 저런 일들로 인해 가방을 챙기지 못하기도 한 적이 있습니다. 무엇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상황에 몰입했을 것이라고 변명해봅니다. 지갑도 가끔씩 챙기지 못해 난처하게 된 적도 있습니다. 다른 물건과 달리 지갑을 챙기지 못하면 상대적으로 번거로운 일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그래도 큰 돈을 넣고 다니지는 않았으니 다행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해봅니다.


돌이켜보면 물건을 챙기지 못했던 것은 혼자 감내하면 되는 일들이었습니다. 챙기지 못한 물건, 그래서 잃어버린 물건들이 아깝기도 하지만 그리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챙기지 못해 문제가 되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정신입니다. 특히 혼자가 아닌 여럿이 있을 때에는 정신을 잘 챙겼어야 했습니다. 이를 테면 수업시간에 정신을 딴 곳에 두고 있다가는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모임에서 정신을 딴 곳에 두고 있으면 대화에 낄 수가 없었습니다. 회의에서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고 엉뚱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신을 챙기지 못하는 것은 물건을 챙기지 못했을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손해가 큽니다. 성적이 오르지 않고 관계가 소원해지기도 합니다. 일을 하는데 있어서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른바 손이 많이 가는 유형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처음 한 두 번 정도야 주변에서의 이해도 있고 양해도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정신을 챙기지 못하면 협업도 물건너가고 주변에 사람들이 하나 둘 멀어져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고자 물건도 잘 챙기고 정신도 잘 챙길 수 있게 되었는데 챙겨야 할 것이 또 생겼습니다.


바로 건강입니다. 특히 마음 건강입니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마음을 챙겨야 하는 것입니다. 마음챙김(mindfulness)은 고대 인도의 팔리어 싸띠(sati)에서 유래한 용어입니다. 그리고 자각, 주의, 주의집중, 비판단적 수용, 탈중심적 주의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각은 현재 순간에 일어나는 신체적・심리적・정서적 경험에 대한 즉각적이고 명료한 알아차림을 의미하며 주의는 현재의 사건과 경험, 과업에 집중하고 주의를 유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비판단적 수용은 어떠한 문제에 대해 자기 경험을 통한 평가나 판단을 멈추고 현재 문제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말하며 탈중심적 주의는 마음에 나타나는 현상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관찰자의 관점과 위치에서 바라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마음챙김이 이 시대의 화두가 된 지도 오래되었습니다. 마음을 챙기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도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개인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한 두 번의 이벤트성 프로그램으로는 챙기기 어려운 것이 마음이기도 합니다.


마음챙김은 일상에서 숨쉬듯 이루어져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감사메모를 적어보기를 권합니다. 어쩌다 한 번 적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 적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하루에도 감사할 일들이 꽤 많습니다. 너무 많아 보이지 않고 생각나지 않는 것일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매일 다섯 가지 정도의 감사메모를 적기 시작한지 6년째입니다. 단 하루도 거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평안(安)을 얻었습니다. 일상에서 마음을 챙기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챙겨야 할 것이 많은 세상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이 있다면 또한 잃어버리면 정말 곤란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물건이 아니라 마음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오늘부터 당장 감사한 일 다섯 가지를 적어보면 어떨까요? 감사함을 생각하는 과정도 마음챙김의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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