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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되면 둘 다 힘들어지는 일

위임과 수임

by Dr Kim

어떤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물론 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만 있다고 맡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성이나 태도도 갖추어야 한다.


이는 오래전에 발표된 연구이기는 하지만 상황적 리더십 모델(situational leadership model)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 모델에서는 개인의 역량과 의지를 판단의 기준으로 위임이 가능한 사람을 제시하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위임(委任)은 역량도 있고 의지도 있는 사람에게 해야 한다.


한편 어떤 일을 맡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이 역시 할 수 있다는 생각이나 하고 싶다는 의지만 가지고는 어렵다. 그 일을 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 즉 역량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위임의 대상을 선정하거나 수임(受任)을 하고자 한다면 무턱대고 할 것이 아니라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는 위임할 수 있는 일과 수임할 수 있는 일에 있어서도 다르지 않다. 부적절한 위임이나 수임은 개인과 조직에 크고 작은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살펴봐야 할 것이 있다. 먼저 위임하는 입장에서는 위임해도 되는 일과 안되는 일을 구분해야 한다.


이를테면 공유된 가치나 공동의 목표 또는 지향점 등에 부합하는 일은 위임이 가능하다. 또한 위임을 통한 개인이나 조직의 성장이나 성공을 기대할 수 있는 일도 포함된다. 위임할 사람이 잘 할 수 있는 일은 물론, 위임을 하는 입장에서 기꺼이 책임을 질 수 있는 일도 위임의 대상이 된다.


즉 위임할 수 있는 일은 공유된 가치나 목표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접근하는 관점이나 방법의 차이를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위임할 수 없거나 위임해서는 안되는 일이 있다. 목표가 모호하거나 불확실한 일이다. 불명확한 일이나 위임자가 책임질 생각이 없는 일 등도 포함된다. 위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스스로 하기 싫은 일이나 명분이 없는 일도 마찬가지다.


이와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는 일들은 위임이 아닌 전가(轉嫁)다. 이런 일들은 잘되면 내 탓이고 안되면 남 탓을 하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위임은 반대다. 잘되면 위임받은 사람의 능력 덕분이고 안되면 위임한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위임을 하게 된다면 이러한 사항을 반드시 확인해봐야 한다.


이와 함께 수임하는 입장에서도 살펴봐야 하는 것들이 있다. 수임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판단하는 것이다.


수임할 수 있는 일은 위임하는 일에 비해 비교적 명확하다. 스스로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여부다. 할 수 있다는 것은 개인의 의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작게는 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확보되어 있는지부터 시작해서 관련된 경험이 쌓여있는지 그리고 기대하는 결과물에 대한 청사진을 가지고 있는지 등도 포함된다. 이와 같은 판단을 통해 가능하다고 여겨진다면 수임이 가능한 일이다.


물론 이와 같은 판단의 기저에는 수임하는 일의 목적을 이해하는 것과 함께 추구하는 가치를 공유하고 그 일의 의미에 대한 공감이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만일 수임자가 이 정도의 판단이 서지 않거나 이러한 판단을 하기에 앞서 수임하려는 일을 통해 개인의 영달이나 이익 등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면 수임해서는 안된다.


더군다나 수임하기 위해 스스로를 과대포장하는 일도 피해야 한다. 개인의 욕심이나 이기적인 생각에 기반한 수임은 결과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임과 마찬가지로 수임하기 전에는 반드시 심사숙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생각해보면 삶과 일에서 위임과 수임은 빈번하게 이루어진다. 이러한 위임과 수임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스로를 객관화시켜봐야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해야 하고 보고 들었던 것을 했던 것으로 착각하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한마디로 위임과 수임에는 무리가 없어야 한다. 그것이 개인과 조직에게도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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