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14일간의 자가격리를 하게 되었다. 코로나19 밀접접촉자로 분류되면서부터다. 증상은 없었지만 선별진료소에서 PCR검사를 받았다. 정확히는 받아야 한다고 해서 받은 것이다.
검사는 정말 간편한 과정 속에서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검사를 받아 본 경험이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들어보니 검사를 하시는 분에 따라 아픔의 차이가 있다고 했다. 다행히 나는 숙련된 의료진의 검사를 받은 것 같다. 감사했다.
이후 집으로의 이동이 남았다. 선별진료소에서 받은 안내문에는 버스나 지하철은 이용하지 말라는 내용이 있었다. 집까지의 거리가 가깝지는 않아 잠시 고민하기는 했지만 이내 택시를 이용했다. 조금 과장해서 생각하면 그렇게 하는 것이 공동체의 일원으로써 마땅히 해야 할 바라고 생각했다.
택시에서 내려 집에 들어가기 전에 가족들에게 상황을 알리고 14일간 혼자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달라고 했다. 다행히 공간은 있었다.
자가격리를 하게 되면 무엇보다 움직임이 줄어들 것이 뻔히 예상되어 혼자 지내게 될 방으로 실내운동기구를 옮겨 놓았다. 억지로라도 자가격리기간 중에는 운동을 할 생각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읽어야 할 책들과 노트북도 가지고 왔다.방 안에서만 있어야 하는데 나에게는 반드시 있어야 할 것들이기 때문이다.
집에 오자마자 이렇게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방으로 들어가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몇 시간 전에 했던 PCR검사 결과는 다음 날이나 되어야 알 수 있다고 했다. 불안감을 느꼈다. 음성인지 혹은 양성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그 원인일게다.
그러는 동안 보건소 및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한마디로 자가격리수칙을 잘 준수해달라는 친절한 안내였다. 모르긴해도 적어도 1년 이상 이와 같은 안내를 수많은 사람들에게 해왔을 터인데 귀찮음이나 대충대충함은 느낄 수 없었다. 감사할 따름이다.
자가격리 첫번째 날에는 그야말로 독방에서 자유로움을 느끼며 음악도 듣고 TV도 보고 영화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물론 운동도 했다.
둘째 날 아침부터 휴대폰에서 눈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 어제 했던 PCR 검사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직장 내 밀접접촉자였기 때문에 나말고도 여러 사람들이 자가격리된 상황이어서 검사결과가 나오면 알려줘야 했다.
검사받은 곳들이 서로 달라서인지 결과를 통보받은 사람도 있고 아직 통보받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나는 오전 10시가 다 되어가는데에도 문자메시지를 받지 못했다.
먼저 결과를 알게된 사람들은 모두가 음성 판정을 받았다. 다행이다. 그런데 나는 아직이었다. 조금 더 기다려도 되는데 기다릴 마음의 여유가 없어 전화를 했다. 대략 네 다섯번 정도 시도한 끝에 연결되었다.
생년월일과 이름을 확인한 후 결과를 알려주었다. 음성. 마치 중요한 시험에 합격한 듯한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양성이었다면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을 마주해야 하고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음성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자가격리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역학조사결과 보건당국으로부터 밀접접촉자로 분류되면 검사결과와 관계없이 14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이렇게 시작된 자가격리 둘째 날에는 비로소 심적인 안정감을 갖게 되었다.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도 있었다. 감사할따름이다.
자가격리 세번째 날이 밝았다. 이미 자가격리자용 앱을 설치해서 하루에 두 번씩 체온과 몸의 이상 유무를 기록하고 있지만 하루에 한 번씩은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이날에는 자가격리자를 위한 물품을 전달받았다. 럭키박스라는 생각으로 언박싱했다. 체온계, 소독제 등을 비롯해서 간편식품 등이 담겨있었다. 이 역시 감사했다.
자가격리라는 갑작스러운 상황은 불안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런데 불안감에서 벗어나니 여유와 함께 감사함이 찾아왔다. 감사라는 것이 어떤 조건이 충족되어야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에게 지난 3일간은 그랬다.
앞으로 이렇게 방 안에서 나오지 못한채 11일을 더 있어야 한다.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주변에서는 모처럼 휴식의 시간을 가지라고들 한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못했던 것을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이니 이 시간들을 잘 사용하라고도 한다. 둘 다 맞는 말이다.
이 두 가지를 모두 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생겼다. 감사함에 대해 정리해 볼 생각이다. 다행히 지난 2년여의 시간동안 매일 다섯 가지씩 감사메모를 적어 놓았다. 갯수로 보자면 약 3,800여개쯤 된다.
중복되는 내용도 많겠지만 지금 아니면 따로 생각해보거나 정리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보면 무엇을 하든지간에 적기는 바로 지금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