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후 맞이한 부동산 폭등
우리 부부의 내 집 마련 타이밍은 정말 기가 막혔다. 2020년 6월 초, 매매 계약을 했고 그로부터 약 보름 뒤인 6월 17일 정부에서 ‘6·17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그리고 이 대책은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한다는 목적과는 달리 유례없는 부동산 폭등을 불러 일으켰다.
3개월 뒤에 우리 아파트는 1억이 올랐다.
1년 뒤엔 1억이 올랐다.
‘내 집’ 마련 후 1년 반도 안 돼 2억을 번 것이다.
우리에게 2억이란? 태어나서 만져본 적도, 마련해본 적도 없는 돈이다. 남편과 내가 10년 넘게 각자 직장생활에 올인하며 성실하게 저축했음에도, 모은 돈을 합쳤을 땐 2억이 채 되지 않았다. 근데 그 돈을, 우리 집이 순식간에 벌었다.
당시 우리 부부는 아파트 실거래가를 확인하고 ‘이 집이 평당 얼마가 됐는지’ 가격을 매기며 노는 게 취미였다. 현실은 빚에 허덕이는 영끌 신혼부부였음에도, 부동산 부자가 된 것 같은 착각 속에 얼떨떨한 행복을 누렸다.
그래서 집을 모시고 살았다.
보통 내 집을 사면 못질만큼은 마음껏 한다던데, 우리는 귀한 집 벽에 못이 박히는 게 마음 아파 그 흔한 그림 한 장 걸지 않았다. 새하얗게 비어있는 벽에 벽시계 하나만큼은 걸자고 마음 먹었을 땐 오랜 고민 끝에 다이소에서 꼭꼬핀을 사 벽지에 아주 살살 밀어 넣었다.
청소도 일상이 됐다. 결혼 전엔 청소기 한 번 밀지 않고 살았지만 매일 아침저녁으로 물건을 정리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베란다 문틈을 닦는 등의 일들이 일상이 됐다.
심지어 집이 너무 좋아 그 좋아하던 카페도 끊었다. 바글바글한 스타벅스보다 안락한 내 집에서 마시는 커피가 훨씬 더 맛있었다.
무엇보다 이 집에 있으면 남편과 아주 먼 미래까지 계획할 수 있어 행복했다.
돈 많이 벌어서 얼른 집 대출금을 갚자-
빚을 털고 온전히 내 집이 됐을 때 거실에서 큰 파티를 열자-
훗날 이 방은 아기방으로 만들어주자-
나이 들면 집 근처 산을 매일 오르자-
이런 대화들이 쌓일수록 이 집에서의 미래는 더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그려졌다.
계속 이렇게 시간이 흐른다면 우리 부부의 인생에 꽃길, 돈길까진 아니어도
흙길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됐다.
얼마 뒤, 부동산이 폭락해 머리를 싸매는 순간이 올 거라곤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