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 부부는 아기가 태어나기 전 꽤 큰 유모차를 미리 준비해놨었다. 생후 1년 미만 아기를 태우기엔 튼튼한 유모차가 좋다기에 바퀴가 큰 디럭스형을 골랐는데, 문제는 이 유모차 크기가 생각보다 크다는 점이었다. 집이 작기 때문에 유모차를 접어둬야 해서 나름 접이가 용이한 제품을 골라 샀는데도 유모차는 펼치든 접든, 일단 그 자체로 방 한구석을 크게 차지했다. 안 그래도 작은 아기 방이 유모차 때문에 훨씬 더 작아졌다. 덕분에 플레이룸으로 만들 계획이었던 아기 방은 현재 유모차 방으로 쓰이는 중이다.
다른 집은 이 큰 유모차를 어떻게 보관하는지 궁금해 육아하는 지인들에게 물었더니 그들은 내 질문을 오히려 의아해했다. 한 명은 유모차는 현관에 보관하면 된다며, 굳이 접어 두지도 않는다고 했다. 아... 그의 집 현관은 꽤나 넓은 모양이었다. 우리 집 현관엔 신발 두세 켤레만 나와 있어도 현관이 꽉 찬다.
또 다른 한 명은 현관문 밖에 두고 비닐을 씌워둔다고 했다. 참고로 그 친구의 집은 계단식이었다. 우리 집 같은 복도식 아파트엔 유모차나 자전거 등을 집 앞에 두면 안 된다. 다른 주민들이 복도를 이동할 때 피해가 갈 수 있어서다.
두 번의 물음에 모두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해, 일부러 복도식 아파트에 사는 친구를 찾아내 물었더니, 그 친구는 디럭스 유모차를 사지 않았다고 했다. 집에 둘 곳이 없으니 아기가 어릴 땐 아기띠만 이용하고, 큰 다음에 작은 휴대용 유모차를 샀다는 것.
결국 우리가 고른 유모차는 이 복도식 아파트엔 맞지 않는다는 결론.
그래도 비싼 돈 주고 샀으니 뽕을 뽑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외출할 때마다 방에서 현관으로 끙끙대며 이 유모차를 이고 지고 가, 접어둔 유모차를 다시 열고, 그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집에 돌아오면 이걸 다시 역순으로 반복하지만 요즘처럼 더운 날엔 유모차 세팅하면서 탄식하게 된다.
나는 왜 굳-이 큰 유모차를 비싼 돈 주고 사서 모셔두고 살고 있으며,
매일 피고 접고 옮기며 아까운 에너지를 다 쓰고 있는가 ?
아기 한 명 안는 것만으로도 어깨가 끊어질 것 같은데 !
결국, 나는 조만간 이 유모차를 중고로 팔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우리의 첫 유모차가 다음엔 꼭 계단식 아파트에 사는 주인에게 가기를 바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