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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리니 Jun 25. 2023

#맘스타그램에 작은 집은 없다

엄마의 집타령

남편과 함께 영끌해 마련한 IN 서울 내 집은

방 3개, 화장실 1개의 실평수 18.13평의 복도식 아파트다.     


우리 집은 작은 평수임에도 방이 3개이고, 베란다 확장도 돼 있지 않아 같은 평형의 다른 집에 비해서도 특히나 거실이 좁은 편이다. 게다가 신혼 가구로 꽤 큰 사이즈의 다이닝 테이블, 비교적 공간 차지를 많이 하는 셰리프 TV까지 들여 여유 공간은 더 적었다. 불과 몇 년 뒤에 아기를 낳아 키우게 될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 한 채 누가 봐도 신혼부부 맞춤형 인테리어를 마쳤다.     


테이블&TV로 채웠던 신혼집 거실

성인 둘이 살기엔 모자람 없는 공간이었지만, 집 평수와 인테리어 특성상 아기와 함께하는 그림은 그려지지 않는 집이었다.     




나는 우리 집처럼 좁은 거실에서 육아할 때 필요한 정보를 찾고 싶었다. 수많은 육아용품 중에 꼭 한두 개만 구매해야 한다면 그게 무엇인지, 육아할 때 공간을 최대한 잘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지인들에게 물어보기도 했지만 대부분 나보다 넓은 거실에 살거나 육아한 지 너무 오래돼 잘 기억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저조한 출산율이 입증하듯 주변에 출산한 친구들 자체가 정말 적었다.      


지인 찬스 실패 후,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았다. #좁은집육아 #좁은거실활용 등 ‘좁은 집’에서 육아하는 인테리어 레퍼런스를 검색했으나 원하는 정보는 없었다.


보이는 건 온통 풍요로운 #맘스타그램.   세계에선 참 많은 부모들이 모자람 없이 아기를 키운. 널찍한 거실, 푹신한 매트, 아기 침대, 바운서, 모빌, 책장, 미끄럼틀은 디폴트. 조금 더 큰 아기들은 거실 중앙을 차지하고 앉아 촉감놀이도 하고 모래놀이도 하며 다양한 놀이활동을 다.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놀랍도록 깔끔한 살림살이는 덤.     


이제와 생각해보면 '좁은 집'이란 키워드로 육아 사진을 찾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었다. 좁은 집에서 육아하는 엄마들이 아기 키우는 사진을 올릴 때 굳이  크기를 밝힐 이유가 없으니까. 지금의 나만 해도, 자식 키우는 일에 관해서 만큼은 그게 맘스타그램이든 집이든 부족해 보이고 싶지 않다.


전에 어떤 부모가 육아 프로가 나오면 돌린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한강뷰 집에 육아용품을 꽉 채워놓고, 매주 아기와 놀러 다니며 돈까지 버는 연예인들을 보면 괴리감이 느껴진다는 거였다. 그땐 크게 와닿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이제는 이해된다.   




그나저나 좁은 집에서 육아하는 방법은 내 스스로 찾는 수밖에 없게 됐고, 나는 일단 거실 한 켠을 차지 중인 셰리프 TV부터 당근에 내놨다. 벽걸이 TV를 걸자는 남편과 대립하며 샀던 감성 TV이자 나의 최애 가전이었는데 구매가의 반에 반 가격에 중고로 급처했.


잘 가, 더 넓은 집에 가- 나의 셰리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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