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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학생A Apr 13. 2023

유럽 여행 1. 첫 경유의 짜릿함

그냥 유학생A의 그냥 여행기

* 이 글은 1월 13일부터 2월 5일까지 런던, 파리, 샤모니, 바르셀로나로 이어진 유럽 여행기입니다. 그날그날 작성한 일기 형식이라서 내용이 다소 두서가 없고 장황할 수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이 글은 The Clash - London Calling을 들으시면서 읽으면 더욱 좋습니다.


Jan 13 AM 12:30



비행기가 출발한 지 한 시간 정도 되었다.

3주간의 여행의 시작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처음 가보는 미지의 장소에 대한 막연한 걱정은 여행의 필수 요소이고, 그것이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또, 이런 맛에 여행하는 거고.


그렇지만 첫 유럽여행, 거기에다 하도 소매치기니 치안이니 하는 괴담을 많이 듣다 보니 좀 무섭긴 하다. 뭐 런던도 파리도 바르셀로나도 사람 사는 동네니 뭔 일 있겠나 싶지만, 초행길은 언제나 두렵다.


게다가 경유를 제외하고도 서울-두바이 10시간, 두바이-런던 8시간, 총 18시간의 비행이다. 물론 비행기도 많이 타보고 공항에서 긴 시간 대기도 해본 경험이 있지만, 경유는 처음인지라 걱정이 산더미다. 여행 시작도 전에 지쳐버리진 않겠지...


에이, 걱정하기보단 즐겨야겠다.




놀랍게도, 내가 좋아하는 음악 앨범들이 기내 VOD에 많이 있었다. 비틀즈, 퀸, 레드 제플린, 메탈리카, 너바나 등등... 한국 항공사 비행기에서는 보지 못했던 광경이다. 역시 산유국 UAE의 플래그 캐리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뭔가 남다르다.


기내식 역시 맛있었다.

소고기는 좀 뻑뻑하긴 했지만, 기내식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고, 그걸 차치하더라도 꽤나 맛있는 기내식이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빅토리아 스펀지. 이름 모를 과일 때문에 신 맛이 강했는데, 이게 단 맛을 잡아주면서 느끼하지 않고 깔끔했다.


다 먹고 나온 커피도 맛있었다. 로스팅이 좀 탔는지 쓴 맛이 강하기는 했지만...



Jan 13 AM 7:35 (Dubai Time)


입국장에서 들리는 "아잔"

두바이에 도착했다. 7시간 경유라서 공항 밖으로는 나가지 못하지만, 그래도 해외에 내가 나와있다는 사실에 조금 들뜨는 건 사실이다. 나는 신나거나 들뜨면 실수를 많이 하니 마음을 좀 가라앉혀야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들리는 기도문. 아랍어로 “아잔”이라고 하는, 정확히 말하면 기도 시간 전에 낭송하는 일종의 외침 같은 것이다. 하루에 5번 울리는데, 때마침 일출 전에 비행기가 도착해 들을 수 있었다.


공항의 첫인상은 그냥 인천 공항 파트 2, 별 다른 특별한 요소는 없었다. 그냥 아랍어가 많이 보인다 정도?

다만 공항 내 물가가 상상을 초월한다. 커피 한잔, 스무디 한잔, 요거트 하나, 부리토 하나가 5만원이다 맙소사... 공항이라고 더럽게 비싸다. 역시 밥은 공항에서 먹는 게 아니다.



McArabia

외국을 여행하면 나라별로 항상 한 번씩은 들르는 맥도날드. 현지화 정책이 잘 되어있는 맥도날드라서 어딜 가나 그 나라만의 메뉴가 있다. 예를 들면, 말레이시아에서는 닭죽 (Bubur Ayam)과 나시 레막 (Nasi Lemak)이 판다. 멀리 갈 것 없이 우리나라에서 불고기버거와 맥스파이시 상하이 버거가 파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두바이에는 ‘McArabia'라는 메뉴가 있었다. 가격은 세트 기준 37 디르함 (약 12,300원).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먹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한 번 사 먹어 봤다.


빵이 아주 특이했다. 피타 (Pita)라고 하는 중동식 빵이 여타 다른 햄버거의 그것과 사뭇 다른 느낌과 맛을 보여주었다.


맛은 케밥 비스무리한 무언가의 맛이 난다. 야채도 많고, 닭 패티도 빵과 꽤나 어울렸다. 전형적인 햄버거라고 보긴 힘들었지만, 생각보다 맛이 아주 괜찮아서 조금 놀랐다. 빅맥을 시켰다면 후회할 뻔했다.



두바이 공항에는 야자수가 있다. 실제 나무인지 장식인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두바이 국제공항. IATA 코드로 DXB라고 불리는 공항은 전 세계 대부분을 취항하는 공항답게 그 스케일이 남달랐다. 우선 터미널이 3개이고, 그중 제3 터미널은 무려 A380 전용 터미널이라고 한다. 나 역시 A380을 타고 입국을 한지라 3 터미널에서 내려서 B787 항공기를 타기 위해 1 터미널로 이동해야 했다.


7시간의 경유 동안 공항 이곳저곳을 구경하는데, 터미널의 끝에서 끝까지 이동하는 데 걸어서 30분을 넘게 걸어야 했다. 거기에 2층 높이의 인공 분수부터 엄청난 규모의 24시간 면세점, A380 만이 가득한 터미널까지... 많은 공항을 돌아다녀봤지만 이 정도로 돈 냄새가 그득한 공항은 처음인 것 같다.


에미레이츠 항공의 B787-800 비행기. 나를 히드로 공항으로 안내해줄 녀석이다.

7시간의 길다면 긴 대기시간이 지나고, 이제 런던 히드로 공항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3주간의 여정의 시작점인 런던. 제발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여행이 끝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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