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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인 Jan 09. 2020

처음 사 본 정품 나이키 운동화

짝퉁 인생

28살의 초겨울 무렵.


새 신발을 신은 어색한 내 모습을 바라봤다. 항상 3만 원이 채 넘지 않는 짝퉁 신발만 신다가 처음으로 정품 나이키 운동화를 산 것이다.


1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평범한 운동화였지만 그 운동화를 신은 내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뭔가 억울함이 밀려왔다. 짝퉁 운동화만을 사던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대기업을 다니면서도 여전히 짝퉁만 사 신던 내가 나를 위해 산 첫 사치품이었다.


한 때 세상은 내 편이 아니라 생각했다. 남과 계속해서 비교하다 보니 한없이 초라해지는 내 모습에 좌절도 했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성공이나 행복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들로 느껴지기도 했다.


'나도 아버지가 있었으면, 집에 돈이 많았으면...'같은 생각은 수없이 했다. 하지만 그런 건 바란다고 바뀌는 것들이 아니었다.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인생을 바꿔보기로 했다. 어차피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지 않던가.


그렇게 커피 트럭을 만들어 전국일주를 하고, 무일푼으로 한국을 떠나 30개국을 여행하기도 했다. 여행이 끝난 후 청년,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 운영을 시작으로 현재 10개가량 되는 직업을 가진 채 살아가고 있다.


난 잘 살고 싶었다. 다만 내 상황에 따라 잘 사는 것의 기준은 바뀌어만 갔다. 돈이 없던 학창 시절에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 고3 때는 수능을 잘 봐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취업준비를 하던 대학교 4학년 때는 좋은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잘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아무리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던, 어렵게만 느껴졌던 행복은 내가 원하는 걸 선택하며 달려가는 순간 자연스레 내게 왔다.


평범하지만 순탄치만은 않았던 내 이야기를 써 내려가 보려 한다.

앞으로의 글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누군가에게는 용기가, 누군가에게는 변화의 시작점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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