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깨달은 마음의 상처
상처를 받은 지도 모르다 시간이 지난 후 상처를 발견하는 경우들이 있다.
나에겐 초등학교 3학년 때의 기억이 그렇다.
당시에 난 성적이 꽤나 괜찮았다. 반에서 1등을 다투었고, 반장이기도 했다.
공부 잘하는 걸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누군가에겐 난 꽤 괜찮은 학생으로 평가받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친구들 사이에서는 그런 것들이 뭐가 중요하랴.
함께 뛰어노는 운동 좋아하는 친구였을 뿐.
여러 친구들 중에서도 유난히 친했던 단짝 친구가 한 명 있었다. 학교를 마치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항상 함께 놀던 친구였다.
어머니와 단 둘이 살던 난 어머니가 회사에서 돌아오시는 저녁까지는 집에 가도 혼자였기에 일찍 집에 들어가기를 싫어했다. 그 날도 평소처럼 친구들과 어울려 축구를 한바탕 한 후 단짝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
“쟤는 아빠 없으니까 같이 놀지마!”
친구 어머니께서 친구에게 말했다. 일부러 내가 들을 수 있게 말하신 듯 했다.
어린 마음에 뭔가 너무 억울했다.
‘난 공부도 잘하고 반장이기도 한데, 아빠가 없고 싶어서 없는 것도 아닌데, 친구와 함께 노는 게 그냥 좋은 것뿐인데, 내가 뭘 잘못한 거지?’
당시에는 내가 상처를 받은 지 몰랐다.
단지 친한 친구와 함께 못 놀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금 억울하고 걱정스러웠을 뿐이었다.
상처인 줄 몰랐던 그 날의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내게 상처로 다가왔다.
청소년기를 지나며 상처는 또렷이 가슴에 남았다. 다신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예의 바르게, 더 좋은 친구가, 더 좋은 사람이 되려 노력했다.
당시에 내게 무엇이 가장 필요한 지 난 알 수 없었다. 단지 내가 더 단단해져서 상처를 입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을 뿐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어쩌면 내게 제일 필요했던 건 상처받은 나를 이해해주는 누군가였지 않았을까. 나를 이해해주고 내 이야기에 공감해주는 누군가가 옆에 있었다면 훨씬 더 수월하게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으리라.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그런 마음가짐만 있어도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기억하자.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