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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드러머 Nov 09. 2021

낯선 사람들

People Are Strange

낯선 곳에 가면 사람들은 모두 낯설게 보여요 People are strange when you're a stranger
당신이 혼자일 때 얼굴들은 추해 보여요 Faces look ugly when you're alone
당신이 원하지 않을 때 여자들은 사악해 보이고 Women seem wicked when you're unwanted
당신이 쓰러질 때 길은 울퉁불퉁해요 Streets are uneven when you're down
당신이 낯선 사람일 때 When you're strange
비를 맞으며 얼굴들이 나오고 Faces come out of the rain
당신이 낯선 사람일 때 When you're strange
아무도 당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요 No one remembers your name


교수님 심부름으로 어느 장례식장에 인사를 간 적이 있었다. 아는 사람 한 명도 없는 곳이었고 그곳에 내가 왜 있어야 하는지조차도 몰랐다. 왠지 모르게 나 자신이 초라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들도 내가 낯설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누군지 모를 뿐만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도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눈치 볼 필요가 없었지만 급하게 밥을 말아먹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곳을 나왔다. 다시는 낯선 곳에 가지 말아야지 하면서


우리는 모두 낯선 곳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이다. 친한 친구도 연인도 낯선 사람일 때 그들을 만났다. 그들 중 일부와는 사랑을 하고 그들 중 일부와는 여전히 낯선 존재로 남게 되었고 그들 중 일부와는 처음의 낯선 존재로 되돌아가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영화 <클로저>는 낯선 곳에서 만난 두 사람이 연인이 되고 다시 낯선 존재가 된다는 이야기에 관한 영화다. 소설가가 꿈인 신문사 부고 기자 댄(주드로 분)과 뉴욕에서 온 스트립댄서 앨리스(나탈리 포트만 분)도 처음엔 낯선 사람들이었다. 어느 날 앨리스가 출근길 아침 런던 거리에서 차에 치이게 된다. 이를 본 댄이 앨리스에게 다가갔고 정신을 차린 앨리스가 댄을 보고 '안녕, 낯선 사람'이라고 말을 건네면서 둘의 관계가 시작된다. 낯선 사람에서 시작된 두 사람은 사랑을 하게 되고 영화 제목처럼 가까운 사이가 된다. 하지만 둘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다시 처음의 낯선 사이로 돌아가고 만다. 낯선 사람과 가까운 사람의 차이점은 결국 이해다. 그러니까 낯선 사람이(stranger) 가까운 사람(closer)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면 낯선 사람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하루키는 <상실의 시대>에서 낯설어지는 것은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번 더 물어보겠는데, 왜 그렇게 멍한 얼굴을 하고 있어?
"아마 세상에 잘 어울리지 못하기 때문일 거야"라고 나는 잠시 생각하고 나서 말했다.
"어쩐지, 이곳이 현실 세계가 아닌 것처럼 여겨져, 사람들도 풍경도, 어쩐지 현실 세계같이 안 보인다는 말이야"
그녀는 테이블에 한쪽 팔꿈치로 턱을 괸 채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짐 모리슨의 노래에 분명히 그런 게 있었어. People are strange when you are a stranger"
"피스(peace)"하고 그녀가 말했다.
"피스"  하고 나도 따라 말했다.
- 하루키, 상실의 시대 중


그렇게 보면 난 세상과 잘 어울리지 못한 모양이다. 익숙한 것들이 어느 날 낯설게 보일 때가 있다. 사람도 풍경도 괴물이 돼서 말이다. 낯설어지지 않는다는 건 세상과 얼마나 어울리느냐에 달린 문제다. 물론 낯설어지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익숙함에서 오는 관성과 피곤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 좋긴 하지만 이러한 좋은 점에도 불구하고 낯섦에서 오는 불편함과 공포가 더 커서 웬만하면 피하고 싶다. 세상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느낌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래도  The Doors의 People are Strange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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