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싱을 배우는 이유

우리나라 사람은 언제 한복을 입는가

by 헬렌

추석 연휴 경복궁에 들렀다. 우리나라 서울 사람들은 대부분 타지로 이동하고 남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대부분 외국인. 한복을 입은 사람을 이렇게 많이 본 것은 처음이었다. 가지각잭의 얼굴을 가진 이들이 오색의 옷을 입고 비녀를 꽂거나 머리를 땋고 혹은 갓을 쓰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내 눈앞에 보이는 사람들이 외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이었다면 어떤 감정이 들었을까. 더 나아가 사람들이 일상복으로 한복을 입는다면 지금처럼 굳이 한옥마을이나 궁에 가야 입는 거라는 인식이 줄어들까. 왜 한복을 특별하게만 입을 수밖에 없을까. 나는 한복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나는 전통 문양을 좋아한다. 패턴 안에 그려진 해태처럼 위협적인 얼굴을 띄는 거나 날개를 펼치는 학처럼 가만히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아닌 동적인 행위를 드러내는 게 마음에 꽂힌다. 단순히 반복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생물이 가진 의미를 파악할 수도 있다. 무늬 하나로 과거를 읽을 수 있다는 건 짧은 시를 읽는 것처럼 여운이 남는다.


2년 전부터 한복 브랜드를 찾아봤으나 재고가 많이 없는 탓인지 일상복보다 10배 정도 비쌌다. 사서 입을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나 하나를 위한 거, 만들어서 입어보고자 하는 욕구가 생겼다. 여러 사람의 사이즈를 고려할 필요도 없이 오로지 나를 위한 거라면 못할 게 없었다.


무언가를 하기 전 제일 귀찮은 것은 기초를 배우는 것이다. 빨리 손대서 결과물을 눈앞에 보고 싶은데 아는 건 없다. 이전에 원데이 클래스로 작은 천가방을 만들어봤고 미싱기 대여실에 가서 큰 상의를 크롭으로 바꿔도 보았다. 물건은 남았지만 감정은 알차지 못했다. 천을 다룰 줄 몰랐다. 다시는 이런 감정이 생기지 않게 배우기로 했다.


선택한 공방의 게시물에는 "기초부터 알려드립니다. 천의 종류도 배울 수 있습니다."라고 적혀있었다. 이 말 하나 믿고 수업도 들어보지 않고 바로 예약금을 걸었다. 내 선택은 옳았다. 선생님은 가르침과 배움에 대해 먼저 말씀하셨다. 처음에 못하는 건 당연하다, 모르면 물어봐라, 잘못하면 돌아가라. 그리고 배려의 말씀도 해주셨다. "제가 말이 많고 알려주고 싶은 감정이 앞서서 잔소리를 자주 할 수 있는데 뭐라고 하는 것처럼 듣지 말아요~" 이보다 좋은 말은 없었다.


1회 차에는 실을 미싱기에 거는 법과 천에 실을 박고 끝맺음하는 법을 배웠다. 추가로 컵받침대를 만들었다. 이전에는 이미 설정되어 있던 대로 기계를 사용해서 내가 실을 만질 일이 없었다. 앞으로 나는 원하는 대로 실의 색도 바꿀 수 있을 거다. 매듭을 지을 때는 양쪽으로 왔다 갔다 하면 된다. 나는 실을 끼거나 방향을 바꿀 때 실수했다. 마냥 웃겼다. '여기서 잘못한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닌데. 근데 되게 재밌네~'가 하루 감상문이다. 다음 날 이 씨에게 찾아가 "나 미싱이 천직인 거 같아. 으악 너무 좋아!"하고 소리를 질렀더니 "이직해~ 이직하자!"라고 반응하며 날 웃겼다.


더 빨리 배우고 싶다. 집에 미싱기를 두기엔 성급하고 수업을 더 자주 나가자니 야근이 걸린다. 나의 이 욕심을 선생님께 말씀드려야겠다. 선생님, 저 제가 만든 한복 당장 입고 싶어요 (부릅)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다림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