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봉틀과 단둘이 두었을 때

실수가 생긴다

by 헬렌

미싱 수업에 등록한 지 한 달. 할 줄 아는 것은 박음질. 하지만 성격이 급한 탓에 일직선으로 박음질을 할 줄 모른다. 지난 시간에 만든 것은 스트링 파우치. 만들기는 했지만, 하면서도 '나 마음이 너무 급한데. 왜 그런 거지.' 하며 찝찝하게 마무리되었다. 무언가 생산해 내는 데 집중한 나머지, 나의 능력을 키우는 덴 부진했다. 조금 더 집중하기 위해서는 재봉틀과 둘이 있을 시간이 필요했다.


안 입은 옷을 도안에 맞게 잘라낸 후, 누군가에게 선물할 마음으로 공방에 천을 들고 갔다. 안에는 핑크색 누빔 조끼를 만들고 계신 분이 앉아계셨다. 그곳에 가기 전에 집에서 수업시간에 배운 것을 복기했다. '이렇게 만들면 대충 어떻게 되겠지?'라는 내 기억에 의존했다. 스타카토가 연속되는 소리만 들렸다.


첫 도전은 두 번째 시간에 배웠던 지갑. 수예용 수성펜으로 옷감에 선을 그어두었다. 하지만 마찰에 의해서 다 지워져 버렸다. 머릿속에 있는 수치에 따라 바닥에 놓인 고무매트를 보고 바늘을 꽂았다. 실수가 생겼다. 지갑이 아니라 악어 이빨 게임 장난감처럼 생긴 게 나왔다. 실을 풀려고 해도 앞뒤 끝맺음은 기가 막히게 잘해둬서 잘 풀리지 않았다. 다시 남은 천으로 시도했다. 또 실수했다. 일부 공간을 트여 놓아야 뒤집을 수 있는데, 거길 다 막아뒀다. 바늘로 표기를 안 해둔 게 문제였다.


이렇게 된 김에 나를 마음대로 하게 한 번 놔둬봤다. 난리였다. 박음질을 하라고 뒀더니 봉제선이 춤을 췄다. 마치 탈춤을 출 때 보이는 팔토시의 움직임처럼 휘날렸다. 춤선은 박자라도 있지, 내가 만든 건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글씨 쓴 것처럼 규칙이 없었다. 아, 나는 정해진 거 없이 그냥 두면 막가는 애구나, 하고 나에 대해 배웠다.


뭐 하나라도 남기고 싶었다. 공방 사장님께 오버록을 배웠다. 오버록은 원단 끝의 올이 풀리지 않도록 마감을 치는 것이다. 전에 수업을 들을 때는 선생님께서 직접 해주셨는데, 타다다당 하는 소리가 경쾌해서 나도 해보고 싶었다. 천이 칼날에 스칠 듯 말 듯 가까이 다가간 다음에 쭉 천을 밀어주면 되었다. 미싱기보다 소리가 5배 정도 크다. 재봉틀이 가가가강 하는 거 같으면, 오버록은 카카카캉! 하는 것처럼 들린다. 나! 지금! 오버록 하는 중!이라고 모두가 알 수 있다. 풀릴 것 같던 천에 오버록을 하면 옷을 하나 덧입힌 것처럼 무언가 손을 더 대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쓸모 있는 것을 만들어내진 못했다. 겹쳐서 박아야 하는 걸 단일로 해두고, 한 겹으로 할 걸 앞뒤까지 한 번에 박아서 실 푸는 데 애먹었다. 아이가 장난칠 때도 옆에 어른이 있어야 하는 것은 혹시 사고가 날지도 모르니까, 내가 혼자 무언가 만들고 싶어도 선생님이 계셔야 하는 이유는 이렇게 놀다가 만들어내지도 못하고 시간을 보낼지도 모르니까. 앞으로는 도안에 주의사항을 적은 것을 들고 공방에 갈 거다. 그러면 이번처럼 난리 치는 일은 좀 줄어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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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록
재봉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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