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선물 준비

원단 구매 - 디자인 선택

by 헬렌

동대문 종합시장에 들러 골덴 원단을 구매했다. 공방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신 사이트에서는 내가 만족할 만한 디자인이 보이지 않았다. 같이 간 김 씨는 "인터넷에도 없는데 매장에 있겠어?"라며 그럴듯한 말을 했다. 그래도 직접 원단을 만져보고 시장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다.


3년 전 모습과 같았다. 액세서리 부자재 시장은 지나가기 버거울 정도로 정체구간이 있었다. 예전처럼 갔던 길을 또 가길 반복했다. 걸려있는 모든 제품이 번쩍여서 내가 무엇을 봤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키링을 만들어 주변 사람에게 나누어주었던 허 씨가 떠올랐다. 그가 만들어준 것은 아직도 내 지갑에 달려 매일 나와 함께하고 있다. 누군가의 머릿속에 내가 잔잔하게 떠오를 수 있게, 나도 누군가에게 감정을 전하고 싶었다.


직전 시간에 공방에서 에코백을 만들었다. 이제는 주머니를 달 수 있다. 핸드메이드 제품을 판매하는 곳에서 마감선을 유심히 둘러본 적이 있다. 박음질을 했는데도 끝이 드러나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는데, 이번 수업으로 두 번 말아서 박으면 된다는 걸 알았다. 하나를 알았으니, 이제 실천해야 한다.


나에겐 골덴으로 된 옷이 없다. 봤을 때 포근한 느낌은 있지만 솜처럼 내 몸의 온도를 높여주진 않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뽀글이도 없다. 그런데도 내가 이걸 선택한 이유는 탄탄함이다. 청으로 된 얇은 원단은 1마에 3천 원인데, 이건 약간 두꺼워서 그런지 5천 원이었다. '비싸게 샀나?' 하는 의심이 들었는데, 그곳에서 웃은 것만큼 얻은 게 많아 금세 잊어버렸다.


부부가 운영하는 D동 2층 좌판 9호 202호 미도파난단. 도착했을 땐 D동에 있는 웬만한 가게는 문이 닫혀있었다. 우연히 여자 중학생들이 몰려있는 것을 보고 멀뚱히 쳐다보다, 여자 사장님께서 "안에 들어와서 보셔!"라는 적극성을 보여주셔서 홀리듯 따라갔다. 남자 사장님께서는 "뭘 만들고 싶으셔?"라고 하시기에, 어디까지 솔직하게 말씀드려야 하나 고민을 한 후, "가방 만들려고요."라고 했다.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야 해. 아니면 고르는 데 시간 걸리잖아."라며 골덴과 청을 추천해 주셨다.


입금 직후 여자 사장님께서 포장을 해주셨다. "이걸 가져가면 복이 와요. 가정이 행복해져. 평화로워져~"라며 나를 웃기셨다. 남자 사장님은 "돈을 썼으니까 돈이 안 모이잖아. 이게 평화에 도움이 돼?"라고 하셨다. 대답에 개의치 않고 같은 말씀을 반복하시는 여자 사장님의 모습과 이 두 분의 조화가 우리 부모님을 떠올리게 했다. 여자 사장님은 따라오라고 하시며 판매하기 어려운 자투리 원단을 2마 정도 주셨다. 그리고 D동의 경로와 요즘 시장에 대해 5분 안에 빠르게 말씀하시곤, 나가는 길까지 배웅해 주셨다. 12~1시 제외하고 앞뒤로 오면 좋다고 하셨다.


핸디백과 숄더백을 만들 거다. 집에 재봉틀을 들이고 싶지만, 2008년식 모델을 20만 원 정도 주고 구매를 하는 게 맞는가 하는 의문이 계속 들어 중고 제품만 일주일 넘게 훑어보고 있다. 이번 주에 제작한다. 이왕이면 편지도 같이 보내려 한다. 내가 상대에게 어디까지 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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