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안에 담겨있는 것

재단 - 재봉

by 헬렌

하나씩 만드는 중이다. 하루 2시간으로 가방 1개 정도 만들 수 있다. 이제는 옷이나 가방의 앞면보다는 뒷면을 까서 살펴본다. 빈틈없이 일자로 정갈하다면 '공장에서 만든 거다. 이건 혁명이다.'라며 책으로만 보았던 산업혁명을 간접적으로 느낀다. 괜히 혁명이 아니다.


이 씨가 원하는 것은 핸드폰과 지갑을 넣을 수 있는 작은 가방이다. 평소 책 한 권과 휴지, 물티슈, 안약, 거울, 밴드 등 비상용품은 다 들고 나니는 나로서는 왜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이 어떤 것을 들고 다니는지 탐색했다. 출퇴근하는 시간대에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양복 입은 남성은 노트북 가방 같은 손잡이 달린 검은 가방, 중년 여성은 천으로 된 장바구니 같은 숄더백, 노인은 등산용 가방을 들고 다녔다. 20-30대의 여성은 백팩보다는 숄더백을 자주 들고 다니는데, 가로 25cm 세로 20cm 너비 7cm 이내에 얇은 책 한 권 정도 넣을 수 있는 크기였다. 나처럼 이것저것 다 챙기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뜻으로 보였다.


공방에서 수업을 들을 땐 얇은 면으로 한다. 이 재질이 제일 박음질하기 편하다. 항상 수업 끝엔 선생님께서 "이 방법으로 천만 갈아 끼우면 돼요."라고 하셨다. 신축성이 있는 것은 박음질하면서 밀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에 지금은 탄탄한 재질만 찾고 있다. 이전에 동대문 종합시장에서 구매했던 천을 쓰고 있다.


수업시간에는 2시간에 가방 하나 만든다. 보통은 시간이 남아야 맞는데, 먹을 복이 많은 난 2주 전 화요일, 구운 고구마와 플레인 요거트를 먹으며 30분을 보냈다. 그래도 배운 거니까 빨리 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고 홍대에 있는 봉트리살롱에 토요일 2시간 예약해 뒀다. 빠르면 3개, 아니면 2개는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재단하는 것도 시간이 걸려 미리 집에서 해두었다. 오래 걸리는 작업도 아닌데 집 안에 천의 잔해가 바닥과 공중에 떠돌아다녔다. 바닥에 정전기로 붙은 1cm 정도 되는 작은 것들을 없애기 위해 청소기를 써야만 했다. 하늘에 날리는 것을 없앨 땐 분무기로 빈 공간에 물을 쐈다. 오래전 동대문 종합시장 위층에 여러 미싱사와 시다가 환기도 되지 않는 곳에서 부대끼며 일하며 노동자 시위를 했던 전태일 분신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면 라벨은 하나에 600~1,000원 정도 한다. 하나를 사서 붙이는 것보다 의미 있는 것을 남기고 싶었다. 나를 찍었다. 영상 중에 노래를 틀며 따라 부르거나 선을 잘못 그어서 아차 하는 모습도 담겨있다. 물건만 받으면 나라면 이런 질문을 할 거 같다. 이거 만드는 데 얼마 걸렸어? 돈을 얼마나 나왔어? 하는 수치로 따질 수 있는 것. 하지만 내가 주는 건 다르다. 만들어진 물건 속에 내가 담긴 거다.


아직 미숙하여 연습용 가방과 선물용 가방 2개를 동시에 만들며 작업했다. 그렇다고 뛰어나게 낫진 않았다. 친구의 가방을 박음질하며 약간 밀리는 현상이 보였다. 천이 두꺼워서 어떻게 할지 모르고 일단 가다가 가방 끈을 빼먹고 지나가버렸다. 실수로 가방 끈을 하나만 만들어 갔는데, 차라리 재봉해 둔 걸 뜯고 가방끈을 하나 더 만들어서 올바르게 두려고 한다.


선생님과 있을 땐 잘만 만들던 걸, 혼자 있으면 수치대로 천을 잘랐는데도 박음질이 어긋나고 천이 이상하게 남거나 부족하다. 화요일에 공방에 가서는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훈계를 듣고 나서 다시 여러 번 혼자 도전할 것이다. 내가 전달하는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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