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를 잘한다고? 허튼소리
곤도 마리에는 정리를 도와주는 유명한 일본인이다. 1년 정도 책을 읽으면서 '마리에 곤도하다'라는 말을 2번 보았다. 아마 '곤도 마리에'라고 적혀있었을 거다. 일주일에 2번 이상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없애려 바닥을 닦는, 한 달에 한 번 옷장 문을 열고 자리 배치를 바꾸는 사람으로서 나의 정리 법이 잘못되었는지 혹은 개선할 점이 있는지 궁금하여 '마리에 곤도'에 대해 찾아보았다. 소 씨에게 곤도 마리에의 <정리의 힘>을 읽어보겠다고 했더니, 이 분의 넷플릭스 영상이 있어 이미 본 적이 있다 했다. 나는 2개의 영상을 보았다. 눈이 뒤집힐 정도로 걸을 공간이 없는 집들을 보고 숨이 턱턱 막혀 보다가 껐다.
토요일 하루 이 책을 1시간 이내에 읽었다. 필요한 부분만 찾아보았다. 영상에서 말한 것처럼 정리의 핵심은 정리하기 쉬운 품목부터 갖고 있는 것을 모두 바깥으로 꺼내고 나를 설레게 하는 것을 골라서 같은 품목끼리 한 위치에 놓는 것이다. 나는 이건 잘 지키고 있었으나, 옷을 눕혀두는 건 잘못된 행위였다. 옷장이 슬라이더 형태가 아니어서 옷을 세워둘 수 없다고 자연스레 여겨 왔다. 이렇게 두면 옷에 구김이 생기고 필요한 옷을 빠르게 찾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5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배치 구성을 바꿀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책에서 나온 대로 정리함을 따로 사지 않고 남은 신발 상자를 활용하기로 했다.
일요일 아침, 오늘 오전 10시부터 치우기 시작했다. 창고에서 아디다스 신발 상자를 찾았다. 뚜껑을 잘라야 하나 고민했지만 나중에 이사 갈 때 신발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을 거 같아 가위는 들지 않았다. 이전에 이사할 때 흙 묻은 신발을 옮기는 것에 어려움을 느껴, 신발을 살 때마다 케이스를 신발장에 모아두었다. 이제까지 옷을 겔 때는 양팔을 모아 접어서 가운데에 선이 생겼다. 이러면 접은 형태가 가로로 길고 목 부분만 튀어나오게 된다. 그래서 삼등분하여 접는 방식으로 바꾸고 옷을 세워두었다. 눕혀 둘 때는 옷이 무너져서 5벌도 못 두었는데, 이렇게 바꾸니 10벌도 둘 수 있었다.
욕심이 생겼다. 속옷함을 보았다. 문제가 없다. 바로 위 화장품 함을 열었다. 브러시도 있는데 사진도 있고 충전기도 있다. 손이 닿는 대로 두어서 편하긴 했지만 늘 어수선해 보였다. 누가 "여기엔 뭘 두는 곳이야?"라고 한다면 "책상 위에 두기 싫은 거 쌓아두는 곳이야."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사용할 거 같아서 갖고 있었던 것들이 시야를 막았다. 싸그리 버렸다. 익숙한 곳에 계속해서 두다 보니 약간은 불편해도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 물건을 다시 두면서 '이게 왜 여기 있어야 해?'라는 질문을 반복했다.
멈출 수 없었다. 세로로 긴 옷장을 창고처럼 쓰려고 구매했던 이케아 캐비닛. 색은 흰색인데 내 눈에는 암흑처럼 보였다. 다 엎었다. 같은 문제였다. 근거 없는 추측으로 3년 이상 갖고 있는 것들이 많았다. 곤도 마리에는 설레지 않는 물건을 버리라고 했다. 그래서 가감 없이 보내줬다. 레몬청을 만들겠다고 구매한 유리병, 이 이후 한 번도 쓰지 않았다. 이전 핸드폰 필름 3박스. 강화 유리라 언젠간 쓸 줄 알았는데 휴대폰 생산 회사의 창의성으로 같은 디자인을 가진 디스플레이는 본 적이 없다. A타입만 가능한 휴대폰 보조 배터리. 도대체 휴대폰 충전기의 모양은 언제 하나로 통일되는 것인가. 이 외에 주방에 있어야 할 물건들도 있었다. 내가 정리 잘한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우리집에는 쓰레기가 많았다.
결국 주방 아래, 신발장, 화장실 선반, 책장까지 볼 수 있는 곳은 다 보느라고 6시간을 썼다. 옮기면서 발견한 먼지를 닦느라 청소하는 데 힘이 빠졌다. 심지어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야 했다. 원래 물건을 잘 들이는 편은 아니지만, 오늘을 계기로 더 확고해졌다. 무언가 가져오기 전에 이걸 어디에 보관해야 할지, 이게 우리 집에 몇 년을 있을 수도 있는데 괜찮은 건지, 같은 물건이 없는 게 확실한지 더 고민할 거리가 생겼다. 나에겐 그리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