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무슨 재미로 사냐
토요일인 어제, 아침부터 세탁기를 2번 돌렸다. 다 끝나길 기다리면서 의자에 앉아 닫힌 노트북을 바라보며 열까 말까 고민했다. '오늘도 평일 같은 하루를 보내야 하나.' 저번 주 토요일에는 오전 9시에 나가서 10시에 도서관에 도착해 상호대차로 신청한 책 2권을 들고 회사에 다녀왔다. 목-금 휴가에 답하지 못했던 메시지를 확인하고 기획안을 읽고 스스로 이해하는 데 2시간을 썼다. 또한 브런치 작가가 되었던 주라서 새로운 글을 올려보기도 했다. 또 이렇게 하루를 보내면 '알차게 보냈다!'라고 스스로 칭찬할 수는 있겠지만, '나 행복했다!'라고 자기 전에 말할 수는 없을 거 같았다. 어쩐지 다르게 보내고 싶었다. 결국 노트북 뚜껑은 그대로 닫혀 있었고 내 마음은 열렸다.
원래 나의 낙은 아무데나 돌아다니는 거였다. 역마살 낀 거 같은 나의 행동 때문에 엄마랑 자주 싸웠다. 초등학생 때 통금은 오후 5시. 겨울에 해지는 시각이다. 고등학생 때는 저녁 9시. 버스가 끊기기 직전이었다. 우리 집은 친구들이 많이 사는 동네와 1시간 정도 떨어져 있어서 매번 혼자 다녀야 했기에 안전을 위해 엄마가 정해주신 거였다. 결국 친구들과 함께 절정을 맞이하고 싶었던 나는 규칙을 자주 어겼고, 이것은 차차 옅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고삐 풀린 듯이 살았다. 무언가라도 얻을 게 있을 거 같으면 무조건 나갔다. 홍대 거리를 누비며 버스킹 거리에 터질 듯한 스피커 앞을 귀 막고 지나가면서도 그들의 용기가 부러웠다. 압구정 현대백화점에 들어갔다 나올 때 나를 얕보는 듯한 직원의 눈빛을 느끼며 언젠간 이곳을 당당하게 지나갈 때가 올 거라고 꿈꿨다. 경복궁 인근 한옥마을을 누비며 우리나라에서 한옥을 보려면 왜 꼭 '한옥'마을에 가야만 하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때때로 자취하는 친구들의 집에 숙박하며 내가 이곳으로 이사를 온다면 어떤 경로로 움직이게 될까 상상해 보았다.
지금도 구경하는 걸 좋아하지만 이제는 만 보 이상 걸으려면 술을 마셔야 한다. 움직이는 게 아니면 조용한 곳에 앉아 있고 싶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인스타그래머블한 카페에 잘 찾아가는데, 나는 유명한 곳은 다 피해 다닌다. 지금은 가방에 책 한 권을 들고 다녀서 앉아 있기만 하면 활자를 읽는 습관이 생겼다. 글자가 눈에 들어오려면 적어도 노래를 포함한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내 귀에 꽂히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없는 곳을 찾게 되었다. 사업성이 확인된다면, 아무도 말하지 않는 카페를 만들어보고 싶다.
결론적으로 나는 돌아다니기는 하되 조용한 곳을 찾아다니고, 그곳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무언가를 읽는 걸 낙으로 하고 있다. 혹여 내가 갑자기 일상에 지쳐서 쉬는 법을 까먹었을 때 이 글을 읽고 나의 낙이 복기했으면 한다. 멀쩡할 때 남겨두는 보험 같은 거랄까.
이 방식의 단점이라면 살이 잘 찔 수 있다는 거다. 나는 운동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은 아니라서 살을 뺄 수는 없고 유지만 가능하다. 몇 년 전과 지금 몸무게가 6kg 정도 차이 난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금이 좋으니까 일단 좋ㅇ대로 살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낙은 무엇인지 알고 싶다. 가까운 사람에게 낙이 무엇이냐 물어보았을 때 돌아오는 답변은 대체로 나와 비슷하다.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 이들은 내가 좋아하는 걸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은 되지만, 나의 행동 영역을 바꿔주기엔 어렵다. 바뀌고 싶다면 다른 영역의 사람을 만나야 한다. 나를 예로 들자면 글이 아닌 그림으로 감상을 나타내거나 놀 때 클럽을 가보는 거다. 제 2의 이지은이 태어날 수 있다. 때로는 나를 바꿔줄 사람의 필요성을 느끼기도 한다. 무슨 일어나기 전까진 나는 나의 낙대로 살아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