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가 보는 출산율 0.7

돈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닙니다.

by 헬렌

서울의 출산율은 거의 0.5. 여성이 태어나서 한 명도 낳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아질지도 모른다.


정부는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서 신혼부부 혜택을 늘리고 있다. 한 예로 주택자금 대출이 있다. 집값이 비싸니까 결혼해도 갈 곳이 없다. 결혼하면 투룸 이상인 아파트로 이사를 가는 게 통상적으로 여겨지지만, 이런 곳에 가는 게 어렵다. 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1억도 아니고 5억도 아니고 8억이 넘는다. 현금으로 1억을 갖고 있는 일반 직장인이 몇 명이나 될지 모르겠다. 대출 상한액이 높아지면 '이때가 기회다!'하고 대출을 하려고 할까? 기사를 보면 이런 사람들이 꽤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나는 무서워서 못하겠다. 금리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 예상하는 이자보다 더 많이 낼 수도 있단 말이다. 요즘은 대출 이자가 19%까지 뛴다. 몇 억짜리 집에 살아도 행복하지 않을 거 같다.


경제적인 것도 문제지만, 우리나라의 문화도 한 몫한다. 나에게는 집값보다도 결혼 이후 시집살이에 대한 부담이 크다. 결혼하고 싶을 정도의 사람이라면 남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빌라에서 시작할 수 있고, 서울이 부담된다면 타지로 가는 것도 염두해 둘 거다. 2명만 사는 거면 24평 이하의 공간도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을 수 있다. 그런데 결혼부터가 막막하니 임신은 생각해 볼 수도 없다. 혼외출산이 가능한 나라는 출산율이 1을 넘는다. 나는 결혼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 결혼을 하면 나의 의사결정권이 보장되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나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기대보다 판단을 막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부정적인 생각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인생의 단계가 획일화되어 있다. 좋은 학교 다니고 좋은 회사 다니고 좋은 사람 만나서 좋은 집안의 사람과 결혼하고 예쁜 아이 낳고 아이 결혼 시키고 잘 죽는 거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은 경제적 가치가 높은 것을 말하고 '예쁜'은 어른 말씀에 토 달지 않고 듣는 거다. 이게 올바른 것이었다면 우리나라는 지금 자살률 1위, 출산율 전세계 최하 수준은 아니어야 했다.


결혼을 해야만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구조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 혼외출산이 된다면 '아이 낳아볼까?'하고 한 번은 더 생각할 거다. 아이 키울 때 드는 비용이 내가 클 때보다 더 들 거라는 걸, 학생들이 도로 위에 누워 있거나 교사에게 폭행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 늘 있다는 걸, 내가 키운 아이가 잘못될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일단 결혼은 안 해도 되니까 생각할 단계를 하나 줄일 수 있다.


내가 상상하는 시나리오는 이렇다. 혼외출산을 한다. 아이(들)와 나만 있는 가구이거나 내가 원하는 누군가와 함께 살 수 있다. 이 누군가는 남녀를 불문한 사람이다. 아이의 남편과 같이 살아봤는데 법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시부모와의 관계가 나쁘지 않다면 그때 결혼을 한다. 아이는 나에게 묻는다. "엄마 아빠는 왜 결혼을 안 하고 나를 낳았어? 나는 왜 태어났어?" 나는 아이에게 "결혼은 선택이라서 나중에 해도 괜찮은데, 엄마 아빠는 OO를 정말 보고 싶어서 낳았어"라고 답한다.


혼외출산이 가능하려면 수많은 법이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고될 거다. 하지만 흐름이 바뀌려면 큰 틀이 바뀌어야 하는 게 맞다.



영감을 준 글: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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