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후 합기도 3

by 카인비

2021 4 26


“정성이 너무 고맙지. 나 주겠다고 얼마나 열심히 그렸겠어요”

꼬꼬마들의 러브레터 업데이트 소식은 또다른 재미. 합기도장 오픈한지 이제 3개월 됐다는데 벌써 유리문 하나가 꼬꼬마들의 러브레터로 뒤덮인 걸 보면, '내년 안에 저 유리문이 유리문이 아니게 되겠구나' 생각했다.



2021 4 27


사부님이 로우킥을 실전 연습이랍시고 본인 허벅지에 하라고 시켰는데, 평생 사람을 때려본 적이 없어서 연습하는 내내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사람을 걷어차고 있어....!?)

동시에, 맞는 사람은 멀쩡한데 때리는 사람이 더 고통스러운 이상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더세게! 더세게! 아니야 그 느낌이 아니야! (?) 힘을 실어야지!"

결국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저릿저릿한 발목을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었는데 저게 사람인가 개복치인가 하는 사부님의 눈빛이 어쩐지 내 존재를 처량맞게 만들었다.



2021 4 28


"전방낙법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질 때 몸을 보호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이때 우리가 보호해야할 가장 취약한 신체부위는 어디일까. 정답은 하나, 얼굴! 둘, 낭심!"


이후 전방낙법을 연습하는데, 팔다리가 힘이 없어서 버티질 못하고 자꾸 철푸덕 바닥에 엎드릴 때마다 "낭심! 낭심보호!"를 외치시길래 나한테 없는 소중한 부위를 보호하기 위해 정말 애썼다.



2021 5 3


멱살 잡혔을 때 상대방 팔 부러뜨리는 법을 배웠다.

지름 3cm쯤 되는 플라스틱 막대로 연습을 몇 번 하다가 사부님 팔로 실전연습을 했다. 그런데 사부님의 팔 두께가 도무지 부러질 수 있는 두께가 아니었다. 겨드랑이 사이에 사부님의 팔을 끼워야하는데 그것조차 잘 안되고.....


"사부님 이거 안될 것 같은데요."

"안되는게 어딨어, 더 힘 줘 힘 힘 !"


결국 실패로 돌아간 기술 연습.... 만약 내 멱살을 잡은 사람 팔 두께가 3cm보다 두껍다면 그냥 대화로 상황을 호전시켜야겠다 생각했다.



2021 5 4


사부님이 ‘발차기는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라 맞추기 위해서 배우는 것’이라며 본인을 발차기로 맞추라고 했다. “자, 시작!” 하면서 호기롭게 본인 가슴을 팡팡 치길래 저번처럼 가만히 맞아주려나보다 했더니, 웬걸. 잽싸게 피했다. 헛발질을 너무 공들여 한게 억울해서 왜 피하냐고 항의(?)하니까 가만히 있는 적이 어디있냐며 내 발차기를 요리조리 피한다.


쫓아다니면서 열심히 발차기를 해봤지만 털끝하나 닿지도 않고 너무 숨이 차서 숨을 고르며 잠시 서있었더니, 사부님이 "안돼! 가만히 서있으면 안돼! 안좋은 습관이야!" 하며 발차기로 날 막 몰아붙였다. 사부님이 발차기를 종류별로 시전하며 쫓아오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도망치며 얻어맞는 내 모습이 너무 굴욕적이었다.


그나저나, 날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사부님의 얼굴이 전에 없이 너무 신나보였는데, 기분탓이겠지...?


땀범벅에 내 발차기는 하나도 안먹히고 도리어 몇대 맞아서 짜증나고 약오르고 분한 마음에 물 마시며 소심하게 째려봤더니 “선우씨가 운동신경이 좋아! 하는대로 잘 따라오니까 내가 욕심이 나서 더 많이 가르쳐주려고 그러는거에요!”그런다. 왠지 저번부터 자꾸 농락당하는 기분이 들어서 “거짓말 마세요.” 했더니 “어, 빈말인거 어떻게 알았지”


와우. 오늘을 기억하겠어.



2021 5 7


시작 전에 오늘 배우는 옆차기는 제일 어려운거라고 겁을 준다. 왜 어렵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자세만 잡았는데도 골반에 붙은 근육이 떨어져나갈 것처럼 아팠다. 그래서 늘 그랬듯이 "악. 너무 아파! 흐하핳" 하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는데, 사부님의 반응이 사뭇 달랐다.


평소같으면 내 자세 웃기다고 흉내내면서 놀려야되는데, 돌연 눈을 반짝이더니 옆차기를 이렇게 빨리 배우는 사람을 처음봤다며 웃지말라고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어어? 갑자기 낯설게 왜그러세요.


그 후로 조금만 웃음기를 보여도 장난하지 말고 제대로 집중해서 하라고, 운동신경이 대단하다고(네?) 무슨 국가대표 코치라도 된 것처럼 엄근진 분위기 잡는다. 사부님 어색하게 왜그러세요. 어어, 갑자기 눈 똥그랗게 뜨시고 수제자 얘기하시면 당황스럽습니다. 아니, 본인에게 엄청난 성취감을 안겨준다며 제가 옆차기 하는 걸 촬영까지 하신다고요?! 갑자기 왜 안하던 행동들을 하시지....?


아, 다음주 재등록 하는 날이구나.

(한 달이 참 빨리 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퇴근후 합기도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