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10
"앞에 똑바로 보고!" 하길래 앞을 보니 사부님 눈 밑이 퍼렇다. 어디서 얻어맞고 왔냐고 물어보니 주말에 스파링하다가 다쳤단다. 사부님은 주중에 합기도장에서 수련생 지도를 하고, 주말에 따로 본인 운동을 한다. UFC? MMA? 그런거라던데. 음. 역시 예체능은 자아실현 하려면 투잡을 벗어날 수 없는건가. 조금은 슬퍼졌다.
아무튼 합기도는 옛기술(?)이라서 실전에 사용하려면 현대의 것을 접목할 필요가 있다며 킥복싱을 가르쳐줬다. 몸무게를 실어서 주먹쓰는법. 구부정한 자세가 쉽진 않았지만 대충 팔힘으로 쳤을 때와 배운 자세로 쳤을 때 확연한 차이가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오!?"했다. 그 감각이 손에 오래 남아서 수련 끝나고 집에 갈 때 엘리베이터 안에서 혼자 괜히 주먹 몇 번 뻗어봤다.
2021 5 10
수련 끝나고 한 30분을 잔소리 듣는다고 붙들려있었다. "시키는것만 하면 실력이 안 는다." "내가 액기스만 갈아서 입에 떠먹여주고 있다." "처음 여기 왔을때는 기력이 없었는데, 그때랑 비교하면 천지차이다." "평생 나랑 같이 운동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다른 운동하면서도 여기서 배운게 도움이 될거다." 어쩐다 저쩐다
내가 미적미적 신발을 신으며 직장에서 다 못하고 남은 할일이 있다고 가야한다고 하니, 갑자기 "일 다 못해서 밤새라! 밤새고 피곤해서 내일 늦잠자라!" 그런다. (헐 유치하잖아?) 그래서 회심의 일격을 날려줬다.
“저 재등록하는 날 얼마 안남은거 알죠?”
쿨하게 문을 나서니 뒤통수 너머로 들리는 소리
“우리가 한 달동안 쌓은 정이 얼만데!”
(?)
2021 5 11
첫 결석이다.
“사부님 저 오늘 못 갑니다! 당신이 어제 밤늦게까지 일하라고 저주해서 야근하잖아요!”
“어허 어디 내탓을. 선우씨가 의지가 부족해서 그런거지. 화이팅~”
으악! 꼰대다!
2021 5 12
구부정하게 윗배를 접고 턱을 가슴에 붙인 상태에서 앞을 봐야한다. 이마, 눈썹, 눈꺼풀에 힘을 빡 주고 눈을 최대한 치켜떴는데 안압이 점점 높아져 앞이 보이지가 않는다. 한시간동안 계속 그 상태로 수업했더니 눈알 튀어나오는줄...
눈이 아퍼서 나도 모르게 자꾸 턱을 드니까 사부님이 어허! 하더니 턱 밑에 뭘 끼워넣고 떨어지면 버피테스트 20개 시킨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아아 마이 아이즈....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이 아프다...)
2021 5 14
합기도 1달 요약:
간단한 호신술 (손목잡혔을 때 빠져나오는 법, 멱살 잡혔을 때 팔 꺾는법...) 몇가지를 배웠다. 그런데 이상한건 사부님하고 하면 잘 되는데 내 주변 일반인들에게 시전했을 때 번번이 실패한다. (뭐야. 사부님. 잘 되고 있는 척 연기한거 아냐?)
생각하는 시간이 좀 길지만 발차기를 할 수 있다. 건장한 남성을 제압할 수는 없지만 아프게 때릴 수는 있다. (잠깐, 이것도 안아픈데 아프다고 거짓말한거 아냐?)
몸의 변화:
근육통으로 여기저기 쑤신다. 여전히 쉽게 피곤해지지만 무기력하지는 않다. 생리통이 옅어졌다. 이전보다 몸을 일으키고, 걸어서 이동하는 게 덜 부담스럽다. 어휴, 그걸 언제 해! 하고 귀찮게 생각했던 것들을 어, 재밌겠다. 해볼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