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17
“선우씨 이리와서 앉아봐요 선우씨 이제 큰일났다.“ “왜요, 뭔데요.” ”내일부터 화요일마다 고등학생 한명이 올거에요. 그동안 선우씨는 성인이고 또 마침 혼자이고 해서 내가 민망할까봐 제식같은거 안하고 뒀는데, 다른 학생들 있을 때만큼은 선우씨도 도장에서 지켜나가고 있는 형식을 따라줘야해. 무슨말인지 알아요? 그래도 선우씨가 한달 먼저 왔는데 이런거 먼저 알고 있어야지 안그래요?"
"이게 애기들 하는거라 선우씨가 내 앞에서 하기에 엄청 민망할거에요! 그치만 민망해도 어쩔 수 없어!”
시작하기도 전에 반복해서 민망할거라고 단단히 예고하는걸 보니, 아무래도 이걸 시키는 본인이 더 민망한게 분명했다. 무슨 가르치는 사람이 더 민망해 한 덕분에 별 생각 없던 나까지 민망해졌고.... 오늘 수련 내내 둘이서 국기에 대한 경례하고, 안하던 방식으로 인사(합!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하고, 마치 무림영화에서 봤던 것 같은 다리 벌린 희안한 포오즈로 특이한 구령 (어이!)을 외면서 .... 서로 민망하지 않은 척하느라 .... 엄청 애썼다....... ㅎ....ㅎㅎ......
아무도 없는 텅 빈 공간에 나이 서른 넘은 사람 둘이서 오랑우탄 웃기게 흉내내는 법 같은거 진지하게 가르치고 배우는 느낌이었다. 젠장. 내일 그 고딩 앞에서 마치 이걸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해야한다니. 큰일났다. 대략난감이다.
2021 5 18
하얗고 깡마른 19살 남학생이 쭈뼛쭈뼛 도장으로 들어왔다. 남학생은 딱봐도 운동과 거리가 멀어보였다. 휴 다행이었다! 만세!
나이많은 누나(?)로 소개된 후, 운동을 시작하는데 연약하고 순한 얼굴로 조용히 있던 남학생이 갑자기 돌변하더니 도장 안을 펄펄 날라다니기 시작했다 (?????) 남학생 속도를 따라가려다가 숨이차서 저게 한창때의 에너지란건가?! 하면서 당황했지만 그래도 발차기는 내가 한달이나 더 배웠으니까 내가 더 잘하겠지 했는데, 이녀석 알고보니 태권도를 배워서 발차기도 잘한다 ㅜㅜ
사부님은 남학생한테 딱 붙어서 잘한다 잘한다 이렇게하면 더 좋다 저렇게 하면 안좋다 가르쳐주고 나한테는 별말도 않고. 이건 마치.. 똑똑한 동생에게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을 빼앗긴 모자란 첫째 느낌 ....... 시무룩
2021 5 24
저녁먹고 너무 피곤했다. 그래도 어찌저찌 출석은 했다. 시작 전에 면담실에서 하품하고 졸고 병든 닭처럼 앉아있었더니 사부님이 ‘선우씨가 피곤한 이유는 부정적인 생각과 나약한 신체 때문’이라고 시덥잖은 소릴해대서 헛웃음만 났다.
수업시작. 헐렁헐렁 움직이면서 힘없는 구령을 냈더니, 사부님이 올타쿠나 하면서 날 흉내냈다. 방심하고 있다가 그걸 보고 빵 터졌는데,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그후로 시덥잖은거 하나하나가 다 웃겨서 한시간 내내 아무리 노력해도 웃음이 안멈췄다. 웃느라 아무것도 제대로 못했다. 나중엔 너무 웃겨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1힘들어요, 2웃기지좀마세요, 3핳하핳허핰, 선우씨가 이거 쓸데없는거 세가지 하는데 30분이나 썼다고 지금!!!! 솔직히 말해봐, 술먹고 왔지!”
이 날 석찬이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2021 5 26
어제 날새고 피곤했지만 오늘은 승급심사날...! 하면서 출석했는데 내 상태가 안좋은게 눈에 보였나. 승급심사는 다음주로 미루고 안하던 이론수업을 시작한다. 자꾸 그렇죠? 그쵸? 하고 되묻길래 힘없이 네. 네에.하고 대답했더니 짜증난 눈빛. 이럴거면 나오지말고 쉬라는 말. 좀 무서웠다. 쭈굴. 위축.
2021 5 27
도장에 들어서니 "어, 병든닭 왔어요?" 하는 소리가 날 반긴다. "병 안들었어요!"하고 반발했더니 금세 '찌든 닭'으로 정정한다. 아니 이보시오. 내가 아무리 그래도 그정도는 아닌데....
그러나 잠시후 호신술을 배우다가 서로의 힘 차이에 충격을 먹었다. 사부님이 내 멱살을 잡은걸 풀어내려고 아무리 용을 쓰고 힘을 줘도 안뜯겼다.
"왜 힘을 하나도 안 쓰죠? 더 힘줘 힘 힘 잡아 뜯어! 뜯으라고!"
그 이후 수련 내내 그대는 부정적이고 의욕도 없고 운동을 힘도 안쓰고 편하게 할라고 한다면서 잔소리를 계속 들어야했다. 너무 억울하다. 나는 진짜 있는 힘을 다했는데.. 아니야.. 난 찌닭이 아니야....
2021 5 30
합기도 주말 숙제 : 타바타 운동 동작 10개 익혀오기
타바타 운동이 뭔지 몰라서 찾아보는데 아무리 눈 씻고 봐도 이런 저질스러운(?) 동작들 밖에 없다. 정말 다 이런식인거야....? 나 혼자 사부님 앞에서 할 생각하니까 자동으로 얼굴 화끈 민망해서 죽을 것 같다. 진심으로 도망갈까 생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