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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 그 설렘의 이유. 3월24일.

by 초연 Mar 24. 2025

인스타그램에 일상 사진을 하나 올렸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좋아요’를 눌렀다.

시간이 좀 지난 사진까지 찾아가 하트를 꾹꾹 정성스럽게 누른다. 하트에 목마른 나는 화면을 안쳐 다 볼 수가 없다. 그러곤 나에게 맞팔 요청이 왔다. 맞팔을 수락하자마자 메시지가 쏟아진다.      

안녕하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어디에 거주하시나요? 나는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어요. 

어딘가 좀 어색한 문장의 흐름이 느껴진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일명 이것이 피싱임이 직감으로 전해진다.

그러곤 본인이 이름, 사는 곳, 하는 일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도 이어간다.

이름은 니콜, 싱가포르 거주 중이고 35세. 이유를 알 순 없지만 계속 카카오톡 친구 추가를 요구한다. (이 부분이 상당 이해가 가지 않는다. 불순한 의도라면 인스타 DM 이나 카톡이나 무엇이 차이일까?) 

오랜만에 장난기가 발동했다. 카톡으로 친구 추천을 하자 대화가 이어진다.

바로 나의 이름과 나이를 묻더라. 바로 내가 나이가 많다며 오빠라고 불러도 되냐고 맹랑하게  묻는다. 오빠~ 그래 오빠면 다 좋지, 뭐 그러시던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실명 이름은 뒤로 감추고 나를 알만한 사진은 감추기 기능으로 숨겼다.      

니콜 본인은 영어와 중국어를 잘한단다. 와! 3개 국어가 가능한 브레인 외국인 친구가 생기다니. 기분이 우쭐하다. 나는 영어를 배우고 싶다며 구글 번역을 총동원해 영어로 계속 메시지를 보냈다. 답변이 묘하게 수상하다. 딱히 틀린 곳 없는 우리말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영어도 조금씩 그 틈새가 맞지 않아 보인다. 

이렇게 계속 영어로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그래도 영어는 좀 늘 건데 라는 속셈도 있었고, 쓸데없이 메시지 주고받는 시간에 대한 보상은 받아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영어 공부는 피싱이 최고인데 니콜은 영~ 영어는 파이다. 

내가 먼저 “프로필 사진이 당신인가요?”라고 물었다. 준비를 단단히 했는지 배경의 싱가포르 주소까지 나에게 보낸다. 

싱가포르 차이나타운 보탑가신교로 189번지

아이고 니콜아 너무 자세하면 되레 더 의심이 크게 들잖아. 니콜도 사기 치기는 힘들 것 같다. 차라리 빨리 재능 없는 일에서 다른 길을 찾아보길.      

이제는 나보고 싱가포르에 여행을 오면 가이드를 해주겠단다. 그래 공짜 해외 친구, 거기에 더해 공짜 가이드까지 얻은 하루니, 오늘 하루는 매우 알차게 보낸 것이 분명해 보인다.

영어 공부도 힘들어 보이고 뭐 대화도 그다지 판타스틱 하지도 않고, 프로필에 올라온 사진 두 장을 보여주며 질문했다. 본인 얼굴이냐고 왜 두 장 사진이 얼굴이 다르냐고. 

니콜 대답의 뉘앙스는 기분이 상한 듯하다. 

오빠 나 의심하는 거야지금 친구들끼리 장난 하는거야?

아이코 이런 미안! 오빠가 미안! 우리 착하고 아름다울 것만 같은 니콜을 의심하다니.

니콜이 이 말을 뒤로 대답이 없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

“니콜 돌아와 오빠가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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