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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kuen Kim Mar 09. 2018

Kajimaya 바람개비

아이로 돌아가는 오키나와 어르신들의 풍습

"한국에서는 만으로 97세를 뭐라고 불러요?"

"글쎄요 그렇게 오래 사는 분들이 별로 없어서...."



오키나와시의 랜드마크 뮤직타운이 자체적으로 프로듀스 하는 오리지널 넌버벌쇼를 소개한다고 해서 관계자분들과 미팅에 참석을 한 적이 있다. 일본어를 모르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포함해 인바운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쇼이기에 한국인으로 의견을 묻는 자리였는데 쇼의 타이틀인 오키나와의 풍습 "가지마야"에  대해 소개를 하면서 한국에도 그런 것이 있냐고 묻길래 "한국에서는 보통 그만큼 오래 사는 사람들이 없어서요"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있다. 


가지마야(Kajimaya, 외래어 맞춤법 표기로는 가지마야로 쓰는 게 맞겠지만 이후 카지마야로 기재)는 오키나와의 풍습으로 만으로 97세가 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장수를 축하해 주기 위해 바람개비로 장식한 마차나 수레, 최근에는 자동차 등을 타고 동네 사람들의 축하 속에 살아온 마을을 도는 축하의 잔치를 뜻한다. 최근 오키나와가 장수의 섬이란 타이틀을 다른 지역에 빼앗긴 지 오래지만 평균 수명은 전체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인지라 카지마야 또한 지역마다 음력 9월 7일 날 동네잔치로 신문에 소개되곤 한다. 


       

오키나와 평균수명 추이 (2015년 통계)



2015년 일본의 후생노동성이 통계한 수치에 의하면 오키나와 남성의 평균 수명은 80.27세로 일본 전체 47개 지역 가운데 36위를 기록했고, 여성의 경우 평균수명이 87.44세로 전국 7위를 기록했다. 남성의 경우에는 일본 평균수명보다 낮게 수치가 나왔다. 오키나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우스게 소리로 남자들이 워낙 할 일이 별로 없고 술을 많이 먹다 보니 평균수명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남성이 실제 수치를 근거해 보면 만 97세의 카지마야 잔치를 벌일 가능성은 갈수록 낮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뮤직타운의 카지마야 테스트 공연을 참석해서 내용을 보니 만 97세를 맞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걷기도 힘들 정도로 움직임이 어려운 분들이 카지마야(바램개비)를 돌려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당시 꿈꿨던 삶과 현재의 삶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만 97세가 되면 다시 아이로 돌아가는 바람개비 카지마야. 오키나와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100세 전후로 건강하게 지내시는 분들도 꽤 있는 것 같다. 아는 분의 어머님께서 101세신데 아침에 일어나시면 커피 한잔을 하시고 하루를 시작하신다고 한다. 97세라는 것도 상상하기 힘든데 100이란 세 자리 숫자의 나이를 가지면 어떤 느낌일까? 정말 아이로 돌아가는 느낌일까?


 


오키나와에서 활동하는 스위스 출신의 대니엘 감독의 "가타부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다양한 오키나와의 삶을 소재로 각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오키나와의 복잡한 문화를 보여주는 영화로 제목 가타부이란 오키나와 방언으로 소나기처럼 불일정한 시간에 불특정한 곳에만 갑자기 내리는 비를 뜻한다.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것은 마치 아이와 같이 작아진 모습에 가족과 친척들 그리고 동네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으며 카지마야 잔치를 연 할아버지가 며칠 뒤 저 세상으로 떠나시면서 가족들의 장례식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이다. 


오키나와의 "카지마야". 

몇 년 전 한국의 방송에서 '장수의 섬 오키나와의 장수 비결'을 보도하기도 했었고 또 다른 방송에서는 '장수의 타이틀을 빼앗긴 오키나와'라는 내용으로 보도가 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오키나와의 삶이 한국에서의 삶보다는 조금 여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섬의 여러 가지 환경 자체가 한국과 같이 복잡한 시스템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키나와가 갈수록 다른 지역에 비해 평균수명의 순위가 내려가고는 있지만 아직은 아날로그식의 삶이 더 가까이 느껴지는 이 곳에서의 삶은 97세까지는 아니라도 천진난만한 아이의 마음을 갖고 살게끔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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