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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kuen Kim Apr 25. 2018

가정방문

엄마들의 부담감 그리고 그를 보는 아빠들의 눈치

"곧 가정방문이라 청소 좀 해야 하는데..."

"언제 날 잡아서 청소 하자"

"......"



4월에 시작되는 일본의 새 학기. 

학부형이 된지는 얼마 안 됐지만 올해 둘째가 유치원에 들어가면서 작년보다는 조금 바쁜 4월을 보내고 있다. 4월에는 특히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새로운 반의 새로운 선생님, 새로운 친구들과의 적응 기간이자 부모들에게 있어서는 그런 아이들 뿐만 아니라 각 종 준비물들을 구입을 하며 준비를 해야 하는 정신없는 시기가 되며 엄마들에게 있어서는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선생님의 "가정방문"과 부딪히게 된다. 


가정방문은 각 지역별로 일자를 정해 부모 중 가능한 시간대를 사전에 신청을 받아 진행을 하게 되며 보통 15분 정도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집에 방문해서 아이의 개인적인 성격, 지도상 알아야 될 점, 그 밖에 공유할 사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지만 선생님을 집으로 맞이해야 하는 엄마들의 심정은 여간 부담이 가는 게 아닌 것 같다. 


     


아이가 입학식을 하는 시점에서부터 가정방문의 시간이 정해지는 순간 와이프는 '선생님이 오시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라는 걱정보다는 '청소는 언제 하지''음료랑 다과는 어떻게 할까''집에 방석 없는데'라는 걱정 가득 찬 표정을 보였고 그 표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나이지만 딱히 해 줄 수 있는 거라고는 청소를 도와주는 것 밖에....




오키나와시의 한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데 외국인이 많이 살고 있는 오키나와 답게 부모들 중 외국인들이 꽤 많이 있다. 물론 부모 둘 중에 한 명이 오키나와 사람으로 여러 가지 이유로 국제 학교보다 로컬 학교를 선택해 보내는 것 일 것이다.  큰 아이가 1학년 때 같은 반에만 4명이나 있었고 다른 클래스에도 꽤 있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를 기억해 보면 가정방문이 있었기에 한국인인 나는 어느 정도 이해는 하고 있는데 미국을 포함한 서양인들에게도 가정방문 이란 게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번 가정방문은 운이 좋게 첫째와 둘째가 같은 날을 배정받았고 전날 저녁부터 열심히 집을 꾸미고 정리하던 와이프는 가정방문 당일 와이프는 반나절 휴가를 내고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 선생님을 맞을 준비를 했다. 나는 일을 하고 있었기에 가정방문이 마치는 시간에 와이프에게 전화를 해 괜찮았냐고 물어보니 역시나  '간단한 대화'들을 나눴고 좋은 선생님 같다고 대답을 한다. 


와이프의 대답 속 '간단'이란 말에 요 며칠 가정방문에 신경을 쓰고 고민한 걸 아는 나로서는 결코 '간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4월에는 둘째 유치원의 급식이 없어 도시락을 매일 준비를 해야 하기에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직장에 출근을 하고 돌아와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 학교 가방 준비를 하는 반복적인 일상들이 계속되어 스트레스가 꽤 쌓여 있었으리라 생각이 들기에 괜히 와이프의 눈치를 보며 조신하게 알아서 설거지를 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나 자신도 간단한 시간들은 아니었다.


"가정방문의 달" 

역시 심적으로 힘든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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