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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kuen Kim May 06. 2018

오키나와의 골든위크

골든위크의 긴 연휴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다

"이번 골든위크 때 계획은?"

"제대로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막상 아무것도 안 하고 보내게 될 걸"



골든위크 긴 연휴. 

매번 4월의 마지막과 5월의 첫째 주는 골든위크라는 긴 여휴로 가족과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고민을 하게 되는 황금연휴의 기간. 물론 그렇다고 특별히 뭘 하는 건 아닌데 사실 솔직히 말하면 어딜 가도 사람 많고 어딜 가도 차가 막히는 이 기간에는 움직이기 싫고 그냥 집에서 푸~욱 쉬고 싶은 심정이 앞선다. 


개인적으로는 골든위크의 절정인 5월 5일 어린이날이 아들의 생일이기도 하고 결혼기념일 이기도 해서 이 날만 집중해서 뭔가의 이벤트를 한다면 대성공의 연휴이긴 하지만 관광지로서 최고의 피크를 맞이하는 오키나와의 골든위크는 현지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붐비는 곳을 피해 아이들을 위해 가족을 위해 보내야 하는 가장의 특명이 존재한다. 


 


오키나와의 고속도로가 유난히 막히는 이 시기. 남부의 나하에서 북부의 나고까지 이어진 고속도로는 관광객들이 집중되는 연휴 시기에는 고속도로라는 이름이 무안할 정도로 차가 막히는 것으로 유명하고 고속도로 끝의 교다 인터체인지는 ETC패스(하이패스)가 없는 차량이라면 긴 줄이 늘어서 요금을 내기까지도 오랜 시간 대기하고 빠져나가더라도 길이 좁은 나고시를 통과하기에 난관인 정체를 경험하게 된다. 


물론 북부 일정을 마무리하더라도 추라우미 수족관 일정을 포함해 동일한 시간대 동일 노선으로 남쪽으로 이동하는 차량들이 붐비면서 돌아오는 길은 더욱 심한 정체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고속도로가 아니더라도 관광지로 유명한 남부의 오키나와 월드, 나하의 국제거리, 중부 차탄 아메리칸 빌리지, 쇼핑센터 라이컴 이온몰, 북부 추라우미 수족관, 파인애플 파크, 코우리 섬 등의 관광지들은 사람들로 붐벼 아름다운 오키나와 관광지에 대한 기대보다는 더운 날씨와 함께 사람에 치여 지친 모습을 발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좋은 날씨로 인해 애메랄드 빛의 아름다운 바다가 위안을 주기도 하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비치 파티의 현지인들이 가세해 여유로운 비치 풍경은 상상하기 힘들어진다. 



5일 어린이날 당일 생일을 맞은 아들에게 선물을 사주려 몇 년 전에 새로 오픈한 오키나와의 최대 쇼핑몰인 라이컴 이온몰을 찾으니 아침 이른 시간에도 주차장은 가득 찼고 특히 오키나와에 몇 점포 있지 않은 토이자러스 매장에는 뒤늦게 아이들의 선물을 위해 찾은 부모들과 선물을 고르는 아이들의 모습에 붐볐고 푸드코너, 영화관 등 평소에 보기 드물 정도의 사람들로 가득 찼다. 물론 관광객들까지 더해져 빨리 아들 선물을 고르고 집으로 가고 싶을 정도였으니.... 얼마 전에 새로 오픈한 다이소 100엔 샵에서 저녁 생일 파티로 꾸밀 재료들을 몇 개 사서 이온몰에 간지 한 시간도 안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모처럼의 외식으로 오키나와에서 인기인 회전초밥집 중 한 곳을 찾아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밥을 먹이면서 초밥보다는 시원한 생맥주 한잔이 좋은 나로서는 이번 골든위크의 긴 연휴를 어느 정도 마무리하는 자축의 건배를 해 본다. 결국 이번 연휴도 시작 전 뭐할까를 고민한 것과는 달리 특히 뭔 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을 보면 아이들에게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긴 하다. 


같은 동네에 살면서 많은 교류를 하고 있는 한인 지인들도 골든위크의 긴 연휴 뭐할까를 고민하기보다 어떻게 버틸까를 고민하는 것을 보면 오키나와의 골든위크의 풍경은 그다지 좋게만 다가오는 것은 아닌 듯하다.


  


  

골든 위크의 마지막 날인 오늘 아직 처갓집 식구들과의 바비큐 파티가 일정이 남아 있긴 하지만 내일부터 시작될 연휴의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을 슬슬 고민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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