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능력 BVS.07 | EP.1
앞으로는 정보가 아니라 정보의 구조화 능력이 차이를 만든다.
읽기만 하는 사람은 ‘데이터 소비자’로 남고,
구조화할 줄 아는 사람은 ‘의사결정 파트너’가 된다.
“부장님, 경쟁사 보고서엔 다르게 나옵니다. 저희가 틀린 건가요?”
회의실 안이 조용해졌다. 정진욱 대리는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넘기지 못한 채, 노트북 앞에 굳어 있었다. 몇 시간 전만 해도 ‘이번 보고서야말로 결정타가 될 거야’라는 기대감으로 들떠 있던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대신 눈앞의 그래프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초조함이 가득했다.
그날 정 대리가 제출한 자료는 경쟁사 A사의 신제품 출시 이후 시장점유율 변동을 분석한 내용이었다. 정 대리는 네이버 데이터랩과 패널서베이,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분석, 그리고 자사 CRM 로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고서를 구성했다. 각 데이터는 정확해 보였고, 표본도 다양하게 뽑아왔으며, 엑셀 수식도 어김없었다. 하지만 정작 보고서의 핵심 결론은 경쟁사 자료와 완전히 달랐다. 정 대리는 고객 이탈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고, 경쟁사 리서치팀은 충성고객 유지율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이건 그냥 해석 차이 아닐까요?”
한 대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지만, 부장은 고개를 저었다.
“해석의 문제는 둘째야. 우린 데이터를 댔고, 저쪽도 데이터를 댔는데 결론이 반대면... 어느 쪽은 맥락을 놓쳤다는 얘기지.”
정 대리는 혼란스러웠다. 틀린 건 없었다. 데이터도, 수치도, 통계 방식도. 그런데 왜 회사의 의사결정은 그의 보고서가 아닌 경쟁사 보고서를 따라갈 기류였을까? 이유는 단 하나. 보고서의 흐름이, 서사의 맥락이, 현실의 ‘느낌’을 못 담았기 때문이었다.
그날 이후 정 대리는 자료 수집보다 ‘정보의 맥락’을 더 보기 시작했다. 단순히 수치와 지표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그 지표가 생긴 배경, 사용자의 상황, 시점의 변화까지 꿰뚫는 감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정 대리는 처음으로 정보의 ‘양’이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정확한 숫자가 있고, 논리적인 정리도 있고, 예쁜 PPT도 만들었지만, 핵심을 꿰뚫는 인사이트는 없었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 검색어 하나에 수백만 개의 콘텐츠가 쏟아진다. 하지만 실무자에게 중요한 것은 그 정보의 ‘바다’가 아니다. 배를 어디로 띄워야 할지 알려주는 ‘지도’가 있는가다.
그날 회의 이후, 정 대리는 데이터 앞에서 물었다. “이 숫자는 누구의 목소리를 대신하고 있는가?”
그 질문은 단순히 통계를 바라보는 눈을 바꿨고, 결국 정보를 ‘읽는’ 사람이 아닌, ‘해석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만들었다.EP.2
정보가 많아질수록 의사결정이 쉬워질 줄 알았다. 그런데 현실은 반대였다.
정진욱 대리가 직면한 혼란은 단지 그날의 회의에 그치지 않았다. 이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그는 반복해서 이런 벽에 부딪쳤다. 숫자는 맞았는데, 방향은 다르고, 보고서는 정리돼 있었지만 정작 의사결정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이렇게 디테일하게 분석했는데, 결정을 못 하지?”
그는 어느 날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정보는 더 많아졌지만, 판단은 더 어려워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정보라는 ‘조각’은 잘 모으고 있지만, 그것을 연결해주는 ‘문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는 수집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정보를 어떤 순서로 보고, 어떤 렌즈로 읽고,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가 된다.
더구나 요즘과 같은 환경에서는 ‘정보의 신뢰성’도 함정이다.
정 대리가 활용한 데이터들은 모두 공개된 플랫폼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사용자의 표본 조건, 시기, 맥락이 조금만 달라도 결과는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즉, 우리가 보는 데이터는 ‘사실’이면서 동시에 ‘해석’이기도 하다.
이쯤에서 우리는 묻는다.
정보가 넘치는데도, 왜 결정은 더 어려워졌을까?
데이터는 있는데, 왜 설득이 되지 않을까?
수많은 리포트는 쌓이는데, 왜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바로 이 지점이 정보능력의 핵심이다.
정보를 잘 ‘수집’하는 능력보다, 정보를 제대로 ‘선별하고 구조화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정보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정보를 읽는 방식이 문제다.
그리고 이것이 정진욱 대리뿐 아니라 수많은 실무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다.
오히려 ‘정보는 많은데, 나는 왜 더 불안하지?’라는 감정은 실무자일수록, 책임자일수록 더 절박하게 느껴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정보능력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
더 많은 데이터를 쌓는 것이 아니라, 더 잘 읽고, 더 잘 요약하고, 더 잘 연결하는 힘.
그 능력이 없으면 정보는 오히려 불신의 씨앗이 되고, 판단은 ‘눈치’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된다.
정진욱 대리처럼 정보의 바다 한가운데서 길을 잃은 이들을 위해, NCS는 ‘정보능력’을 단순히 ‘정보 검색의 기술’이나 ‘IT 활용 역량’으로 보지 않는다.
그보다는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역량으로 본다.
1. 무엇을 찾아야 하는가?
2. 어떻게 찾아야 하는가?
3. 찾은 정보를 어떻게 연결하고 판단할 것인가?
이 세 가지는 다음과 같은 단계로 구체화된다.
정보능력의 출발은 ‘검색’이 아니라 ‘요구 인식’이다.
지금 내가 무엇을 알아야 할지, 어떤 기준으로 정보를 모아야 할지를 판단하는 능력이다.
정진욱 대리는 많은 데이터를 수집했지만, 그것이 ‘결정자’가 원하는 것이었는지 묻지 않았다.
정보요구를 인식하지 못한 채, 그는 ‘내가 알고 싶은 것’만 모았다.
정보능력은 타인의 요구, 업무의 목적,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요즘은 검색창 하나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그만큼 오류 가능성도 높다.
‘신뢰할 수 있는 출처’를 판단하고, ‘적절한 표현’으로 검색어를 조합하고, ‘정제된 필터링’을 거쳐 정보를 취득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단순히 ‘고객 트렌드’가 아니라
→ “2024년 상반기 MZ세대 온라인 소비 패턴 변화 요인 분석 보고서”
처럼 구체적이고 목적 지향적으로 접근하는 능력이다.
NCS 정보능력에서는 이를 ‘정보 획득의 전략성’이라고 부른다.
정확한 키워드, 신뢰 가능한 출처, 반복 학습을 통한 정보 감별 능력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정보를 많이 모았다고 끝이 아니다.
실제 중요한 역량은 ‘정보를 정리하고 구조화하는 힘’이다.
어떤 기준으로 분류할 것인가?
어떻게 요약하고 시각화할 것인가?
그 안에서 어떤 패턴을 읽을 것인가?
정진욱 대리가 실패한 지점은 바로 여기였다.
그는 수치를 나열했지만, 해석하지 않았다.
데이터의 흐름을 설명하지 못했고, 상대가 받아들이기 쉽게 구조화하지 못했다.
결국 정보는 설득을 이끌지 못했고, 결정은 보류되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정보를 활용하고 공유하는 능력이다.
좋은 정보를 수집했더라도, 전달 방식이 부적절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보고서 작성, 프레젠테이션, 의사소통, 협업 과정에서 정보는 ‘전달’이라는 과정을 통해 가치를 발휘한다.
NCS는 정보능력을 이렇게 정의한다.
“필요한 정보를 획득, 분석, 관리하고, 이를 업무 수행에 적절히 활용하는 능력.”
이 정의에서 핵심은 ‘업무 수행’이다.
아무리 많은 정보를 갖고 있어도, 업무의 의사결정이나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정보능력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문제 해결과 성과 창출의 기반이다.
이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정보가 얼마나 있느냐’가 아니라,
‘정보가 얼마나 잘 쓰이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정진욱 대리는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보가 넘쳐서’ 길을 잃었다.
오늘날 직장인이 겪는 가장 큰 정보 문제는 ‘결핍’이 아니라 ‘과잉’이다.
필요한 정보를 찾기도 전에, 무수히 많은 링크와 문서들이 화면을 뒤덮는다.
바로 이 순간, AI의 진짜 역할이 시작된다.
AI는 검색어를 넣었을 때 정보를 찾아주는 기능만을 가진 게 아니다.
요즘의 생성형 AI(ChatGPT, Claude, Gemini 등)는 사용자의 질문이 ‘정확한 문제 정의’인지 먼저 되묻는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최근 MZ세대의 이직률이 높은 이유가 궁금해요.”
라고 질문하면, AI는 이렇게 반문할 수 있다.
“어떤 국가와 업종을 기준으로 분석해드릴까요?
이직률이란 자발적 이직인가요, 전체 이직률인가요?”
이것이 바로 정보 능력에서 가장 중요한 첫 단계,
‘정보 요구의 명확화’를 AI가 도와주는 것이다.
정보 검색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정제된 정보’, ‘정확한 출처’, ‘논리적 요약’이 중요하다.
AI는 단순한 뉴스 크롤링이 아니라,
– 논문 기반 요약
– 정부 공식 통계 제공
– 기업 보고서 구조화
등 출처 기반 필터링과 정제 요약을 통해 ‘신뢰 가능한 정보’를 제시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시간 절약이 아니라,
정확도와 판단의 품질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정진욱 대리처럼 수치를 나열하는 데서 그치는 경우, 설득력은 반감된다.
AI는 수치 기반 데이터를
– 표로 변환
– 비교 그래프로 출력
– 흐름도나 순서도로 재구성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예를 들어,
“최근 5년간 온라인 유통 시장 점유율 변화를 표와 그래프로 정리해줘.”
라고 요청하면, AI는
– 연도별 점유율 표
– 추이 그래프
– 핵심 인사이트 요약
을 함께 제공한다.
정보의 ‘형식’과 ‘맥락’을 함께 잡아주는 도구로써 AI는 직장인의 정보능력을 증폭시킨다.
AI는 이제 ‘개인의 검색 도우미’에서 나아가
‘팀의 정보 생산 도우미’로 진화하고 있다.
– 회의 내용을 자동으로 요약하고
– 팀원이 공유한 문서에서 중복된 정보는 묶어주고
– 공통 키워드를 찾아서 관련 자료를 제안한다.
이는 단순한 자동화 기능이 아니라,
정보의 흐름을 팀 전체가 공유하고 발전시키도록 만드는 구조적 지원이다.
물론, AI가 제공하는 정보는 항상 완전하거나, 공정하거나, 윤리적이지는 않다.
이 때문에 정보능력을 갖춘 사람은 AI의 답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그 정보를 검토, 비교, 판단하는 능력 또한 함께 길러야 한다.
AI는 정보능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능력을 가진 사람의 ‘속도’와 ‘정확도’를 증폭하는 도구다.
AI는 정보를 ‘찾는 능력’을 가진 사람보다,
정보를 ‘이해하려는 사람’을 더 잘 도와준다.
당신이 질문을 잘 던진다면,
AI는 당신이 몰랐던 연결과 패턴까지 보여줄 것이다.
정진욱 대리가 실수한 건, 정보를 안 찾아서가 아니다.
찾은 정보를 구조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즘의 직장인은 하루에 수십 개의 파일과 수백 줄의 문장을 접한다.
하지만 이들 중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은 드물다.
보고서에 표가 많다고 정보능력이 있는 게 아니고,
요약이 잘 되어 있다고 그 내용이 설득력을 갖는 것도 아니다.
정보능력은 ‘정확하게 파악하고, 연결하고, 재구성하여 설득하는 능력’이다.
많은 조직에서 ‘기획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작 ‘기획력’은 ‘정보능력’ 위에 쌓이는 탑이다.
– 자료를 탐색하는 능력
– 신뢰할 만한 출처를 선별하는 안목
– 관련 정보를 하나의 논리로 엮는 구성력
– 대상을 설득할 수 있는 시각화 및 표현 기술
이 네 가지가 바로 정보능력의 실전 역량이다.
이 능력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기획도 허상’일 뿐이다.
과거에는 정보 자체가 귀했다.
지금은 ‘정보를 구조화할 줄 아는 사람’이 귀하다.
정보를 어떻게 찾고, 이해하고, 연결하고, 공유할 것인가?
이 능력이 조직에서의 소통력, 기획력, 의사결정력 모두와 연결된다.
그리고 AI는 그 구조화를 도와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 텍스트 요약
– 유사 자료 클러스터링
– 시각화 자동 변환
– 협업 툴 통합 등
AI는 이미 직장인에게 정보디자이너가 되라고 말하고 있다.
‘정보를 설계하는 시대’다
아무리 많은 정보를 읽어도,
연결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다.
앞으로는 정보가 아니라 정보의 구조화 능력이 차이를 만든다.
읽기만 하는 사람은 ‘데이터 소비자’로 남고,
구조화할 줄 아는 사람은 ‘의사결정 파트너’가 된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정보의 숲에 길을 잃는 사람인가,
정보의 흐름을 설계하는 사람인가?
이제는 정보를 ‘읽는’ 사람이 아니라,
정보를 ‘설계하는’ 직장인이 되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