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능력 BVS.07 | EP.2
정보를 구조화하는 과정은, 단지 일을 잘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고, 타인을 설득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기획하는 커리어의 중심 능력이 된다.
“이건... 뭘 말하고 싶은 거죠?”
회의실에 정적이 흘렀다.
팀장 박 과장의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난 주말까지 야근을 해가며 완성한 보고서였다. 수치와 표, 그래프까지 모두 빠짐없이 정리했기에 내용은 충실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회의실엔 누구 하나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없었다.
“이 데이터를 왜 이 순서로 보여준 거예요?”
“결론이 뭔지를 모르겠어요.”
“그래서 이걸 보고 우리가 무슨 판단을 해야 하죠?”
한마디씩 나오는 피드백은 모두 내 보고서의 구조를 겨냥하고 있었다. 수치는 맞았다. 분석도 틀리지 않았다. 그런데 흐름이 없었다. 듣는 이가 ‘그래서?’라는 질문을 하게 만드는 문서였던 것이다.
회사에 입사한 지 1년 반. 그동안 실무 데이터를 다루며 수치 분석은 자신 있다고 생각했다. 엑셀 피벗 테이블이며, 파이차트·막대그래프 등을 활용해 매출 추이, 예산 소진율, 고객 반응 통계를 꼼꼼하게 정리해 왔다. 하지만 그것이 곧 정보능력이라고 착각했던 것 같다.
‘자료를 모으고 나열하는 것’과 ‘정보를 구조화하고 흐름 있게 전달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그날 회의는 내게 많은 걸 가르쳐줬다.
보고서의 핵심은 정보가 아니라 흐름이라는 것.
데이터가 많을수록 맥락을 만들고 연결하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회의라는 환경은 이야기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그날 이후 나는 회사 내 다른 팀의 보고서들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특히 기획팀에서 만든 보고서는 분명히 배울 점이 많았다. 그들은 데이터의 ‘숫자’보다 ‘의미’를 보여주고 있었다. 첫 슬라이드는 질문으로 시작하고, 두 번째 슬라이드는 문제의 원인을 드러내며, 세 번째는 해결 방안과 수치 근거를 함께 보여준다. 마지막은 “우리가 지금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끝맺는다.
나는 내가 만든 보고서가 ‘말이 되지 않았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정보가 아무리 많아도, 그것이 흐름으로 엮이지 않으면, 의사결정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보고서 작성에 대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수치뿐 아니라 논리 구조, 정보 간의 연결성, 청자의 인지 흐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문서 작성 스킬이 아니라, 정보를 보는 눈이 필요한 영역이었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나는 정보능력이라는 이름을 다시 떠올렸다.
단순히 정보를 찾고 나열하는 기술이 아니라, 그것을 맥락 속에 구조화하여 전달하는 능력, 그게 진짜 정보능력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요즘 회의 자료는 넘쳐난다.
고객 만족도 조사, 매출 추이, 검색어 랭킹, 내부 공정 불량률, 마케팅 채널별 반응률까지. 데이터는 모든 부서의 보고서에 쏟아진다. 문제는 ‘자료 부족’이 아니라 ‘전달 실패’다.
숫자는 있는데, 설득은 없다.
그래프는 그럴듯한데, 맥락은 엉성하다.
슬라이드는 많지만, 기억에 남는 메시지는 없다.
이게 바로 오늘날 조직 내 보고 문화의 딜레마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진다. 판단은 느려지고, 논의는 산만해진다. 슬라이드는 많아졌는데 회의 시간은 더 늘어난 이유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그 이유는 단순하다. 정보의 ‘양’은 늘었지만, ‘구조화’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보를 나열하는 것과 ‘흐름 있게 연결해 전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단지 데이터를 보여주는 것을 정보 제공이라 생각하는 순간, 보고자는 스스로의 역할을 포기하게 된다. 청자가 자료 속에서 스스로 의미를 찾아내길 바라는 건 ‘정보 전달’을 회피하는 무책임한 태도일 수 있다.
보고서에서 정보의 흐름이 사라진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작성자가 자신이 전달해야 할 핵심을 모른다는 것,
다른 하나는 정보 간 연결성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수집된 데이터 순서대로 나열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보를 읽기 전에, 그것을 구조화해주는 ‘길잡이’ 역할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수치는 그저 숫자일 뿐이고, 그래프는 단지 색깔과 모양의 배열일 뿐이다.
‘정보 과잉’의 시대에 가장 중요한 역량은 ‘정보 소화력’이다.
그러나 이 소화력은 개인의 감각이나 지식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정보의 전달자는 의도적으로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고, 흐름을 설계해야 하며, 핵심을 드러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문서작성 능력을 넘어선 직무역량의 핵심, 바로 NCS에서 말하는 정보능력의 본질이다.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뿐 아니라, 그것을 활용하여 전달하고 설득할 수 있도록 재구성하는 능력, 그것이 없다면 수많은 자료도 그저 ‘잡음’으로만 남게 된다.
지금도 수많은 보고서가 작성되고 있지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단 한 장의 슬라이드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건 한 문장의 결론이다.
그 지점을 놓치고 나면, 우리는 데이터를 보여주었지만 전달하지는 못한 것이다.
NCS 직업기초능력 체계에서 정보능력은 단순한 컴퓨터 활용이나 검색 스킬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정보를 탐색하고, 선별하며, 상황에 맞게 구조화해 활용하는 전 과정을 포괄하는 종합적 사고 능력이다.
기업은 하루에도 수천 건의 정보를 다룬다.
문제는 정보가 없어서가 아니라, '어떤 정보를 찾아야 할지 모른다는 것',
그리고 찾아낸 정보를 '어떻게 쓸지 모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한 마케팅 담당자가 “광고 효과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그는 지난 3개월간의 광고비 지출, 각 채널별 클릭률, 고객 전환율을 모아 표로 정리했다. 하지만 상사는 보고서를 보고 이렇게 말한다.
“이걸로 우리가 뭘 해야 하는 건데?”
여기서 드러나는 정보능력의 핵심은 세 가지다.
정보를 수집하는 기준은 ‘많이’가 아니다. ‘의미 있는 정보’를 찾기 위해선 먼저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문제를 정의하고, 의사결정 상황에서 필요한 정보 요소를 파악해야 한다. 단지 “있어 보이게” 자료를 넣는 게 아니라, 업무의 방향에 맞는 데이터를 설계해야 한다.
검색을 한다고 해서 다 정보가 되진 않는다.
정보능력은 출처를 의심하고, 기준을 세우고, 타당성을 따지는 과정을 포함한다. NCS는 정보 획득 과정에서의 사고력—즉, 무엇이 신뢰할 수 있는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가—를 중요하게 본다. 특히 수치의 출처, 통계 방식, 문맥 해석 등을 따지지 않고 가져온 정보는 오히려 오판을 불러온다.
정보능력의 핵심은 이 단계에서 완성된다.
단편적인 수치는 많다. 그러나 그것이 구조화되지 않으면 보고서는 정보의 무덤이 된다.
보고자는 데이터를 이야기로 풀어야 한다. 흐름을 설계하고, 듣는 사람이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배치를 고민해야 한다. 정보는 나열이 아니라, 맥락 속에서 기능할 때 힘을 갖는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정보 간의 관계 파악 능력이다.
단지 엑셀 표 몇 개를 가져와서 정리했다고 해서, 정보능력을 발휘했다고 말할 수 없다. NCS는 “정보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정보를 통해 문제 해결이나 의사소통을 촉진시키는 능력까지를 포함해 정보능력으로 본다.
이처럼 정보능력은 IT기기나 프로그램 사용 숙련도를 넘어서,
“정보 → 해석 → 구조화 → 활용”까지 연결되는 지적 활동이며,
이는 직무수행의 모든 과정에 깊숙이 통합되어야 할 핵심 기초역량이다.
정리하자면, 정보능력은 결국 질문을 세우는 데서 시작하여
정답이 아니라 의미 있는 결론에 도달하도록 정보를 배치하는 기술이다.
보고서를 쓰던 주인공은 잠시 멈춰 서서, 화면을 바라보았다.
엑셀 시트에 숫자는 가득했고, 자료 폴더엔 그래프가 넘쳤지만,
정작 어떤 흐름으로 이 이야기를 전할지, 머릿속은 흐릿했다.
그때 그는 문득 ChatGPT를 열었다.
“이 자료를 보면 어떤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을까?”
질문 하나로 시작된 대화는, 단순한 수치의 나열이 아닌 의미 있는 맥락과 연결고리를 제안해주었다.
AI는 정보의 바다에서 ‘무엇이 중요한가’를 드러내는 기술이다.
수많은 정보 가운데, 어떤 패턴이 눈에 띄는지,
그 패턴은 어떤 선택을 요구하는지를 인사이트 형태로 제시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은 4가지 기능으로 정리할 수 있다.
AI는 장문의 문서나 수많은 데이터셋에서 핵심만 추출하는 데 뛰어나다.
보고서 초안을 작성할 때, 배경정보를 빠르게 정리하거나 주요 내용을 요약해주는 기능은
시간을 단축할 뿐 아니라, 정보의 골격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준다.
예: “이 시장보고서를 요약해서 트렌드 3가지를 정리해줘.”
→ 수십 쪽 분량의 리포트 대신, 바로 실행 가능한 인사이트를 확보할 수 있다.
AI는 정보 간의 연관성을 파악해 연결 구조를 제안한다.
특히 대시보드형 데이터 분석툴(GPT, Copilot, Notion AI 등)을 활용하면,
숫자나 문장을 맥락화하고, 시각적으로 표현할 방법까지 제안한다.
예: “이 데이터로 어떤 인포그래픽을 만들면 좋을까?”
→ 시계열 변화, 원인-결과 흐름, 비교 관점 등으로 구조화된 표현이 가능해진다.
AI는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돕는 도구다.
정보능력이란 무엇을 검색할지, 어떤 시각에서 바라볼지를 결정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AI는 “이 정보가 의미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관점에서 분석해야 할까?”라는
가설 기반의 사고를 확장시켜준다.
예: “이 데이터의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 가설은?”
→ 단편적인 정보 해석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전략적 사고의 기반을 만들 수 있다.
정보능력의 마지막 단계는 이해한 정보를 타인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AI는 이를 위해 PPT 요약, 회의자료 초안, 설명문 자동화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이제는 정보가 머릿속에만 있지 않고, 타인에게 설득력 있게 전이되는 과정까지 도와주는 도구로 AI가 진화하고 있다.
예: “이 내용을 바탕으로 회의에서 발표할 수 있는 PPT를 만들어줘.”
→ 시간 단축은 물론, 발표 흐름을 설계하는 데 있어서도 큰 틀이 제공된다.
요약하자면,
정보능력은 AI와 함께일 때 더 정교하게 발휘될 수 있는 역량이다.
정보를 찾는 것에서 구조화하고 설명하는 단계까지,
AI는 ‘보조자’이자 ‘편집자’ 역할을 수행하며 인간의 정보 활용력을 증폭시킨다.
AI는 정보를 잘 쓰는 사람의 손에 있을 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문제는,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고 연결하느냐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는 사실이다.
정보능력 BVS.08 | EP.1
"자료는 다 읽었는데, 뭐가 중요한지 모르겠어요."
프로젝트 중반, 신입사원이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문서 폴더엔 수십 개의 파일이 있었고, 모두 열심히 읽었다고 했다.
하지만 회의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읽었지만 아직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직장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정보의 양은 많고, 접근은 쉬워졌지만
정보를 연결하고 맥락을 짓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NCS 직업기초능력 중 ‘정보능력’은 단순히 정보를 찾거나 저장하는 능력이 아니다.
진짜 정보능력은, 흩어진 정보를 구조화해서 ‘의미’와 ‘행동’으로 전환시키는 힘이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정보 탐색은 출발점일 뿐이다.
누구나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키워드를 입력할지는 또 다른 역량이다.
정보 분류는 정리의 기술이다.
이것이 어떤 주제와 관련 있고, 어떤 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을지를 보기 좋게 정렬해야 한다.
정보 연결은 스토리텔링의 시작이다.
각각의 정보는 혼자 있을 때는 소음일 수 있지만, 연결되면 흐름이 되고, 설명이 되고, 전략이 된다.
정보 활용은 최종 출력물이다.
보고서, 제안서, 프레젠테이션으로 이어지는 이 과정은 ‘내가 정보를 어떻게 생각하고 이해했는가’를 보여주는 무대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능력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1. 정보를 탐색하는 습관을 넘어, 질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무엇이 중요한가, 이 데이터는 어떤 맥락에서 활용되는가를 계속 묻는 사람이 정보의 중심을 잡는다.
2. 자료를 모으는 것보다, 지우는 연습이 더 중요하다.
핵심을 남기기 위해, 과감하게 덜어내는 편집의 안목이 필요하다.
3. AI의 요약 능력을 활용하되, 자신의 판단으로 재구성하라.
AI는 재료를 줄 수 있지만, 요리는 인간의 몫이다. 똑같은 자료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전략이 될 수 있다.
정보능력은 결국, 생각하는 힘과 표현하는 힘 사이에 있다.
정보를 구조화하는 과정은, 단지 일을 잘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고, 타인을 설득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기획하는 커리어의 중심 능력이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AI는,
정보의 노예가 아닌 정보의 전략가로 설 수 있게 도와주는 동반자다.
정보는 읽는 것이 아니라, 구조화하는 것이다.
그 문장 하나만 마음속에 새겨도,
다음 회의, 다음 제안서, 다음 보고서에서
당신의 존재감은 달라질 것이다.
정보는 곧 사람을 말해준다.
그리고 구조화된 정보는,
당신의 일하는 태도와 관점을 증명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