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아닌 동료를 이끄는 법

대인관계능력 BVS.06 | EP.2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어렵다고 느끼지만,
실제로 어려운 것은 ‘상대와 함께 성과를 만들어가는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다.
특히 직급 없는 협업에서 대인관계능력은 진가를 발휘한다.


Basic Vocational Skills 6. 대인관계능력(2/2회차)


13화. 상사가 아닌 동료를 이끄는 법









‘지시할 권한은 없지만 책임은 내 몫이었다’





그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조용히 예고된 재앙이었다.
나는 팀장이 아니었고, 직급도 대리였지만 팀의 중간에 서게 되었다.
기획팀에서 막내로 입사했던 나는 어느덧 4년 차를 맞았고,
이번 캠페인 프로젝트에서 ‘경험자’라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중심 역할을 맡았다.
직책도 없고, 명확한 리더 권한도 없었지만… 기획부터 실행, 보고까지 전 과정을 맡았다.


“누가 이 일 총괄이에요?”

외부 파트너사의 디자이너가 묻자, 모두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깨달았다. 명함에는 없지만, 실무에서의 리더는 나였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나보다 선배인 사원이 스케줄을 미루기 시작했다.
“그거 오늘까지 아니었잖아요?”
그가 짜증 섞인 어조로 말했을 때,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팀장이 아닌 내가 뭐라고 하기도 애매했고,
동료의 기분을 상하게 하긴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정은 내 책임이었다.
상사는 “그 부분은 ○○씨가 조율하겠지”라며 나를 믿었고,
인턴은 “○○ 선배가 정해주신다고 들었어요”라며 내 눈치만 봤다.
사방에서 나를 ‘리더’로 취급하고 있었지만,
나는 누구에게도 지시할 수 없는 애매한 리더였다.


갈등은 회의 때 터졌다.
중간 보고 회의에서 나는 디자인 시안을 아직 받지 못했다며
업무 지연 사유를 설명했고, 디자이너는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대기 중이었다. 전달이 늦어 문제”라고 말했고,
프로젝트를 지켜보던 상사는 나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나는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하나는 억울함. 나는 누구도 강제할 수 없었다.
다른 하나는 책임감. 내가 조율하지 못했기에 생긴 일임을 알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생각했다.
‘권한 없는 리더는 어떻게 팀을 이끌어야 하나?’
동료를 지시 없이 설득하고,
상사의 신뢰를 유지하면서도 팀원들과 부딪히지 않기 위해
어떤 말을 써야 하며,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이 꼬리를 물었다.


책임은 내 몫이었지만, 권한은 없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더 절박했고, 더 어렵게 느껴졌다.
한 마디 말, 한 줄 피드백, 한 번의 회의 리드까지—
모든 것이 리더십 시험대 같았다.


그 프로젝트는 결국 성공했다.
하지만 내가 얻은 건 결과가 아니라 관계 속 리더십에 대한 깊은 질문이었다.
직급 없는 리더십은 어떻게 가능할까?
동료를 설득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다.







왜 동료를 움직이는 것이 상사보다 어렵나?




직급이 없는 리더십은 마치 무기 없이 전장을 누비는 일이다.
상사는 말 한 마디에 권위가 실린다.
팀장이 “이건 오늘까지 마무리해줘요”라고 말하면,
그 문장은 곧 업무 지시가 된다.
하지만 내가 같은 말을 하면?
“이건 오늘까지 가능할까요?”로 바뀌고,
그 어미에는 조심스러운 눈치와 부탁의 마음이 실려야만 했다.


동료를 설득한다는 것은, 말의 ‘힘’이 아니라 ‘관계’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관계는 늘 변동성이 있다.
상대방의 기분, 나와의 친밀도, 신뢰의 잔고, 그리고 맥락.
하나라도 틀어지면 말은 먹히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는 '상대가 내 말을 듣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설득해야 한다.


그래서 동료를 움직이는 일은 훨씬 더 정교하고 섬세하다.
단순한 요청이 아니라,
‘왜 이 일을 지금 이 사람이 해야 하는가’를 설명해야 하고,
‘이 요청을 수용해도 안전하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
상사의 명령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동료의 협력은 언제나 선택지다.


이러한 ‘선택지 위의 협업’은 조직에서 흔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너무나 훈련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교육은 ‘상하 관계’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하고,
동료와의 수평적 리더십, 감정 조율, 비형식적 권위 구축 같은
‘실제 실무에서 필요한 역량’은 어깨너머로 배울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관계가 엇갈릴 때 생긴다.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고 믿었는데 오해가 생기고,
부탁이라고 생각했는데 강요처럼 들렸다고 한다.
사람들은 ‘누가 말했는가’를 먼저 듣는다.
그래서 직급 없는 리더는 종종 말의 무게를 의심받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리더십이란 직급에서 오는가, 아니면 설득의 기술에서 오는가?”
“명령할 수 없는 상황에서 팀을 이끄는 방법은 무엇인가?”


지금 이 시대는 점점 더 수평적이다.
조직은 팀 단위로 쪼개지고, 직급은 흐릿해진다.
그 안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사의 말 한 마디가 아니라,
동료를 이해시키고 함께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그런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그 질문을 안고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NCS 관점 해석

– 대인관계능력은 ‘관계를 통해 영향력을 발휘하는 힘’이다





직무 수행에 필요한 NCS의 10가지 직업기초능력 중
‘대인관계능력’은 단순히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성향이나,
예의 바른 태도를 말하지 않는다.
그보다 훨씬 깊고 실전적인 역량이다.


대인관계능력은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성과를 만들어내는 힘'이다.
이 말 속에는 몇 가지 중요한 키워드가 숨어 있다.
‘관계’, ‘성과’, ‘과정’.
즉, 결과만이 아니라 일을 함께 해내는 과정에서
상대방과 협력하고 조율하며 설득하는 힘이 포함된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어렵다고 느끼지만,
실제로 어려운 것은 ‘상대와 함께 성과를 만들어가는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다.
특히 직급 없는 협업에서 대인관계능력은 진가를 발휘한다.






✅ 직급보다 중요한 '비형식적 영향력'



수직적인 관계에서는 직책이 지시를 대신한다.
하지만 수평적 구조에서는 ‘내가 말하는 이유’가 설득의 핵심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비형식적 영향력(informal leadership)’이다.
이 영향력은 신뢰, 배려, 경청, 협상, 공감 같은 관계적 역량에서 비롯된다.
대인관계능력은 단순히 사람들과 잘 지내는 성격이 아니라,
관계를 설계하고, 갈등을 조정하며, 팀워크를 이끄는 실전 기술이다.






✅ 협업의 중심은 ‘기술’이 아닌 ‘관계’



예를 들어,
팀 프로젝트에서 각자의 역량은 충분하지만
협업이 원활하지 않아 결과물이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이는 ‘개인의 기술’이 아닌 ‘관계 설계’의 실패다.
NCS는 바로 이런 지점을 짚고 들어간다.


대인관계능력의 세부 항목은 다음과 같다.

의사소통과 경청의 능력

갈등 상황에서의 중재 능력

집단 내 역할을 파악하고 기여하는 능력

비형식적 리더십 발휘 능력


이러한 요소는 ‘기능’이 아니라 훈련되는 역량이다.
경험을 통해, 피드백을 통해, 실패와 성찰을 통해 발전시켜야 한다.






✅ 결국, 성과는 ‘사람과 함께’ 만드는 것이다



지시가 아닌 설득으로 사람을 움직이게 하려면
‘말의 기술’이 아니라 ‘관계의 기초 체력’이 필요하다.
대인관계능력이란 바로 상대방과 나 사이의 거리를 정확히 읽고,
그 거리를 좁히기 위한 전략을 실행하는 힘이다.


이제 우리는 리더십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
리더십이란 꼭 상사만의 것이 아니다.
팀원도, 동료도, 심지어 인턴도 상황에 따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그 출발점에 있는 능력,
그것이 바로 대인관계능력이다.








AI는 대인관계에서 무엇을 도와줄 수 있을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언제나 예민하다.
말 한마디, 표정 하나, 톤의 높낮이까지도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대인관계능력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감각이라 여겨져 왔다.
하지만 AI의 등장 이후, 이 영역도 예외는 아니다.


AI는 ‘관계’의 본질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관계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 보조자로서 훌륭한 역할을 해낼 수 있다.
특히, 다음 세 가지 영역에서 그 역할이 두드러진다.






✅ 1) 감정 분석: 말하지 않아도 아는 센서



요즘 AI는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고 분석하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고객센터에서는 이미 AI가 고객의 음성 톤, 말의 속도, 단어 선택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불만’, ‘불안’, ‘혼란’ 등의 감정 상태를 파악한다.
이 정보는 응대 매뉴얼 개선뿐 아니라,
실제 상담원에게 ‘지금 이 고객은 위로가 필요합니다’ 같은 피드백을 제공하는 데 활용된다.


조직 내에서도 회의 녹취록을 분석하여
누가 말을 가장 많이 했는지, 누가 침묵했는지, 누가 누구의 의견에 반응했는지
정량적으로 분석해 팀 내 소통 구조를 진단하기도 한다.
이는 보이지 않는 갈등, 단절, 영향력의 흐름을 시각화하는 데 기여한다.






✅ 2) 협업 추천: 누구와 함께하면 시너지가 날까?



AI는 구성원 간의 협업 데이터를 축적·분석함으로써
‘좋은 조합’을 예측할 수 있다.
예컨대 프로젝트 A에서 좋은 결과를 냈던 두 사람의 협업 방식,
커뮤니케이션 속도, 피드백 반응 등을 학습한 AI는
유사한 성격이나 업무 스타일을 가진 사람끼리의 시너지 가능성을 제안한다.


이는 신입사원과 기존 팀원 간의 매칭,
크로스 기능 조직 구성, 팀 리더와 팔로워 간의 상호작용 전략을 설계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 3) 피드백 코칭: 말의 ‘톤’까지 코칭하는 보조 리더



요즘의 AI 커뮤니케이션 툴은
단순히 ‘맞춤법’을 고쳐주는 수준을 넘어
“이 말은 지나치게 단정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감정 표현을 한 마디 더 추가해보세요”
소통의 정서적 뉘앙스까지 분석하고 조정해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상대방에게 '의도하지 않은 상처'를 덜 주고,
'의도한 신뢰'를 더 잘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설계할 수 있다.
즉, AI는 ‘관계의 언어’를 연습할 수 있는 거울이자 코치가 되는 셈이다.






인간의 감정, AI의 센싱



감정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능력이지만,
AI는 그 감정의 흔적을 포착하고,
관계를 분석하고,
정서적 설계를 보조하는 센서이자 내비게이션이 될 수 있다.


즉, AI는 관계의 본질을 대체하지 않는다.
그러나 관계를 이해하고 설계하고 증폭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정리 및 제언

– 리더십은 직급이 아니라 관계에서 온다





우리는 흔히 “리더”라고 하면 윗사람을 떠올린다.
조직표에서 위에 있는 사람, 승인권한을 가진 사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사람.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는 안다.
진짜 팀을 움직이는 사람은, 지시할 수 없는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을.


지시가 아니라 설득으로,
통제가 아니라 신뢰로,
명령이 아니라 경청으로 팀을 이끌어야 하는 사람.
그런 리더는 직급에서 나오지 않는다.
관계에서 만들어진다.






권한 없이 이끌어야 했던 수많은 순간들



수직적 조직이 사라지고, 수평적 협업과 크로스 기능 조직이 늘어나면서
‘비공식 리더’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팀장도 아니고, 책임자도 아니지만
회의를 주도하고, 의견을 조율하고, 갈등을 풀고, 마감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


이들이 가진 리더십은
‘말발’이 세서가 아니라,
‘관계’를 다룰 줄 알아서 생긴다.


그 관계는 ‘말 잘하는 능력’만으로 되지 않는다.
감정을 읽고, 반응을 조율하고, 신뢰를 쌓고, 맥락을 잃지 않는
대인관계능력의 집합이자,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쌓아온 관계의 내공이다.






감정과 관계의 기술, 이제는 학습할 수 있다



예전에는 "사람과의 관계는 타고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관계를 망치는 말과 관계를 회복시키는 말의 차이,
분위기를 깰 수 있는 표정과 분위기를 살리는 표정의 차이를
AI가 학습해주고, 피드백해주고, 코칭해주는 시대다.


대인관계는 감정의 기술이다.
그리고 그 기술은, 이제 훈련 가능하다.






나의 관계, 나의 리더십



이 회차에서 이야기한 “상사가 아닌 동료를 이끄는 리더십”은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한 역량이다.
특히 MZ세대가 중간자 위치에 들어서면서
윗사람과 아랫사람 사이에서 교차 신뢰를 만들어야 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때 필요한 것은
규칙도 아니고, 전략도 아니다.
사람을 대하는 마음의 태도, 그리고 관계를 이어가는 언어다.


직급이 없더라도, 책임은 있다면
우리는 모두 ‘관계로서 리더가 되는 사람’이어야 한다.






마무리 문장 제안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지위가 아니라 신뢰에서 온다.
그리고 신뢰는, 관계 위에만 놓일 수 있는 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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