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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스타 Jan 03. 2023

10배 성장을 위해 전단지를 뿌리겠습니다.

필자는 성인 교육 도메인에서 기획 일을 하고 있다. 주식꾼이 내 주식의 우상향 그래프를 희망하고 텐베거(주식투자자가 수익률 10배를 낸 종목)를 쫓듯, 스타트업 업자들은 내 상품의 J커브를 희망하고 호시탐탐 10배 성장의 기회를 찾고 있다.

제아무리 잘나가고 있는 상품이라도 단숨에 10배 성장을 일으키는 것은 마법 같은 일이다. 갑자기 경쟁사들이 모조리 망하거나, 바이럴이 터져서 전 국민적인 관심을 받던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상품을 만들어서 집집마다 하나씩 들이게 하던가 하는 정도의 사건이 벌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요행을 바라거나 기우제를 지낼 게 아니라면, 여태껏 하지 않았던 일을 해야 한다. 필자는 기획 회의에서 10배 성장을 위해 노량진 학원가에 전단지를 뿌리겠다고 했다.


온라인 교육 상품을 광고하려고 전단지를 뿌려?


필자의 눈에 gdn, fb, ig, 온드미디어 등 온라인 마케팅 액션이 아닌 다른 것을 진행한 경험이 없어 적잖게 당황한 동료들의 표정이 보였고,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나 보자라고 생각하는 듯한 대표님과 팀장님의 침묵이 느껴졌다. 이들에게 필자의 뇌피셜을 설명했다.


이렇게 설명했으면 얄짤없이 잘렸을 것이다


뇌피셜1. 고객이 똑같다

필자는 우리 회사에서 취업 교육 상품을 구매해서 공부하는 고객과 노량진 공시생의 욕구, 목표,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 겪고 있는 문제 등이 똑같다고 봤다. 이들은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살고 싶고, 좋은 직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해 공부라는 방법과 교육 상품이라는 수단을 선택했고, 절대적인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며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파이도 컸다. 필자가 21년도 기준으로 macro 하게 봤을 때, 9급 공무원 시험 응시자 약 6만 명 중 합격자가 6천 명이고, 이를 제외한 5.4만 명은 시험을 재도전하거나 공무원 시험이 아닌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분들이다. 이는 당시 회사 서비스의 전체 회원 수보다 큰 규모였고, 개인적으로 여기서 1%만 리드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뇌피셜2. 바이럴이 잘 되는 커뮤니티가 있다

공시생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개전투를 하고 있지만 자발적으로 모이는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오프라인은 수험생의 메카 노량진이 있고 온라인은 각종 카페 및 커뮤니티가 있다. 필자는 직접 몸을 이끌고 나와 오프라인에서 공부하는 수험생들이 온라인에서 공부하는 수험생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고, 그중에서 노량진은 적극적인 수험생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필자는 이런 특징을 활용하여 노량진 학원가 일대를 며칠간 전단지로 뒤덮으면, 이를 본 노량진 공시생이 온라인으로 퍼나르고 카페 및 커뮤니티의 활성 유저를 필두로 바이럴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를 위해 전단지는 아스팔트나 보도블록 위에 버려져 있어도 한눈에 띄는 컬러를 사용하고, 공시생의 공감을 일으키는 카피와 상품의 상세 페이지에 가장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QR코드를 크게 박는 것까지 계획했다.

필자의 뇌피셜을 끝까지 들은 대표님은 리소스를 최소화해서 작게 한 번 해보자고 하셨고, 필자는 빠르게 일을 추진하여 전단지 2천 장을 공시생이 지나갈 수밖에 없는 길목에서 3일간 뿌렸다.


노량진에서 철저히 외면당한 전단지


필자가 전단지 배포 현장에 실사를 가보니 공시생들이 전단지를 받지 않았다. 요즘 사람들이 전단지를 잘 받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고(필자도 잘 안 받으니까) 배포가 원활하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공시생들이 전단지를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것은 예상 밖이었다. 공시생들이 이동 중에도 스마트폰 또는 책을 보느라 시선이 주로 바닥 쪽으로 향하기 때문에 필자는 내심 전단지가 바닥에 많이 버려져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이마저도 전단지를 아예 받질 않으니 문제였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통신사 대리점처럼 전단지를 바닥에 도배를 하거나 공연 홍보물처럼 시설물 벽에 전단지를 많이 붙여서 공시생의 시선을 끌어보려고 했지만 여러 제약사항 때문에 실행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필자의 가설은 실패했다.



내 상품(또는 회사, 서비스)을 성장시키려면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한 액션도 필요하고 이전까지 하지 않았던 영역에서 시도하는 액션도 필요하다. 사실 전자만 잘해도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10배 성장은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한 액션만으로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AB 테스트, 특정 루프의 이터레이션(Iteration) 같은 것만으로 성장 그래프의 기울기를 드라마틱하게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필자는 10배 성장의 핵심은 여태껏 하지 않았던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전단지 액션은 보기 좋게 실패했으나 10배 성장을 위해 기존에 하지 않았던 영역에서 작고 빠르게 시도한 것은 옳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오늘의 이야기 끝.




PS. 필자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 준 원석님께 무한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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