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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스타 Dec 26. 2022

고객이 좋아하는 것 vs 필요한 것

필자는 성인 교육 도메인에서 기획 일을 하고 있다. 올해 초 동일한 날에 필자의 팀 동료인 A님과 취업교육 상품을 오픈했다. 필자는 개발 직무를, A님은 데이터 직무를 담당했다. 두 직무 다 유망한 직무고, 두 상품 모두 비전공자도 배울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설계했으며, 상품 가격, 교육기간, 콘텐츠 및 서비스 제공 형태, 취업 시 혜택 등과 같이 고객 입장에서 교육 상품의 구성품이라고 생각하는 요소들은 거의 동일했다. 하지만 필자와 A님이 각자의 상품을 고객에게 소구하기 위해 처음에 강조한 포인트가 달랐다.


필자의 개발 직무 취업교육 상품

누구나 개발자로 취업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강의를 골라 들으세요.

3개월 안에 취업하면 장학금을 드립니다.


A님의 데이터 직무 취업교육 상품

프로젝트 실습 50개로 취업에 필요한 것을 전부 학습한다.

학습 스케줄, 스터디, 과제 다 정해드리니까 의지만 갖고 오세요.

6개월 후에 데이터 분석가로 취업하세요.


필자는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기 전에 여러 상품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좋아하는 것을 내세웠고, A님은 고객이 상품을 경험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을 내세웠다. 사실 고객이 좋아하면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애초부터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걸 극대화하면 된다.

하지만 교육 상품은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상품이라서 상품의 구성 요소 중 고객이 좋아하는 요소와 고객이 본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양립한다. 최대한 공부를 적게 하고 빨리 취업하고 싶은 마음과 취업에 필요한 기술을 숙련하기까지 절대적인 공부량이 필요한 것이 공존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여 강조할 것인지, 둘 다 강조할 것인지 갈림길을 앞에 두고, A님은 처음에 강조했던 고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를 끝까지 밀어붙였다. 필자는 둘 다 강조했는데, 대신 고객이 우리 상품에 관심을 갖게 되고, 깊게 알아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과정마다 강조하는 포인트를 바꿔가며 고객을 설득했다.


이도 저도 아니게 하면 이렇게 된다


교육 상품을 찾는 고객은 어떤 마음일까?

취업 교육 상품은 대표적인 고관여 상품이다. 고관여 상품의 구매를 고려하고 있는 고객은 구매 동기가 뚜렷하지 않는 이상 걱정 어린 마음이 지배적이기 마련이다. 상품의 가격이 엄청 비싸서 목돈이 나가거나, 상품을 경험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유독 많이 들거나, 상품을 경험하는 것만으로 고객의 삶에 성공적인 변화(또는 결과물)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인테리어, 재수학원, 성형 수술 등이 있겠다.

아마 교육 상품을 찾는 고객은 상품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보다 '잘 안되면 어떡하지?'와 같은 불안한 마음이 먼저 들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의지만 갖고 오라고 하기보다, 누구나 할 수 있고 일찍 취업하면 장학금도 준다와 같은 메시지를 던졌다.



고객은 결정을 하기까지 어떤 행동을 할까?

고관여 상품의 고객은 본인이 체크할 수 있는 것이라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뜯어보고, 유력 후보로 봐두었던 상품과 비슷한 옵션이 있다면 한 땀 한 땀 비교 분석하는 과정을 거친다. 필자는 이 과정에 있는 고객에게 적게 공부하고 빨리 취업할 수 있다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 상품이 업계에서 교육 콘텐츠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매주 시험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기준 미달인 사람은 탈락시킨다와 같이, 비록 고객이 좋아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고객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필요한 것을 어필했다.


고민의 시간을 거친 고객은 여러 가지 이유들 중 가장 결정적인 이유 하나 때문에 상품의 구매를 결정한다. 여러 이유가 차곡차곡 모여서 구매를 결정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총의 방아쇠를 손가락 하나로 당기듯 고민을 마무리 짓게 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필자는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는 결정적인 이유를 찾기 위해 필자가 제시할 수 있는 카드를 하나씩 계속 제시했다. 여기엔 고객이 좋아하는 것, 고객에게 필요한 것 둘 다 포함돼있었다. 이 액션을 통해 찾고자 했던 고객의 결정적인 이유는 찾지 못했지만, 대신 고객마다 설득되는 지점이 달랐고 저마다의 이유로 상품을 구매한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1달 후 필자의 상품과 A님의 상품의 모객 성과를 확인하니 6배 정도 차이 났다. 물론 상품이 엄연히 다르고 고객의 모습이 다르기 때문에 더 디테일하게 인과관계를 분석해야겠지만, 필자는 고객의 맥락에 맞게 좋아하는 것 또는 필요한 것을 제시했던 것이 유효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기억해야 할 것은 고관여 상품을 고려하는 고객의 맥락은 다양하고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상품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오늘의 이야기 끝.


고객의 맥락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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