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스타 Dec 20. 2022

다음 주까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오세요.

필자는 성인 교육 도메인에서 기획 일을 하고 있다. 뉴비 시절에 매주 신규 기획 미팅이 있었는데 이 말인즉슨, 매주 새로운 아이디어를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필자는 회의를 매주하는 것도 괜찮고 아이디어를 준비하는 것도 괜찮았지만 '새로운'이라는 키워드가 제법 부담됐다. 필자는 새로운 것을 생산하기 위해 매주 수요일 미팅을 앞두고 화요일마다 머리를 싸맨 채로 야근을 했고, 복도에서 기획자 동료를 마주칠 때면 내일 회의 괜찮냐는 질문과 속 깊은 한숨을 주고받았다.



당시에 필자가 생각한 새로운 것이란 말 그대로 새로운 것이었고 아직까지 이 세상에 없는 것이며 동료와 상사의 예상 범위를 뛰어넘어 그들이 스스로 이마를 탁 치게 만들 수 있는 발명품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필자는 기획 미팅을 준비할 때 같은 도메인의 타사에서 무엇을 하지 않고 있는지부터 알아봤다. 그러다가 벽에 부딪히면 우리 팀의 비즈니스와 상관이 크게 없는 도메인(예를 들면 소비재, 패션 등)으로 넘어가서 차용할 만한 것들은 없는지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이 과정에서 얻은 것은 발명품이 아니라, 그동안 필자의 입장에서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한 일만 했을 뿐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일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이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고객의 문제부터 정확하게 파악한 후 이전과 정반대로 행동했다.



타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부터 찾자

필자는 타사를 보면서 고객의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파악했다. 유형을 나눠보면 타사가 잘 해결하고 있는 부분, 잘 해결하고 있지 못하는 부분, 아예 건드리지 않는 부분 등이 있다. 여기서 타사가 아예 건드리지 않는 부분은 고객이 그 부분에 대해 문제를 겪고 있지 않고 있을 확률이 높다. 기획자는 고객에게 없는 문제를 만들어서 풀기보다 고객이 지금 겪고 있는 문제를 푸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타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혹자는 타사가 이미 잘하고 있는 것을 굳이 찾아볼 필요가 있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새로운 것을 기획하려면 기존에 고객의 문제와 타사의 솔루션이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한다. 고객의 문제가 많고 복잡할 경우 몇 가지 솔루션만으로 고객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고객이 있다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타사가 잘하는 건 벤치마킹하자

필자는 타사가 잘하고 있는 것 전체 과정을 벤치마킹했다. 타사 잘하는 것 중 특정 요소 하나를 차용하는 것은 벤치마킹이 아니다. 단지 기획자 눈에 좋아 보이는 것을 카피하는 것에 불과하다. 타사가 무언가 하나를 특별히 잘해서 잘 나갈 수도 있으나, 대개의 경우 특별히 잘하는 것을 중심으로 전후 과정이 매끄럽게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고객의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획자는 타사를 벤치마킹할 때 타사가 잘하고 있는 과정을 100% 학습하는 것이 옳다.



딱 하나만 바꿔 보자

타사가 아무리 잘하고 있어도 고객의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다. 학습한 과정 중에 절차상 번거로움(또는 어려움), 시간 정체, 부정적인 감정의 발생, 또 다른 문제의 발생 등 빈틈이 있을 것이고, 처음부터 잘 해결하고 있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벤치마킹한 것에서 바꿨을 때 고객 입장에서 가장 임팩트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요소 하나만 먼저 바꿨다. 고객 관점에서 압도적으로 하이엔드 하게 바꾸거나 압도적으로 가성비 있게 바꾸려고 했고, 애매하게 바꾼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판단했다.


딱 하나만 바꾸는 것이 기획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갖고 있는 카드를 바닥에 쫙 엎어놓은 다음 하나만 뒤집은 꼴이라 과연 이게 새로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긴가민가 하겠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뒤집힌 카드 하나 때문에 본인의 의사결정을 바꾼다. 기획자는 고객 관점으로 기획하는 것이 맞다. 추가적으로 기획 단계에서 바꾸는 요소에 대해 잘 될 이유와 안 될 이유에 대한 가설을 같이 세우면, 나중에 왜 잘 됐는지 또는 왜 잘 안됐는지에 대해 회고를 구체적으로 할 수 있다.


기획자는 고심해서 한 장씩 바닥에 깔았겠지만 고객은 눈에 띄는 것만 볼 것이다


이전에 필자가 새로운 것을 찾으려 다녔던 방식은 공급자 중심의 사고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간과한 점은 새로운 것이 항상 성과를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새로운 것은 고객을 새롭게 설득해야 하고 다시 학습시켜야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성과를 낼 확률이 높지 않다. 고객에게 필요한 것은 발명품 같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본인이 어제까지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오늘 해결해 줄 수 있는 상품이다.


정신을 차린 후 필자가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시장을 둘러보니 세상에 정말 새로운 건 없었다. 어느 도메인이든 상관없이, 단지 형태와 방식이 조금씩 바뀌었을 뿐이었다. 버추얼 모델 이전엔 사이버 가수 아담이 있었고 인생네컷 이전엔 스티커 사진이 있었으며 크롭티 이전엔 배꼽티가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언가 새롭게 시도하기 전에 현재 시장에 어떤 솔루션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의 이야기 끝.

매거진의 이전글 일을 다수결로 할 거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