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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스타 Jan 06. 2023

고객은 다시 태어나도 2가지를 모릅니다.

필자는 성인 교육 도메인에서 기획 일을 하고 있고, 올해 초에 취업 교육 상품을 런칭했다. 실제로 어떤 고객이 필자의 상품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알고 싶고 필자가 정한 퍼소나와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백오피스에 리드된 고객의 정보가 찍히면 바로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OO님 잠시 통화 가능하신가요? 저희 취업교육 상품의 상세페이지를 살펴보신 것 같은데, 제가 간단하게 몇 가지만 여쭤봐도 괜찮을까요?"라고 읍소한 후, 두 가지 부류의 질문을 했다.


질문 A

현재 대학생/취준생/직장인 인가요?
저희 상품 중에 어떤 점이 가장 눈에 띄나요?
혹시 저희 상품 말고 다른 업체도 살펴보고 있으신가요?


질문 B

OO님은 어떤 교육 상품이 필요하신가요?
OO님은 이 상품을 통해서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으신가요? 
OO님이 겪고 있는 문제 중에 어떤 문제가 가장 큰가요?



500여 건의 전화 통화를 하면서 고객은 질문 A에 대답을 잘하지만 질문 B에 대답을 못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교육 상품이라는 것을 난생처음 본 고객, 대충 뭔지는 알지만 아직 상품을 경험하지 않은 고객,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고객, 이미 상품을 경험하고 있는 고객 모두 질문 B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대답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 현상은 고객은 본인이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고객의 무지를 이해하는 건 고객의 몫이 아니라 기획자의 일이다. 고객은 본인의 삶에 문제만 없으면 된다. 하지만 기획자는 고객에게 필요한 상품을 만들기 위해 고객의 무지를 알아야 한다. 여기에 인터뷰와 설문조사가 좋은 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고객의 이유를 알아내는 인터뷰

인터뷰는 고객이 제품 수용 주기(기술 수용 주기)별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에 용이하다. 먼저 고객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정의해야 한다. 방금 결제한 고객과 고인물 고객은 엄연히 다르다. 고객에게 어떤 상태인지 묻지 말고, 기획자가 고객의 상태를 구분할 수 있는 체크포인트를 정해야 한다. 고객은 본인이 어떤 상태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통해 고객이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어떤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과정별로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이 '예', '아니오'를 대답하게 만드는 질문보다, 고객이 직접 자신의 이유를 설명하도록 하는 질문을 하는 것이 주기별 고객의 퍼소나를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인터뷰는 보통 전화, 화상 미팅, 대면 미팅 등 대화를 통해 이루어지다 보니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안타까운 건 이걸 아웃소싱할 수도 없다. 필자처럼 노가다(?)를 감수하거나 주기별 표본을 잘 설정해서 인터뷰 작업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제품 수용 주기 (기술 수용 주기)


기획자의 가설을 확인하는 설문조사

설문조사는 기획자의 가설을 확인하기에 용이하다. 설문조사를 통해 고객의 생각이 어떤지 묻는 것이 아니라, 기획자의 가설을 더블체크하는 것이다. 이를 테면 '어떤 경로를 통해 저희 상품을 알게 되셨죠?'라고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님은 보기 1~5번 중에 하나의 경로를 통해 저희를 알게 되셨다고 생각합니다. 1~5번 중에 몇 번인가요?'라고 확인을 하는 것이다.


기획자는 고객의 답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왜 이런 답변을 했는지 해석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어떤 고객군에게 설문조사를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하고 가설을 뾰족하게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두 가지만 잘 챙겨도 유의미한 설문조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설문조사 툴로 구글폼, 타입폼 등을 주로 사용했는데, 최근엔 새로운 설문조사 툴이 계속 생기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설문조사 참여자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UI도 좋지만 데이터 가공이 손쉬운 툴이 나오면 좋을 것 같다.



필자는 고객 인터뷰와 설문조사는 잘해야 하는 업무라고 생각한다. 기획자가 질문을 잘 해야 고객이 답변을 잘할 수 있기 때문이고, 인터뷰와 설문조사는 직접적인 VOC(voice of customer)이기 때문에 의사 결정의 근거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목적성 없이 형식적으로 하거나 일하는 사람이 편하기 위해 늘 하던 대로 할 경우 부적절한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기 쉽다. 이로 인해 부적절한 VOC로 인해 악수를 앞두고 있어도 '고객 데이터가 그렇다고 합니다'와 같이 마패와 같은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논리가 그리 많지 않다. 이렇게 잘못된 의사결정을 한다면 앞으로 먼 길을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정리하면, 기획자는 좋은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 고객에게 질문을 잘해야 한다. 오늘의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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