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성인 교육 도메인의 스타트업에서 기획 일을 하고 있다. 보통 스타트업은 당장 오늘 내일 먹고 살 걱정을 하는 게 일이라 딴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적어도 내일 회사가 망하지 않을 것 같다는 믿음이 생기고 프로덕트의 성장세가 보이면서 조금씩 숨통이 트이게 됐을 때, 그제야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생기는 것 같다.
이 틈을 재빠르게 채우는 것 중 하나가 조직(팀)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인재가 전부인 스타트업이 많다 보니, 현재 팀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고 어떤 모습을 향해 가고 있으며 더 성장하기 위해 어떤 사람이 모여야 하는지가 상당히 중요하다. 오늘은 필자도 스타트업 종사자 중 한 명으로서 동료들과 더 좋은 팀이 되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성장해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러닝머신 위에서 러닝머신보다 빠르게 달리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듯이 말이죠."라는 팀장님의 말씀에 필자는 "생존의 결과가 성장입니다."라고 말씀드리며 갑론을박을 한 적이 있다.
성장이 먼저냐 생존이 먼저냐는 마치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와 같은 것으로 스타트업 씬에 있으면 한 번쯤 고민하고 저마다의 견해를 갖게 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둘을 동시에 취할 수 있다면 두말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사실 둘 중 하나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감사한 일이다.
필자는 선생존 후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회사가 망하면 성장할 기회가 없지 않은가. 먼저 생존을 고민해야 한다. 혹시 팀이 생존을 고민할 시기가 지났다면 프로덕트(또는 프로젝트) 단위로 생존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 팀의 생존이 곧 내 일의 생존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대 IT기업으로 성장한 네이버와 카카오도 작게 쪼개보면 망한 사업들이 있다. 기획자는 회사라는 울타리 때문에 내 일이 크게 보이는 것을 경계하면서 하루하루 생존을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그래야 성장도 할 수 있다.
"우리의 목표는 매출 10억입니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OO회사를 뛰어넘는 것입니다."
우리가 꿈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직업으로 대답하면 안 된다고 하듯이, 팀의 목표에 대한 질문에 일의 결과로 대답해선 안 된다. 내가 일하면서 집중할 수 있는 것으로 대답해야 한다. 즉, 목표는 후행 지표가 아닌 선행 지표로 잡아야 한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내 일의 결과물이 아닌 내 행동이기 때문이다.
좋은 예로, 운동선수의 인터뷰에서 "제가 경기를 잘하면 기록은 따라올 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필자가 보기에 이 선수는 본인이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기록이 아닌 본인의 경기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선수다.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오늘 선행 지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내일 후행 지표를 왜곡 없이 받아들여 다음 일에 레슨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명한 직장인의 목표 달성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저를 긴장시킬 수 있는 분이 저희 팀에 합류하면 좋겠습니다."
옆 팀 팀장님께서 회사 채용 페이지에 사용할 인터뷰에서 하신 말씀이다. 일손이 되어줄 팀원보다 팀의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팀원을 원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 멘트가 실제 채용 페이지에 실린 것으로 미루어 보아, 옆 팀 팀장님뿐만 아니라 필자의 회사는 다양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었던 것 같다.
필자는 새로운 팀원으로 팀의 미션과 목표에 대해서 공감하면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에서 하는 일에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기획자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작고 빠르게 많이 할 필요가 있는데, 이때 다양한 사람이 모여있는 것이 팀에 도움 된다고 생각한다.
다양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회사의 기조 덕분에 필자는 다양한 배경, 사고방식, 맥락 등을 가진 동료를 만날 수 있었다. 동료와 함께 일을 하면서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었고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할 수 있었으며 기존과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오늘의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