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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스타 Apr 12. 2023

퇴근하고 나서도 일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들에 대하여

필자는 성인 교육 도메인의 회사에서 기획 일을 하고 있고, 웬만하면 퇴근하고 나서 일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회사 안에서는 회사 일에 몰두하고, 밖에서는 휴식을 취하고 다른 분야에 관심을 많이 갖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념과 직관에서 일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퇴근하고 나서 일 생각의 스위치를 끄는 것이 쉽지 않다.


필자에게 중요한 일 중 하나인 고객 관점을 이해하는 일은 파도 파도 끝이 없어서, 오히려 평소에 주변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다양한 분야의 고객을 관찰하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는 생각도 있다.(스위치 끄는 걸 반쯤 포기했다고 보는 게 맞다) 오늘은 필자가 퇴근하고 나서 고객 관점에 대해 힌트를 얻었던 문장과 함께 떠올렸던 일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코딩할 줄 알아요?

필자가 지인에게 어떤 상품을 기획하는지 소개를 할 때면, "코딩할 줄 알아요?", "데이터 사이언스가 뭐예요?", "주식에 관심 많으세요?"와 같은 질문 세례를 받는다. 그때마다 필자의 대답은 똑같다. "잘 모릅니다." 겸손의 표현이 아니라 진짜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필자의 대답을 들은 분들은 잘 모르는 사람이 교육 상품을 어떻게 기획하냐는 반응을 보인다.

필자가 강사라면 당연히 잘 알아야겠지만, 기획자는 상품이 아닌 내 상품을 구매할 고객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게 됐다면 가장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기존 고객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방식이다.


특히 기존 고객이 현재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던 과정 중 병목 현상이 있는지, 불편한 지점이 있는지, 어디서 주로 이탈이 발생하는지 등의 현상을 이해해야 한다. 기획자가 코딩을 할 줄 몰라서 내 상품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내 고객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내 상품을 모르는 것이다. 필자는 고객이 없으면 상품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잘 모른다는 말 뒤에 "제가 코딩을 할 줄 아는 것보다, 코딩을 배우고 있는 고객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라고 덧붙인다.


왜 몰라!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

한때 엄청 유행했던 카피지만(지금도 이따금씩 보인다) 기획자가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최악의 카피라고 생각한다. 내 상품의 고객이 뭘 좋아하는지 모른다는 말 아닌가.

기획자는 고객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과 좋아하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고객에게 유효한 방식으로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제안이 유효했다면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혹시 내 상품의 고객은 찾았는데 매출 지표가 신통치 않다면, 이 단계에 오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려면, 고객 입장에서 중요한 것과 싫어하는 것을 이해하고 상품에 적용해야 한다. 고객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것, 싫어하는 것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되는 것이기 때문에 기획자는 고객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할 것이다.

아,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다는 카피를 재고 털이나 창고 대방출과 같은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인정한다


TV에 못생긴 사람은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

"제 소중한 시간을 콘텐츠를 보는 것에 쓰는 건데 최대한 예쁘고 잘생긴 사람만 보고 싶어요." 필자는 지인에게 이 말을 듣고 나서 처음엔 어떻게 사람이 이런 말을 할 수가 있나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게 고객의 솔직한 마음이고 소비자로서 당연한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고객은 본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품을 발견했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서 본인이 알고 있는 대안들과 요모조모 비교한다. 최대한 현명한 결정을 하기 위해 시간을 기꺼이 사용하기도 한다. 여기서 고객이 판단하고 싶은 것은 2가지다. 내가 사는 상품이 가장 싸야 한다는 것과 내가 사는 상품이 가장 좋아야 한다는 것.

고객은 먼저 둘 다 충족하는 상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여의치 않을 때 하나라도 충족하는 것을 찾는다. 처음부터 차선을 선택하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본인이 손해 보는 선택을 하지 않는다.


필자의 팀장님께서 필자의 기획안에 부족한 점이 보여 피드백해 주시면서 종종 하시던 말씀이 있다. "원스타님, 고객은 욕심쟁이입니다." 역시 팀장님은 고객의 마음을 이미 알고 계셨던 것 같다.


오늘의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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