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한 잔씩 마실 수 있는 롱블랙
안녕하세요 기획 일을 하고 있는 원스타입니다. 저는 회사에서 일 때문에 우연한 계기로 아티클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왕 쓰기 시작한 거 글을 계속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지금은 기획 일에 관심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매주 아티클을 쓰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아직까진 글 쓰는 게 재밌네요.
아티클을 쓰는 것도 쓰는 거지만 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은지, 구독제로 다양한 주제의 아티클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업체가 여럿 있습니다. 독자들은 전문 에디터 또는 외부 필진들이 작성한 아티클 콘텐츠를 양껏 읽을 수 있죠.
저도 한 군데 구독하고 있습니다. 롱블랙이라는 곳인데요. 제가 보기에 여긴 다른 업체와 조금 달랐습니다. 오늘은 제 눈에 띄었던 포인트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롱블랙은 하루에 1편의 노트(=아티클)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유저는 노트 하나를 읽기 위해 웹페이지에 들어오는 건데, 여기저기 클릭하면서 노트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죠. 딱 1번의 클릭으로 웹페이지에 접속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롱블랙의 신의 한 수는 GNB 및 LNB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엄청 심플하고 깔끔해 보입니다. 유저가 롱블랙을 방문하는 주된 목적은 오늘이 지나기 전에 오늘의 노트를 읽는 것이지 아카이브된 노트를 찾아서 읽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적절한 UI라고 생각합니다. 놓친 노트나 다시 읽고 싶은 노트는 검색을 하면 될 일입니다. 타사에서 하는 것처럼 네비게이션 배너에 카테고리를 덕지덕지 붙여서 굳이 UIUX를 해칠 이유가 없습니다.
덕분에 롱블랙은 세상의 모든 지식이 보관돼있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아니라, 깔끔하고 유익해서 매일 들리고 싶은 갤러리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B2C 구독 모델의 개인 고객은 소비 관성이 낮아 언제든지 구독을 해지할 준비가 돼있기 때문에 고객의 이탈을 방어하는 것이 지상 최대 과제입니다. 롱블랙이 고객 이탈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서든 유저가 노트를 읽도록 해야 합니다.
식당이 기본적으로 음식이 맛있어야 하듯이 롱블랙은 노트가 좋아야겠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고객에게 탐험, 발견, 성장의 가치를 제공해야 될 것입니다. 그다음 유저가 글을 방치하지 못하도록(사실은 롱블랙이 유저를 방치하지 않도록) 24시간이 지나면 읽지 못하는 컨셉을 중심으로 스티커, 스탬프 등의 게이미피케이션, 메일, 카톡 등의 푸시 등 여러 장치들이 있습니다. 기사를 보니 조만간 문장 스크랩 기능을 추가하고 앱을 출시해서 유저 인게이지먼트를 더 만들어 내려는 것 같네요.
위 그래프를 보시면 롱블랙의 거래 건수 및 거래 지수는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스타트업의 꿈은 J커브죠. 지금보다 그래프의 기울기를 가파르게 만들고 싶다면 지금 하고 있는 B2C 구독과 브랜디드 콘텐츠 이외 추가적인 비즈니스 모델(BM)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시도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닙니다. 신규 유저 유입을 위해 로열티가 높다고 할 수 있는 현재 구독자를 활용하여 '구독권 선물하기' 기능을 오픈했다가 큰 효과가 없었는지 지금은 접은 상태입니다.(2023년 4월 26일 현재, 다시 오픈했네요. 허허.)
그리고 두 번째 비즈니스 모델인 with 롱블랙(=브랜디드 콘텐츠)는 매체 규모의 한계 때문인지 활발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당분간 고정비 및 변동비를 잘 관리하면서 워크인 유저를 많이 모으는 것이 당면 과제일 듯합니다.
개인적으로 다음에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 붙을지 궁금합니다. 지식 콘텐츠 강화 또는 습관 형성 중 하나의 성격을 띠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기획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 콘텐츠 중심의 비즈니스에서 B2C 구독제는 참 어려운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 돈을 먼저 써야 하고, 고객 이탈도 막아야 하고, 고객의 시간을 사기 위해 경쟁도 이겨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하는 입장에서도 좋은 콘텐츠를 생산해서 성과를 꾸준하게 내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마 롱블랙의 에디터 분들은 정말 고생이 많으실 겁니다.
마지막으로 구독자로서 다른 분들께 한 말씀 드리자면, 영상 콘텐츠가 범람하는 요즘 시대에 하루에 한 편씩 깔끔한 글을 읽고 사색하는 시간을 잠깐이라도 갖는 것은 확실히 유익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하지 않던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는 재미가 있습니다. 저는 이만 글을 줄이고 오늘의 노트나 읽으러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