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속옷도 팔고 한우도 팔아요
안녕하세요 기획 일을 하고 있는 원스타입니다. 제가 예전에 쓴 브런치 글에서 고객은 욕심쟁이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고객은 본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품을 발견했으면 본인이 알고 있는 대안들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요모조모 비교하기 시작하는데, 이때 내가 사는 상품이 가장 저렴한지 내가 사는 상품이 가장 좋은지를 판단한다고 했었죠.
제가 아는 회사 중에 고객은 욕심쟁이라는 것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곳은 와이즐리입니다. 와이즐리의 웹페이지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주구장창 매일 쓰고 있는 면도기가 이렇게 비쌀 이유가 없다며 가격 이야기를 하고 있고, 제품의 상세 페이지에서는 고객이 최대한 빠르게 대안을 두고 비교할 수 있도록 품질 정보만 제공하고 있습니다. 와이즐리의 웹페이지는 고객 관점으로 고안된 결과물인 거죠.
하지만 아무리 고객 관점을 잘 알아도 고객이 몇 명 없으면 의미가 없죠. 와이즐리가 욕심쟁이 현명한 고객을 어떻게 모으고 있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큰 틀은 단순합니다. 신규 고객을 많이 모으고 재구매를 계속하게 만들면 됩니다. 고객을 많이 모으려면 광고를 해야 되는데, 아마 인터넷에서 와이즐리 광고를 보신 적은 거의 없을 겁니다. 하지만 보도자료도 광고죠.
한 번 생각해 봅시다. 가격 할인보다 더 강력한 광고 카피가 있을까요? 제 생각엔 딱히 없는 것 같습니다. 위 보도자료에서 알 수 있듯이 와이즐리는 22년에 제품의 가격을 2번이나 내렸습니다. 이 세상에 내리는 건 눈과 비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가격을 내리다니,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제조업에서 가능한 일인가 싶었습니다. 와이즐리는 가격을 내려서 고객을 많이 모았습니다.
최근엔 VC 찬스도 쓴 것 같습니다. VC가 같은 토스와 콜라보를 통해 최저가 공동구매, 토스페이 프로모션 등을 하고 있습니다. 토스 유저를 와이즐리로 당겨올 수 있겠네요. 불필요한 마케팅 액션을 하지 않고 확실히 사람을 유입시킬 수 있는 방법만 선택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신규 고객을 모셔 왔으면 리텐션을 해야죠. 가장 바람직한 고객 리텐션 방법은 계속 재구매를 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신규 고객이 와이즐리 홈페이지를 방문해도 면도기 말고 살만한 게 없었는데, 이제 라인업이 꽤 다양해졌습니다.
리텐션이라는 one thing을 달성할 수 있도록 재구매가 필연적인 생필품, 그중에서도 소모품을 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소모품 중에서도 화장품, 여성 속옷, 신선 제품 등은 여성 소비자를 타겟팅한 것으로 구매력 있는 여성 소비자의 크로스셀링을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크로스셀링 이야기를 한 번 해볼게요. 고객이 이것저것 장바구니에 담다 보면, 이왕 담는 거 4만 원 이상 담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면 무료 배송해야 되니까요. 4만 원 이상 구매 시 무료 배송은 여러 가지 효과를 만들어 냅니다. 마켓컬리는 4만원을 담으면 1만원 할인 쿠폰이 나오지만, 와이즐리에서 4만 원 이상 사면 한 박스 꽉꽉 채워서 배송이 옵니다. 언박싱할 때 얼마나 기분이 좋겠습니까.
그리고 화장실, 주방, 침실, 사무실 등 생활 속 여기저기에서 제품을 경험하면서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는 효용 가치를 반복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입에서 절로 혜자 소리가 나오는 거죠. 소비자 입장에서 이런 경험을 한 번 했는데 다음에도 자연스럽게 와이즐리에 방문하지 않겠어요?
크로스셀링에 이어 이제 업셀링도 들어갑니다. 가전, 침구 등 고가의 제품도 팔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다른 집들은 와이즐리의 카테고리 확장 행보가 부러울 겁니다. 무신사, 컬리 등 잘나가는 버티컬 커머스 회사도 카테고리를 확장하는 것은 쉽지 않았거든요. 고객 입장에서 무신사는 옷 사는 곳이고 컬리는 식품 사는 곳이지, 화장품 사는 곳이 아니었던 겁니다. 아무리 보유하고 있는 유저가 많아도 카테고리 확장이 뚝딱뚝딱 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결국 무신사는 뷰티 카테고리를 반쯤 포기했죠.
근데 와이즐리는 상황이 다릅니다. 면도기 파는 곳으로 이미지가 굳어졌다면 무신사, 컬리와 똑같은 길을 걸었을 텐데, 지금처럼 '여기는 가성비가 압도적으로 좋은 곳이야'라는 이미지라면 카테고리 확장은 무한정 가능합니다. 마치 다이소처럼요. 와이즐리는 다이소처럼 되지 않기 위해 품질 이야기를 꾸준히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자 이제 정리하면, 누가 뭐래도 고객은 욕심쟁이입니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최대한 싸게 사고 싶어 합니다. 이 솔직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곳이 와이즐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볼 때 앞으로 네이버 메인에서 광고하는 제품, 프리미엄을 주창하는 제품, 비싼 이미지가 있는 제품들만 골라서 압도적으로 싸게 팔면 될 것 같아요. 제조업의 구동 원리는 결국 규모의 경제니까 와이즐리가 덩치가 더 커져서 더 좋고 더 저렴한 제품들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