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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스타 Nov 29. 2022

성장은 일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하는 걸까?

필자는 성인 교육 도메인에서 기획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업무의 생산성을 높여준다는 자동화 툴, 템플릿 활용법, 소프트 스킬 등에 대한 온라인 교육 상품 광고가 많이 보이고, 강의를 통해서 단순 업무는 자동화하고 일잘러가 되자, 직무 역량을 향상시키자, 커리어 성장하자 등과 같은 메시지가 눈에 유독 많이 보인다.

필자는 눈에 띄는 상품, 카피, 배너 등을 보면서 순수한 궁금증이 생겼다. 이런 교육 상품을 만드는 회사(또는 담당자)는 고객이 업무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아 직장 생활을 하면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더 나아가서 고객이 직무적으로 성장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할까?


이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먼저 필자는 주변에 생산성 낮은 사람들이 많은 지부터 생각해 봤다. 지금 본인의 생산성이 낮으니까 향상시키고 싶은 것이 아닐까. 적어도 필자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팀에 문제가 될 만큼 생산성이 낮은 사람을 본 적은 없다. 물론 사람에 따라 손이 느리거나 일을 최단거리로 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동료가 고생을 조금 더 하면 된다)

아직 직관하지 못했지만 "제가요?", "이걸요?"와 같은 케이스만 아니라면, 어느 팀에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최소 1인분을 하는데 문제 될 일은 없다고 생각하고, 최소 1인분을 하는 사람이 생산성이 낮아서 고통을 겪고 있진 않을 것 같다. 이들이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해 온라인 강의까지 찾아 들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필자 주변 업자들의 의견은 다소 다른 것 같다. 타사 교육 상품의 상세페이지를 보면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직무적으로 성장하고 싶은 고객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추론할 수 있다. 근데 막상 필자가 트래픽, 누적 수강생 수, 매출액 등을 조사해 보면 타사에서 상정하는 만큼 고객이 업무 생산성 향상에 대한 온라인 교육 상품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아 보인다.

타사의 업무 생산성 관련 교육 상품이 그 회사의 캐시카우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고, 광고나 상세페이지에서 <직장인 n명 중 1명이 수강한 강의>와 같은 클리셰도 본 적이 없다. 온라인 강의의 완강률은 3~7% 정도인데, 아무리 고객의 생산성을 수직 향상시켜 주고 직무적으로 성장시켜 주는 강의라 하더라도 완강률 통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앞서 필자가 던진 질문에 셀프 답변을 하자면 고객은 업무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아서 고통을 받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다음은 직무적 성장인데, 직무적 성장을 정확하게 논하려면 먼저 업무 생산성 향상과 직무적 성장 간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싶은 마음은 직무적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과 별개라는 것이다.

하지만 업자들은 둘을 꽁꽁 묶어서 하나로 보고 있다. 필자는 업무 생산성 향상은 조직 내 역할 수행을 잘 해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나오고, 직무적 성장은 내적 욕구에서 발현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내적 욕구는 2가지 레벨로 나누어 볼 수 있다.


feat. Maslow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


초기 레벨

직무적 성장이 신체적 욕구 또는 안전 욕구인 사람들은 아래와 같이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 내가 이걸 배우지 않으면 내일 내 자리가 없을지도 몰라."

"회사에서 더 이상 이런 고생하기 싫다."


중간 레벨

직무적 성장이 애정과 소속 욕구 또는 존경 욕구인 사람들은 아래와 같이 생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거 배워서 동료, 상사, 자신에게 인정을 받고 싶다."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겠다."


초기 레벨의 경우 업무 생산성 향상은 생존하기 위한 수단일 것이고, 중간 레벨의 경우 업무 생산성 향상은 일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하는 행동일 것이다. 이 둘을 하나로 보고 있는 업자들은 모두에게 '이 강의를 듣고 업무 생산성을 높여서 직무적 성장을 합시다.'라고 외치고 있다.



이제 셀프 답변을 마저 해보면, 고객은 업무 생산성 향상을 통해 직무적으로 성장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직무적 성장에 관심 있는 고객에게 업무 생산성 향상에 대한 교육 상품을 소구하는 업자가 있다면, 본인의 고객은 어떤 성장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지, 직무적 성장에 대한 내적 욕구가 어느 레벨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업무 생산성 높여서 커리어 성장하세요라고 외치고 있었다던가, 일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고객에게 생존하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직무적 성장을 설득하고 있었거나, 당장 생존이 필요한 고객에게 일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없냐고 물어봤던가 하지 않았을까 싶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종종 성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다들 동일한 성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게 맞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아마 높은 확률로 서로 다른 성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 것이다. 직무적으로 성장이 생존인 사람도 있고 레저인 사람도 있으며, 성장이 성과일 수도 자아의 성장일 수도 있고, 성장이 필요한 사람도 있고 필요하지 않은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성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본인이 생각하는 성장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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