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는 전단지를 비즈니스에 활용한 몇 가지 사례가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이 사업 초반에 강남 일대의 전단지를 주워 음식점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든 에피소드와 당근마켓의 대표가 북미시장 진출 후 토론토에서 전단지부터 뿌렸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왠지 세련된 일만 할 것 같은 IT 스타트업이 전통적인 홍보 수단 중 하나인 전단지를 활용했다는 사실이 뭇사람으로 하여금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던 것 같고, 결과적으로 두 회사는 큰 회사가 됐으니 전단지가 미화되어 성공한 스타트업의 토템처럼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사실 이전 회사를 다닐 때 전단지를 활용했습니다. (배민, 당근, 원스타 레츠고!) 회사에서 한창 개발자 취업 교육 상품을 만들고 있던 당시에 구글, 네이버, 인스타그램 이외의 매체에서 고객을 획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었습니다. 저는 고객 중 대다수가 취준생이거나 사회 초년생이었던 것을 주목했습니다. 공시생 중에 대다수는 안타깝지만 취준생이 될 것이라는 현실과 직장인 중에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본인과 맞지 않거나 연봉을 올리기 위해 전직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는 뇌피셜을 바탕으로, 노량진에서 등원하고 있는 공시생과 강남역에서 출근하고 있는 직장인에게 전단지로 자사의 취업 교육을 직접 노출시키는 아이디어를 제안했습니다. 회사에서는 요즘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잘 받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전단지를 돌리는 건 여태껏 하지 않은 일이고 가설 자체는 일리가 있어 한 번 해볼 만하다고 했고, 저는 일을 빠르게 추진했습니다.
제가 직접 뿌리진 않았고 전단지 배포 대행업체를 이용했습니다. 배포 현장에 가서 확인해 보니, 노량진의 공시생은 걸으면서 폰이나 책을 보느라 시선이 계속 바닥을 향해 있었고 강남역 출구를 올라오는 직장인은 한 손엔 폰을 다른 한 손엔 커피를 들고 있어 전단지를 받을 틈이 없었습니다. 공시생의 메카 노량진과 우리나라에서 직장인이 통근을 가장 많이 하는 강남역에서 전단지를 뿌림으로써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이럴이 퍼져나가는 것을 구상했었는데 첫 단계부터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전단지를 통한 고객 유입 성과도 좋지 않았습니다. 회사에서는 미지의 영역이었던 일을 작고 빠르게 실행한 것에 의의를 두고 졌잘싸 엔딩으로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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